“...이제 민주 독립 국가를 재건함에 있어서 정의·인도와 동포애로써 민족의 단결을 공고히 하며 모든 사회적 폐습을 타파하고 민주주의 제(諸) 제도를 수립하여 정치·경제·사회·문화의 모든 영역에 있어서 각인의 기회를 균등히 하고 능력을 최고도로 발휘케 하며 각인의 책임과 의무를 완수케 하여 안으로는 국민 생활의 균등한 향상을 기하고 밖으로는 항구적인 국제 평화의 유지에 노력하여 우리들과 우리들의 자손의 안정과 자유와 행복을 영원히 확보할 것을 결의하고...” <제헌헌법 전문(前文) 중에서> 수 천 년 동안 대륙의 끝자락에서 벗어나지 못했던 음울한 봉건의 질서와 근세에 이르러 자초(自招)했던 야비한 제국주의의 지배를 걷어찼다. 세계 최강의 해양문명권과 가치를 공유하게 되었다. 대한민국의 건국, 그것은 혁명 바로 그 자체였다. 비록 거악(巨惡)인 공산전체주의자들의 집요한 방해로 인해 미완(未完)에 그치고 말았지만... 그 이후 공산전체주의자들과 그 추종자들의 전쟁과 폭력, 온갖 술수를 동원한 끊임없는 반혁명(反革命) 책동이 있었다. 이 나라 국민은 혁명을 지키고 완수하기 위해 피와 땀을 바쳤다. 일시적·부분적인 파행과 시행착오들이 있었지만 ‘자유민주주
우리는 전임 대통령 두 분을 투옥시키는 공화국의 비극을 겪고 있다. 이런 사태를 진보주의적 혁명이라고 믿는 사람들이 득세하고 있다. 그들은 보수우파를 자본주의, 외세의존, 민족분열, 민중착취, 환경파괴를 획책해 온 적폐세력이라고 규정한다. 투옥되어 있는 두 대통령은 국가이익 극대화에 초점을 맞추고 정부를 운영했던 지도자들이다. 두 대통령이 그 이익 옹호에 노력한 국가는 이 나라 건설자들이 남겨 놓은 대한민국을 말한다. 대한민국 제헌헌법 제84조는 “모든 국민에게 생활의 기본적 수요를 충족할 수 있게 하는 사회정의 실현”을 경제질서의 기본으로 제시했다. 정부는 소작농 가계를 위해 농지개혁을 실시하고, 전쟁파괴로 헐벗은 국민들을 위해 원조물자를 공급했다. 전후폐허 속에서도 생존하고 교육받은 세대가 성인이 되었을 때에는 대규모 산업건설이 추진되어 오늘의 번영을 낳았다. 국민생활의 기본적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국가가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경제질서는 자본주의와 사회주의 두 요소가 혼합된 것이라 볼 수 있다. 국가 건설자들이 해외에서 받은 원조물자로 기아상황에 처한 전쟁빈민들을 구제하고, 농지개혁으로 빈농의 자녀들이 교육받을 수 있게 한 것은 민족 자체의 역량 축적이다
꿈이 없는 나라는 폐허의 존재 인간이 미래에 대한 꿈을 꾸지 않는다면 금수(禽獸)와 다를 게 없다고 흔히들 말한다. 미물인 짐승들도 꿈은 꾸지만 단지 스스로의 미래와 연결짓지 못하는 그저 그런 환영(幻影)에 지나지 않으니 인간의 꿈과는 다름은 물론이다. 인간과 마찬가지로 한 나라가 미래에 대한 비전이 없다면 그 사회는 멈춰 선 폐허의 존재일 것이고, 그러기에 모든 것이 정지된 채 과거의 영욕만 남아있는 화석과 진배없을 것이다. 한 나라를 유지하며 자국민을 한데 결집시킬 수 있는 유형의 언(言)과 행(行)이 있기 마련인데, 예컨대 미국에는 독립선언문이 있고 프랑스에는 인권선언을 들 수 있다. 미국의 독립선언문은 이민족으로 구성된 다양한 인종과 문화의 결속체로 회자되고 있으며, 프랑스의 ‘자유, 평등, 박애’ 정신은 시민혁명사에 길이 남을 혼이 되어 있다. 그렇다면 대한민국에는 무엇이 있을까. 일제 시기 2.8독립선언과 함께 3.1운동의 상징인 독립선언문이 있지만, 근대국가의 형성이후 공산세력의 침략에 맞서 비약적인 성장과 전진으로 세계사에 길이 남을 기적의 대한민국을 일군 이면에 무엇이 있었을까를 떠올려 보노라면, 왠지 아찔하고 혼미함 마저 느끼게 되는 것은
카뮈의 소설 『페스트』는 1947년 출판되었다. 작가가 이 작품을 구상하기 시작하여 탈고할 때까지 7년이나 걸렸다고 한다. 총 5부로 구성된 이 소설은 의사로 등장하는 인물 「리유」의 서술로 독자들에게 전달된다. “사태에 대비해 세운 대책들이 불충분하다는 것은 보나마나 뻔한 일이었다...유행병이 제풀에 그치지 않는 한 당국이 생각해 낸 조치들로 다스려질 일이 아니었다” 제1부에서는 동네 쥐들이 햇볕 속으로 나와 죽어가더니 이어서 이상한 증상의 환자들이 늘어나면서 전염병에 대한 경계심이 「오랑」 시민들 사이에 퍼져 나간다. 급기야 도시폐쇄 명령이 내려진다. 등장인물 리유는 사태의 진전을 이렇게 예고한다: “이 세균은 괴상한 것인데요...사실에 있어서 우리는 그것에 대해서 아무것도 아는 게 없어요”; “사태에 대비해 세운 대책들이 불충분하다는 것은 보나마나 뻔한 일이었다...유행병이 제풀에 그치지 않는 한 당국이 생각해 낸 조치들로 다스려질 일이 아니었다.” 카뮈는 부조리에 대한 그의 메시지를 리유의 입을 빌어서 독자들에게 전하고 있는 것이다. 인간의 합리주의적 능력으로 인간에게 주어진 조건들을 파악하고 변변한 해결책을 마련할 수 없다는 비관론이다. 코로나 팬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