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 러캐머라 주한미군사령관 겸 한미연합사령관은 지난 20일(현지시간) 상원 군사위원회 예산 청문회 답변에서 북한이 핵 선제타격 능력에 이어 보복 능력인 '2차 타격'(2격) 능력을 개발 중이라고 밝혔다.
미군 고위 당국자가 공개적으로 북한의 2차 타격 능력에 대해 거론한 것은 드문 일로, 전문가들은 우려를 나타냈다.
북한은 전술핵탄두 탑재가 가능한 신형 KN계열 단거리 탄도미사일과 전술유도무기 등으로 남한을 선제타격할 수 있다는 위협을 가하며, 일본과 괌 미군기지, 미 본토를 타격할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등을 개발하고 있다. 특히 액체·고체연료 ICBM 시험 발사와 관련해서 2차 타격 능력을 노골적으로 과시해 왔다.
1차 타격(first strike·1격)은 적의 핵전력을 무력화해 핵 보복 능력을 상실케 하는 것이 목표인 핵 선제타격을 말하는데, 적의 ICBM 발사 감지 경보가 발령되면 즉시 지하시설(사일로)에 있는 ICBM을 발사하는 것이 통상적인 1격이다. 2차 타격(second strike·2격)은 적의 공격에 대해 핵무기로 반격할 수 있는 역량을 말하는데, 지상의 핵시설이 무력화해도 수중 잠수함을 통한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의 발사가 대표적이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ICBM을 선제공격에 해당하는 1격 수단으로 사용할 것으로 예상해왔지만,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 13일 고체연료를 사용한 신형 ICBM '화성-18형' 첫 시험발사를 지도한 자리에서 "화성포-18형 개발은 우리의 전략적 억제력 구성부분을 크게 재편시킬 것"이라며 "핵반격 태세의 효용성을 급진전시키고 공세적인 군사전략의 실용성을 변혁시키게 될 것"이라고 밝히면서 북한이 ICBM을 미국의 선제공격 시 '핵반격' 즉 2격 수단으로 활용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
최선희 북한 외무상은 21일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공개한 담화에서 "그 누구로부터 인정받기 위해서가 아니라 철두철미 미국의 위협으로부터 자기를 방어하기 위하여 부득불 핵을 가지게 되였다는데 우리 핵보유의 본질이 있다"고 말하면서 "우리는 미국의 핵위협에 맞받아칠 수 있는 힘만 가지면 그만이며 절대로 그 누구의 인정도, 승인도 추구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여기에는 핵무기의 가공할 파괴력 탓에 2차 공격 능력을 확보하면 미국의 공격을 억제할 수 있는 힘을 확보한 것이란 논리가 깔려 있다.
북한이 남한을 겨냥한 1격 능력에 이어 미국에 대한 2격 위협을 노골화하는 상황에서 미국의 확장억제력 제공이 문서상 '공약' 수준에 그쳐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에 한미가 협의 중인 확장억제력 실행 체계에 획기적인 방안을 도출할지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김 · 성 · 일 <취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