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은 서훈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지난 2020년 9월 서해에서 북한군 총격을 받고 숨진 해수부 공무원 고(故) 이대준씨 사건을 ‘자진 월북’으로 몰아간 동기가 문재인 당시 대통령이 유엔총회에서 ‘남북화해 및 종전선언’을 촉구하는 화상 연설을 하는 데 대한 비판 여론을 피하려는 의도였다고 판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서 전 실장이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 은폐를 결정한 직후 일부 비서관들은 강하게 반발한 것으로 나타났다.
9일 연합뉴스가 입수한 서 전 실장의 공소장에 따르면 그는 피격사건 이튿날인 2020년 9월 23일 오전 9시께 열린 비서관 회의에서 "발생한 사건을 신중히 검토하겠다. 비서관들은 보안 유지를 철저히 하라"고 지시했다.
이 지시에 일부 반발한 비서관들은 사무실로 돌아와 "이거 미친 것 아니야, 이게 덮을 일이야?", "국민이 알면 뒷감당을 어떻게 하려고 해? 알 수밖에 없을 텐데", "실장이 그러잖아. 실장들이고 뭐고 다 미쳤어"라고 검찰에 진술했다.
이보다 앞선 같은 날 새벽 1차 관계장관회의에서 서 전 실장의 은폐 지시를 받은 서욱 전 국방장관은 더욱 강도 높은 지시를 국방부 내에 내렸다고 검찰은 파악했다.
최고 수준의 작전보안 유지, 첩보·보고서 등 모든 자료를 삭제하고 출력물이 있을 경우 즉시 세절, 예하 부대가 관련 내용을 알면 화상 회의를 통해 교육 등을 이행하도록 했다.
이러한 은폐 시도와 자료 삭제에도 23일 오후 10시50분께 연합뉴스의 보도로 피격·시신 소각 사실이 최초로 드러나자, 서 전 실장은 '월북몰이'를 결의했다고 검찰은 공소장에 적었다.
서 전 실장은 이날 오후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 회의에서는 2008년 금강산 관광객 박왕자씨 피살 사건과 차별화를 시도하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김홍희 전 해양경찰청장은 이러한 서 전 실장의 지시에 따라 자진 월북했다고 볼만한 근거가 없음에도 자진 월북 추정 경위를 발표한 것으로 검찰은 판단했다.
결국 당시 발표는 이대준씨를 구조하기 위한 조치를 전혀 하지 않아 국민적 비난 등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미리 정한 '월북'이라는 결론에 맞춰 졸속으로 진행된 허위 내용이라고 검찰은 공소장에 적었다.
김 · 성 · 일 <취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