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0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를 예고 없이 방문해 5시간 남짓 꽉 채운 일정을 소화했다.
이날 방문은 말 그대로 깜짝 방문이었다. 19일 오전 10시(현지시각)에 시작한 미국 엠에스엔비시(MSNBC) 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한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 전략소통조정관은 혹시 조 바이든 대통령이 폴란드 방문길에 우크라이나에 들를 계획은 없냐는 질문을 받았다. 커비 조정관은 망설임 없이 “이번에 우크라이나 방문 계획은 없다”고 했었다.
바이든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에 들어왔다는 소식은 현지 신문인 노보스티 돈바스를 통해 알려졌다.
이날 오전 8시께 바이든 대통령은 열차로 키이우에 도착해 8시 30분께 대통령 관저인 마린스키 궁전에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 부부의 영접을 받았다.
우크라이나 국기를 연상시키는 파란색과 노란색이 사선으로 섞인 넥타이를 매고 짙은 남색 코트를 입은 바이든 대통령은 방명록에 "자유를 사랑하는 국민들과 연대와 우정을 나누기 위해 온 키이우에서 환영을 받게 돼 영광"이라고 적었다.
그는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당신의 용기와 리더십에 깊은 경의를 표한다"면서 우크라이나어로 "슬라바 우크라이나(우크라이나에 영광을)"이라고 썼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와 줘서 고맙다"며 감사의 뜻을 표했고 바이든 대통령도 "당신을 만난 건 정말 놀라운 일"이라면서 악수를 했다.
두 정상은 마린스키궁에서 회담을 한 뒤 취재진 앞에 나란히 섰고, 바이든 대통령은 5억 달러(약 6천500억여원)에 이르는 추가 군사 지원 계획을 발표했다.
이후 두 정상은 오전 11시 20분께 경호 인력이 통제하는 길을 따라 키이우 중심부에 있는 성 미카엘 대성당까지 함께 걸었다. 이 성당은, 건물 앞 광장에 파괴된 러시아 탱크가 전시된 곳으로 키이우를 찾는 해외 고위 인사들이 자주 찾는 곳이다.
이들이 성당에 들어갔다가 나오자 돌연 공습 사이렌이 울렸다. 바이든 대통령으로선 전쟁이 '현재 진행형'인 곳을 방문했다는 사실을 체감했을 만한 순간이다. 이날 실제 미사일 등을 이용한 공습은 발생하지 않았다.
미군은 바이든 대통령이 키이우를 방문하는 동안 E-3 센트리 조기경보기와 RC-135W 리벳조인트 정찰기를 폴란드 영공에 띄워 주변 상공을 감시하는 등 만약의 사태에 대비했다.
차 · 일 · 혁 <취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