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진실의 미륵불... “스탈린” / “베어먼”

- KGB 동원한 스탈린 치하 공산주의 체제의 허상(虛像)
- 평등·공정·정의를 외치며 나타난 무리들의 위선(僞善)
- 가공되지 않은 소박한 진실만이 평가 받을 것

 

“키에르케고르”가 『절망은 죽음에 이르는 병』이라 한 것과 같이 미래에 대한 희망이 없는 것처럼 불행한 것은 없다. 그래서 어느 때나 사람들은 세상이 어지러워지면 새로운 구세주를 갈망한다. 그 때마다 자신이 세상을 구원할 미륵불이라 하며 나타난 자가 예전에도 있었으며 현세에도 있다.

그들은 경률론(經律論)을 독송하고 의식주(衣食住)를 보시하고 계행(戒行)을 수양하는 등을 한 현존의 미륵불이라 하였으나, 사람들에게 풍요와 안녕을 가져다주기는커녕 오히려 빈곤과 불안을 가져다주었다.

 

근간에 우리나라에도 우주의 모든 상서로운 기운을 지닌 듯이 외치며 나타난 한 무리가 있었으며, 평등·공정·정의를 외치며 나타난 또 한 무리가 있었다. 그들은 자신들만이 어떠한 역경도 이겨나갈 미래에 대한 희망이라 하였으나, 그렇지 않았다. 모두 미륵불인 것처럼 외쳤지만 사람들에게 자비를 나타내 보이기보다, 사람들로부터 비난을 받았으며 모두 위선에 있어서는 한 치의 양보도 없었다.

 

 

‘위선의 태양’과 ‘마지막 잎새’

 

태양은 너무나 따뜻하고 아름답지만, 너무 뜨거워 가까이 다가갈 수 없다. 그 빛은 눈을 멀게 만들 수도 있기에 인간은 언제나 다른 사물을 통해 태양을 본다. 이는 결국, 인간은 영원히 태양의 본질, 그것의 진실을 알 수 없다는 것이다.

이와 같은 태양의 특징을 잘 다룬 니키타 미할코프 감독의 『위선의 태양』이라는 영화가 있다. 인민들에게 태양과 같은 존재로 찬란히 빛나던 스탈린은 진짜가 아닌 『위선의 태양』이었음이 그 제목으로부터도 신랄함이 가슴에 와 닿는다. 어쩌면 지금까지도 은밀한 그림자처럼 인민의 정서 속에 깊이 드리워져 있을 독재자의 흔적은 한 때에는 소련의 전설이었다.

볼셰비키 혁명의 영웅, 소련 건국자 레닌의 추종자이며 그의 유일한 후계, 만능의 천재, 빛나는 태양, 삶의 지주, 위대한 선생, 동무 등 수많은 수식어는 이 “강철의 사나이”가 이룩한 업적과 그의 일대기가 “전설”이 되기에 충분하였다.

하지만 시간의 흐름과 함께 KGB를 동원한 스탈린 치하의 공산주의 체제가 뒤집어쓴 찬란하면서도 허황된 껍질이 낱낱이 벗겨진 오늘날, 그 허상이 어떻게 포장되었던 간에 결국 여느 독재국가의 하나에 지나지 않았음이 드러났다. 스탈린 시대의 체제는 가공된 거짓의 공동체에 살아갈 수밖에 없었던 인민에게는 결국 위선이었던 것이다.

 

 

이와 같이 『위선의 태양』에 묘사된 것과 선전, 미디어 등의 매체를 통해 가공된 이상적인 이미지는 인민들에게 “강철의 사나이” 스탈린을 미륵불로 여기기에 충분하였다. 하지만 미륵불과 같이 스스로 숭배의 대상이 되고자 각종 흉상·동상·초상 등을 건립했던 독재자 스탈린의 위선에 기괴하게 변질된 혁명의 폐해는 인민들에게는 견딜 수 없는 고통이었다.

