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민주주의 역사와 대한민국 - 2

- 자유주의 내부의 기독교 개념과 식민지 개척의 연결
- 자유 가치를 체제수호 위한 공교육의 기초로 삼아야

 

혁명적인 과학기술의 발전을 발판으로 산업혁명에 성공한 구미열강들은 넘쳐나는 부(富)로 과대 생산사회가 되었다. 그래서 어딘가 자신들의 생산을 소비시키고, 지속적인 생산자원을 확보할 수 있는 식민지역들이 간절히 필요해졌다. 그렇지만 문제는 그들의 근대국가 건설과정에서의 가치신념인 자유주의적 인권개념을 내팽개치고, 신의 의지를 욕되게 할 수는 없다는 양심의 소리를 지우는 것이었다.

 

국가의 부국강병(富國强兵)을 명분으로 탐욕스런 관료들이 제일 먼저 식민지 개척을 위한 제국주의 깃발을 들고 앞장서서 나갔다. 그리고 자본과 이재를 밝히는 서민과 노동자계층들까지도 연합해서, 자신들의 욕망과 신분상승의 가능성을 채워줄 수 있는 식민지 개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게 되었다. 어쨌던 자신들의 행동을 선화시키는 적절한 대의명분이 필요했는데, 그들의 영민함은 바로 자유주의 내부의 기독교 개념과 식민지 개척을 연결시키는데서 찾았다.

 

원시적 야만에 빠져서 하나님이 창조한 위대한 문명을 모르는 지구촌 변방지역의 원시 부족 같은 <나시옹> (Nation)들을 계몽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신 앞에 평등한 세상을 만든다는 소위 신의 은총을 받은 “백인들의 소명의식”(White Man's Mission)으로 식민지 개척에 대한 당위성을 창조해 내었다. 그렇게 입만 열면 인권과 개인의 자유를 강조하던 근대 서양의 백인들이 거리낌 없이 아시아와 아프리카를 대상으로 식민지 개척에 앞다투어 나서게 된 것이다.

 

 

한편, 다른 아시아 국가들과는 달리, 명치유신이후 서양의 근대 (Modernity)를 받아들일 준비가 제대로 되어 있었던 일본조차도, 당시 물밀듯이 넘쳐나는 서구 근대 개념들을 일상용어로 표현해 내는 것이 결코 쉽지 않았다. 명치철학자 후쿠자와 유기치는 1867년 그의 저서 <서양사정(西洋事情)>을 통해 수많은 근대개념들을 한자조어(和製漢語わせいかんご)로

번역해 내었다. 그는 동양사회에 이질적이었던 서양의 개념들을 가능한 일상생활에서 큰 반발이 나지 않도록 배려해 가면서, 단어의 선정 경위와 실증적인 적용과정들을 대중들에게 상세하게 소개했다.

 

후쿠자와가 가장 어렵게 여겼던 개념은 바로 나시옹(Nation)과 자유의 개념이었다. 이 두 개념이야말로 근대국가를 이해하는 척도가 되었기 때문에, 난항을 거듭한 끝에 나시옹은 민족 (民族)으로, 프리덤(Freedom)과 리버티(Liberty)는 모두 자유(自由)라는 조어로 번역했다. 그러나 한·중·일 동양 3국이 서양의 근대를 이해하는 데 과히 혁명적인 역할을 담당했던 후쿠자와의 노력과 헌신은 한-중 양국에서는 크게 대접받지는 못했다. 그 이유는 백인이 아니었던 일본이 소위 문명개조론을 앞세워 제국주의에 동참함으로써, 동북아 주변 국가들이 입었던 피해가 너무도 컸기 때문이었다.

 

대헌장의 ‘Freedom’과 한자동맹의 ‘Freiheit’ 개념보다 훨씬 진화한 근대적 개념의 ‘Freedom’과 ‘Liberty’의 의미는 다음과 같다. 일단 두 단어 모두 구속으로부터의 자유를 의미한다.

‘Freedom’은 신분사회의 구속을 넘어서는 개인의 자율성을 강조하는데, 재미있는 것은 ‘Freedom’과 개별민족이란 부족국가 의미에 가까웠던 나시옹 (Nation)이 만나면, 그 안에 강력한 혈족적 민족주의가 발생했다는 사실이다. 프랑스의 루소로부터 독일의 칸트로 이어지는 나시옹을 기반으로하는 근대국민에 대한 올바른 이해가 성숙, 발전해 나가면, 결국 세계시민주의 형태로까지 나아갈 수 있다는 근거없는 이상주의적 자신감은 20세기 엄청난 세계대전의 풍파속에서 실종된다.

 

한편, ‘Liberty’의 개념은 로마공화정과 긴밀하게 연관된다. 강압적인 구속 상태로부터 독립된 자율성과 함께 모든 시민은 국가운영에 참여할 권리를 부여받는다. 따라서 ‘Liberty’의 개념은 개인의 독립으로서 ‘Freedom’을 포함하는 그 위에, 참여 개념이 들어가는 포괄적인 자유개념이 덧붙여진다. 그래서 ‘Freedom’은 자연발생적인 개인의 자유개념으로 받아들여지고, ‘Liberty’는 법적·제도적 개념으로 받아들여지는 것이 자유에 대한 보다 합리적인 개념적 이해가 될 수 있다.

 

명치철학자 후쿠자와조차도 헷갈려 했던, 단 한개의 근대적 단어, 즉 국민, 시민, 인민, 국가, 민족으로 문맥에 따라 여러 형태로 번역되어 질 수 있는, 이 나시옹의 개념이 개인의 자유개념과 뗄래야 뗄 수 없는 각별한 관계를 맺고 있는 지는, 현재 자유민주주의 체제속의 동서양 현대인들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다. 그래서 탐욕에 눈이 멀었던 제국주의시대를 거친 후에도 자신이 개인인지, 자유인인지, 그리고 세계시민을 지향하는 근대인인지 헷갈려하는 인류의 무지는 20세기를 가장 가혹한 전쟁터로 만들었다.

 

지금도 무늬만 자유민주주의인 상당수의 주권국가들이 지정학적, 정치사회적, 언어문화적 전통 습속(Mores)들을 감당해내지 못하고, 이렇게 저렇게 인류역사의 흐름을 지그재그로 휘어지게 가도록 만들고 있다.

 

 

취임전, 후부터 계속 자유의 개념과 중요성을 강조해 오고 있는 윤대통령의 고민은, 이 폭넓게 이해되고 있는 근대적 자유개념을 어떻게 대한민국 국민들에게 전파하는가 하는 것이리라. 특히 문정권 5년동안 좌우의 이념적 내전상태를 경험했던 자유대한민국의 현실적 고통은 심각하다. 그래서 아직도 사회적 진지속에서 주도권을 행사하고 있는 종북좌파세력의 반대한민국적인 파괴행위를 막아내고, 정의와 공정, 법치의 근원으로서 작동하는 개인의 자유개념을 한시바삐 보편의식으로 만들어야겠다는 윤대통령의 조급함도 느껴진다.

 

그러나 스포츠의 저변이 넓을수록 세계챔피언의 배출도 많아지는 것처럼, 자유개념에 대한 이해저변을 넓혀가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사회 각계각층의 지식인 사회를 통해 자유에 대한 담론을 확대하고, 공론화를 통해 선정된 자유의 개념들을 체제교육을 위한 공교육의 기초자료로 삼는 것부터 시행해야 한다. 이렇게 자유대한민국의 정신을 살리는 길이야말로, 국가생존은 물론, 미래의 발전과 번영을 유도하는 첩경이기 때문이다.

 

강 · 량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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