싹이 노랗고 썩은 나무는 잘라 내야

- 학자의 표절은 남의 물건을 훔치는 것과 같아
- 시비의 판단과 배려와 설득, 근검 솔선이 지도자의 덕목

 

도심의 공원을 거닐다 보면 간혹 싹이 노란 나무와 썩은 나무를 마주하게 된다. 다른 싱싱한 나무와 달리 그 나무에는 새로운 잎새는 커녕 있는 가지마저 축 늘어진 채 시들어 마르고 있다. 마치 소나무는 재선충이 걸린 듯하고 참나무는 시드름병에 걸린 듯이 얼마지 않아 나무로서의 가치를 잃고 만다.

 

그래서 사람들은 싹이 노란 나무와 썩은 나무는 식수(植樹)하지 않고 잘라서 태워버리거나 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이와 같이 하는 것은 다른 싱싱한 나무에 병충해가 옮아가서 숲을 망가뜨리는 것을 차단하기 위한 것이다. 이는 사회에 있어서 어떤 잘못에 대해 순간을 모면하기 위한 고식지계(姑息之計)를 하기보다, 아예 화근을 없애는 읍참마속(泣斬馬謖)을 함으로써 사회의 병폐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한 것과 마찬가지이다.

 

학자가 논문을 표절하는 것은 몰래 남의 물건을 훔치는 것과 같이, 노력을 하지 않고서 남의 연구결과를 훔치는 범죄다. 특히 과학·공학자는 연구결과의 데이터를 조작하거나 과장해서 논문을 발표하는 부정을 해서는 안 된다. 이러한 부정은 그 분야에 있어서 더 이상의 연구가 이루어질 수 없게 만들어 학문의 발전을 저해할 뿐만 아니라, 연구자체를 차단하는 결과를 낳기 때문이다. 인문학·사회학자도 연구결과의 데이터를 조작하거나 과장하는 부정을 해서는 안 되는 것은 과학·공학자와 마찬가지일 것이다.

 

 

정치권도 마찬가지다. 새로운 정부가 출범한지도 꽤 시간이 지난 정부에, 싹이 노란 나무와 썩은 나무 같이 부실하거나 부패한 사람, 특히 교수·연구원, 더 나아가 관료 출신들이 임명을 기다리거나 곳곳에 진출되어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또 여름에 아궁이 언저리 불을 쬐듯이 인문학·사회학 전공자가, 과학·공학의 일에 조금 가까이 있었다고 고위직에 진출된 사람도 없지는 않은 듯하다.

 

더 나아가 본인의 탐욕에 의한 연구부정으로 인해 남에게 동일한 잣대를 갖다 댈 수 없는 인사가, 그 분야에 탁월한 능력이 있다고 해서 고위직에 진출된 사람도 없지 않다.. 마치 싹이 노란 나무와 썩은 나무가 식수된 것과 같은 일이 있는 느낌이다.

 

싹이 노란 나무와 썩은 나무가 작은 비바람에도 꺾어지고, 자중(自重)에 의해 꼬꾸라지고 쓰러져 가듯이, 보편타당한 공정과 상식이 뒷전으로 밀린 사회도 존재의 가치를 상실한 체 몰락한다. 타락한 권력자는 자신의 본분을 망각하고, 개미 떼와 파리 떼가 모여들어 피비린내 나는 시체의 살점과 피를 빠는 것과 하나도 다를 바 없이 탐욕을 부리다가 사람들로부터 외면을 받아 몰락한다.

 

예를 들어보면, 조선시대 세도정치는 보편타당한 공정과 상식을 파괴시켰다가 결국은 백성들로부터 지탄을 받고 몰락하였다. 또 얼마 전 국정을 책임진 정부도 보편타당한 공정과 상식을 무시하였다가 결국은 국민들로부터 지탄을 받고 버려졌다. 이는 어느 시대, 어느 사회에서나 마찬가지이겠지만, 사회 지도층, 특히 지도자가 국민으로부터 부여받은 신성한 의무를 망각하고 권력의 남용에 빠져 아수라를 헤매다 몰락하고 버려진 경우는 허다하다.

 

 

사회 지도층, 특히 지도자가 시비를 정확하게 판단하고, 배려하고 설득하며, 근검하며 솔선하여 모범을 보인다면, 싹이 노란 나무와 썩은 나무에 새로운 가지와 잎이 돋기를 바라는 우둔한 미련을 가지지 않고 잘못된 일을 단호하게 처치할 수 있을 것이다. 더 나아가 지도자는 싹이 노란 나무와 썩은 나무를 잘라서 태워버리듯이 잘못된 일을 단호하게 처치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 시비(是非)를 말할 수 있고 천년에 한번 나올까 말까 한 천고일제(千古一才)를 찾는데 추호의 게으름이 없어야 한다.

 

어느 시대에나 “세상사 모든 것은 사람이 하는 것이기에 사람이 가장 중요하다.”라는 것을 잊지 않아야 한다. 마치 “종과득과(種瓜得瓜) 종두득두(種豆得豆)”가 말하듯이 오이를 심으면 오이가 나고 콩을 심으면 콩이 나는 이치와 같이 모든 것은 자신이 하기 나름이다.

 

그러므로 이를 지킨 지도자는 위대한 업적의 명성을 남길 것이지만, 그렇지 못한 자는 천박한 업적만의 악명만 남을 것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채 · 시 · 형 (蔡時衡)  <자유기고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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