 

모든 이들의 이상을 실현할 혁명이 이루어졌음에도 불구하고 이와 같이 인민의 삶은 어딘가 모르게 불안정하고 고통으로 와 닿고 있었던 것이다.

우리나라에도 모든 상서로운 기운을 지닌 듯이 외치며 나타난 한 무리와 평등·공정·정의를 외치며 나타난 또 한 무리는 매체를 통해 이상적 이미지로 자신들을 가공하여 미륵불로 보이고자 하였으나, 얼마 지나지 않아 그 위선이 만천하에 드러났다.

물론, 사회의 보편적 상식·도덕·기강이 무너져 많은 사람들이 가치관의 갈등을 겪으며 견딜 수 없는 고통을 당했다. 모든 사람들의 이상을 실현할 세상을 이루었다고 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어딘가 모르게 삶에 있어서 가치관의 갈등을 겪으며 서로 반목하였다.

 

 

우리는 오 헨리의 단편소설 『마지막 잎새』를 읽었거나 접한 일이 있다.

『마지막 잎새』에는 담쟁이덩굴의 잎을 보면서 그 잎이 모두 떨어지면 자신도 죽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폐렴 투병의 여자 화가인 존시가 있다. 그리고 언젠가는 걸작을 그릴 것이라고 말하던 늙고 볼품없는 술주정뱅이 베어먼이 세찬 비바람이 몰아치는 날, 이미 떨어져버린 담쟁이덩굴의 마지막 잎을 남기기 위해 목숨도 아랑곳 않고 그것을 그린다.

그날 밤은 심한 비바람이 몰아쳤고 그 다음날 밤에도 비바람이 몰아쳤지만, 담장에 마지막 남은 담쟁이덩굴의 하나의 잎이 그대로 남아있는 것을 본 존시는 기력을 회복하게 된다.

심하게 몰아치는 차가운 비바람을 맞으며 밤을 새워 담벼락에 잎을 그린 베어먼은 이틀 후에 폐렴으로 죽고 말지만, 이 사실을 안 존시의 친구인 슈는 “마지막 잎새”가 그가 생전에 언젠가 그리겠다고 한 걸작이라는 것을 안다.

 

‘거짓의 미륵불’, ‘진실의 미륵불’

 

사초개서(史草改書)·통계조작(統計造作) 등을 함으로써 이상의 미륵불로 자신을 가공한 자의 위선도 얼마 지나지 않아 드러났으며, 자신을 가공하지 않은 자의 진실도 또한 곧 드러났다. 우리에게는 가공되어 수 많은 수식어가 붙은 “강철의 사나이”로 불린 위선자 스탈린은 거짓의 미륵불이며, 가공되지 않고 자신의 목숨까지 희생한 폐렴 환자였지만 최고의 걸작인 “마지막 잎새”를 그린 베이먼이 진실의 미륵불로 와 닿는다.

이와 같이 자신을 미륵불이라 가공하는 자는 거짓의 미륵불이며, 자신을 미륵불이라 가공하지 않는 자는 진실의 미륵불이다.

 

현세와 미래에도 예수가 자신이 재림한 예수라고 칭하지 않을 것처럼 미륵불도 자신이 스스로 강림한 미륵불이라고 하지 않을 것이다. 단지 민초들의 삶에 예수의 재림이 있었고 미륵불의 강림이 있었던 것 같다는 흔적만을 남길지도 모를 일이다.

 

 

그러므로 평소에 남보다 조금 더 선망의 자리를 맡고자 하는 뜻을 가진 자는 늘 겸손하면서 죽림(竹林)이 바람 지나간 소리를 가두지 않고, 호수(湖水)는 새가 지나간 흔적을 남기지 않듯이 주어진 임무를 말없이 수행해야 한다. 언제 어디서나 이와 같이 할 때 가공된 이상의 이미지의 거짓 미륵불이 아닌, 가공되지 않은 소박한 이미지의 진실의 미륵불로 불러질 수 있다.   

이는 사회의 지도자만이 아니라 우리 모두에게 적용될 수 있을 것이다.

 

深 · 思 · 翁 (심사옹)  <객원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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