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편의 시] 봄날

 

 

봄날                               - 돌 산 - 

 

목련꽃 피는 날

새로 난 자전거 길을 걸어서 그냥 걸어서 간다

여기가 어디인지

무엇 때문에 여기 왔는지도 잊은 채

 

따스한 햇살 아래

이런 날은 빨래도 기분 좋게 마를 거라는 싱거운 생각을 하면서

스쳐지나가는 자전거 한 대를 물끄러미 바라본다

 

처음 자전거를 배우던 때

이제는 떠나고 안 계신 아버지의 환한 웃음처럼

목련꽃 화들짝 피어올랐다

발도 닿지 않는 높다란 자전거를 타보겠다고 낑낑거리던 꼬마 지지배

어느새 세월따라 주름만 늘어서

 

목련꽃 따스한 꽃길을

혼자서 걸어간다

햇살이 종종걸음을 치며 따라오는 자전거 길을

목련꽃처럼 슬렁슬렁 걸어서 간다

저만치서 벚꽃이 질투하듯 터져오른다.

 

     *  [한편의 시]를 통해 무명의 시인들이 쓴 아름다운 노랫말을 연재하겠습니다.   

        소중한 작가분들께 많은 격려와 응원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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