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임을 목전에 두고 이루어진 기자간담회에서 소위 대통령이란 사람의 발언을 듣고 말하는 그 입을 의심해야 할 것인지, 아니면 듣고 있는 나의 귀를 의심해야 할 것인지 아주 당혹스러웠다.
조국 전 장관과 관련한 “마음의 빚” 질의에 대한 답변은 확증편향(確證偏向)의 그릇된 신념으로, 건전한 상식의 한 시민에게는 듣기가 거북하고 역겨웠다. 자신의 결심을 바탕으로 일국의 지도자가 된 사람이 난전의 사람들도 감히 하지 않는데 범죄자를 두둔하고 연민을 느낀다는 듯이 발언을 한 것은 잘못되어도 크게 잘못된 것이다.

“마음의 빚”과 잘 어울리는 글로 주자가훈(朱子家訓)의 “시혜무념(施惠無念) 보은불망(受恩不忘)”은 “은혜를 베푼 것은 마음에 두지 않고 은혜를 입은 것은 잊지 않는다”는 뜻으로 많은 사람들이 가훈으로도 하고 있으며 지켜야 할 도리이다.
명심보감(明心寶鑑)의 정기편(正己篇)에 “귀로 남의 그릇됨을 듣지 말고, 눈으로 남의 모자람을 보지 말고, 입으로 허물을 말하지 않는다”는 글이 있듯이, 이번 간담회에서 있었던 것을 못들은 것으로 외면할 수도 있다.
하지만 명심보감의 이 말을 지키면서 세상을 살아가면, 나는 화를 면할 수 있겠지만 사회는 그릇된 길로 갈 것이다. 나의 주위가 화를 입게 되고 결국에는 나에게도 그 화가 미치게 되기에 “마음의 빚”과 관련한 잘못에 대해 한마디 하고자한다.
춘추전국 시대의 한비자(韓非子)가 “군주는 그저 상벌이 엄격하고 분명하면 정부를 만능으로 만들 수 있다”고 한 것은 지도자가 사적인 “마음의 빚”으로 국정을 운영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경계한 것이다. 이러함에도 불구하고 조국 전 장관과 관련한 “마음의 빚”의 질의에 대해 한점의 거리낌도 없이 연민의 여러 답변한 것을 보면, 지금까지 일부의 국정을 사적으로 운영하였다는 것을 은연중에 나타내 보인 것이다.
아주 작은 조직의 지도자도 공(公)과 사(公)를 분별할 줄 알고 모두에게 이득이 되도록 하는데 그렇지 않았다는 것을 나타내 보인 것이다. 더 나아가 “조용히 잊혀진 사람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본인의 말도 하나의 수사적 쇼에 지나지 않음을 드러낸 것이다.
지금까지 잘못 배운 그릇된 신념에 의한 국정운영, 특히 적자재정의 국정운영은 미래세대에게는 너무나 큰 “등골을 빼는 빚”이 되어 있다. 지금도 늦지 않았으니 기자간담회에서 “마음의 빚”과 관련하여 거리낌없이 답변을 하였듯이, 일부 국정을 사적으로 운영한 것에 대한 고백을 하고 그에 상응하는 책임을 져야한다.
그렇지 않는다면 태산이 짓눌리는 아픔에다 불에 던져져 타는 한 마리의 모기가 겪는 고통만이 기다릴 것임을 잊지 않았으면 한다. 하늘을 가득 채울 죄도 바른 뉘우침으로 용서가 되듯이 “조용히 잊혀진 사람으로 돌아가고 싶다”면, 그간의 사적인 “마음의 빚”으로 행한 국정운영의 잘못을 반드시 고백하고 물러나야 한다.
深 · 思 · 翁 (심사옹) <객원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