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인년(壬寅年) 초가을... 어느 꿀꿀이의 일기(日記)

- “선제 타격”과 “담대한 구상”에 지렸다네
- 5년여 동안의 숙면(熟眠)은 물 건너갔고
- 더 큰 ‘핵 공갈’로 만회하려 해보지만...
- 불안감만 스스로 폭로한 꼴이 되었지

 

 

  넓은 광장에 하얀 옷을 입은 군중(群衆)이 들어찼다. 광장 중간에는 고사상(告祀床)이 차려져 있다. 그 상 위에 커다란 돼지머리가 피를 흘리며 놓여 있는 게 아닌가. 나이든 양키 박수무당과 넙데데한 남녘 남자보살이 칼과 무령(巫鈴, 잡귀 쫓는 방울)을 흔들어대면서 희희덕 어울려 춤을 춘다. 여기저기서 노랫소리가 들린다. “이제 가면 언제 오나 훠어이 훠어이...”

 

  흠칫 놀라 눈을 떴다. 꿈이다. 등골이 써늘하다. 식은땀도 흐른다. 언제 적부터 잠자리가 뒤숭숭했다. 비슷한 꿈이 계속된다.

  아마 서너 달 전쯤부터 일게다. 남녘으로부터 봄바람에 “선제 타격”이란 말이 실려 오고 나서 시작됐지 싶다. 그러다가 한여름에 “담대한 구상”이 전해지고, 뒤를 이어 “이산가족(離散家族) 어쩌구”하는 헛소리가 들리고 나서는 꿈이 더욱 흉측해졌다. 돌이켜보건대...

 

  지난 몇 년간, 대충 5년여 동안은 잠자리가 편했다. 숙면(熟眠)에다가 큰 걱정거리가 없었으니 낯짝과 몸통에 살이 통통하게 올랐다. 그 살의 사연을 갖고 안팎에서 이러쿵저러쿵했지만, 그 이유를 잘못 짚은 거였다.

  걱정거리를 없애는 비결(祕訣)은 간단했다. 할배와 애비가 경험에 의한 학습의 결과로 물려주셨다.

 

  남녘의 ‘삶은 소 대가리’며, ‘겁먹은 개’, 또는 ‘특등 머저리’들은 단순하다. 결국 같은 족속이고 어떤 상황에서도 서로 이해하는 우리 편이긴 했다.

  이들에게 가끔 핵미사일 ‘공갈’(恐喝)을 날린다. 어쩔 줄 모르며 잔뜩 긴장하고 있을 때, 비핵화(非核化) ‘뻥’을 던진다. 감지덕지(感之德之)하면서 달려든다. 뭐든 다 해줄·퍼줄 기세로...

 

  이렇듯 핵으로 만든 ‘공갈 뻥’을 적절히 베푼 후에, “대화”를 외치면 된다. 시간·장소·날씨 등등과 상관없이 무조건 “감사합니다”를 연발하고 쪼르르 달려 나온다. 그 만남에서 일장 훈계와 함께, 공동성명·선언이나 합의서 같은 종잇조각에 싸인만 해주면, 그걸 ‘신주(神主) 모시듯’ 하게 마련이다. 내용이야 뻔할 뻔자다. 남북 화해 협력, 한반도 평화, 군사적 긴장 완화...

 

 

  더구나 우리에게야 한낱 X간의 휴지보다 못하지만, 그걸 읽고 또 읽으면서 반드시 실천한다고 난리도 아니었다. 하는 꼬라지에 웃음도 나오고, 또 한편으론 측은하기까지 하더라구....

  하나 더하면, 그 시절 양키나라 '허풍쟁이'는 요리하기가 더 쉬웠지. X구녕을 핥아줄 듯이 온갖 아양만 떨어대면 따지지도 묻지도 않고 오케이. 허풍과 뻥은 원래 궁합이 잘 맞는 법이었다. 그런데...

 

  ‘공갈 뻥’, 특히 ‘뻥’이 잘 먹히질 않게 됐다. 양키나라에 나이든 양반네가 들어서고, 남녘에서도 ‘소 대가리’와 ‘개’와 ‘머저리’ 등이 맥없이 밀려나 버렸다. 잠자리가 편치 않아졌다. 이리저리 동서(東西) 바다에 미사일을 처박는 푸닥거리를 해봤지만, 크게 나아질 모양새가 아니었다.

 

  이러다간 우리 가문(家門)의 전통인 체중(體重)마저 잃게 된다. 밤잠을 설쳐서 몸통 근수(斤數)가 빠지면 ‘백도혈통’(百盜血統)의 적자(嫡子)로서 체면을 구기게 되지 않겠나. 그래서...

 

  특단의 방책을 세우기로 했다. 특단 이래 봤자, ‘공갈 뻥’에서 통하지 않을 ‘뻥’을 빼는 것이다. 대신 ‘공갈’을 더 크게 하기로 했다. 까불지 말고 조용히 수그리고 있으라고. 잠자리 좀 편하게 시리...

 

  “내 맘대로 핵무기를 쓴(쏜)다! 특히, 내 대가리를 위협하면 무참하게 뭉개 버린다! 핵 포기와 협상은 없다!”

 

  아예 ‘법령’(法令 : 핵무력 정책법)으로 못을 박았다. 하긴 ‘법’(法)이 무슨 소용이겠나마는... ‘법’보다 내가 위에 있고, ‘법’은 내 손아귀에 있거늘. 다만 공갈의 세기가 강해질 듯해서...

 

  그런데 아뿔싸!

 

  남조선 보수 패당(牌黨)이나 양키나라의 반응은 뜨뜻미지근하단다. 예전과 거의 다름없이 “유감”, “비핵화”, “대화”나 씨부리고 있다니 원. 더구나 ‘공갈’이 먹히려면 시선이 집중되어야 하건만...

  섬나라 여왕 죽음, 9·11 테로 21 주년, 오징어 게임, 로시아-우크라 전쟁 등에 묻혀 국제적으로 전혀 이목을 끌지 못하고 있질 않던가.

  여기에다가 남녘에서는 찢·돌의 과거 현재 협잡·분탕질과 관련한 여러 얘깃거리들에 인민들의 관심이 쏠려있다고 하네. 그나마 일부 언론매체들이 ‘공갈’에 대해 호들갑 비슷하게 기사를 취급하고 있을 뿐이라고.

  이에 대해, 우리 혈통(血統)에 적대적(敵對的)인 많은 인민들은 콧방귀나 뀌고 있다니...

 

 

 '공갈'을 크게 쳐놨지만, 더럭 겁이 몰려왔다. 특히나 가장 불안한 건, 혹시 들킨 게 아닐까? 걱정 끝에 유일한 혈육이자 내 주변에서 가장 믿을 만한 비쩍 마른 누이에게 물었다.

 

  “우리한테 쓸만한 핵무기가 있긴 있는 게야?

 

  비쩍 마른 누이가 슬며시 내 귀를 잡아당기며 속삭였다.

 

  “오라버니, 걱정도 팔자구먼. 있어도 그만, 없어도 일없는 거 아니갔소. 우선 모지리 같은 우리 조선 인민들이 믿고 있으니 됐고... 양키나라남조선 패당들도 우리가 그걸 갖고 있을 거라고 확신하고 있으니, 지금처럼 공갈이나 마구 치면 되는 거 아니요.”

 

  그렇다. 듣고 나니 다소 안심이 됐다. 그래, 앞으로도 쭈우욱 ‘공갈’이다. 다시 한 번 통큰 다짐을 해본다. 오늘은 편안하고 깊은 잠을 잘 수 있겠지...

 

 

  # 그 뒷얘기... 믿거나 말거나. 웃자고 하는데 죽자고 덤비지는 말자.

 

  꿀꿀이가 일기장을 덮고 나서 잠자리에 들었단다. 그러나...

 

 

  어젯밤 꿈속에서 본 핏물 흐르는 돼지머리가 눈앞에서 지워지질 않았단다. 엊그제부터는 남녘 반동들의 삐라도 북녘 하늘에 날리기 시작했다는 보고가 귓전에 맴돌았고.

  그걸 막아 줄 남녘의 ‘삶은 소 대가리’도, ‘겁먹은 개’도, ‘특등 머저리’들도 이젠 남녘에서 그 꼴 그대로 되어버렸질 않던가. 침실 밖에다 소리를 질러댔다고 한다.

 

  “야, 술 가져오라우!”

 

李 · 斧 <主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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