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보편적 재해" 2년차, 새해엔 "범지구적 대응" 절실

- 팬데믹 끝나면 북핵문제 재등장할 것
- 인류는 코로나 말고도 많은 문제 안고 있어
- 민족국가와 국제질서 자체의 미래도 위험
- 인류보편적 재해에 인류적 공동대응 모색해야

2020년이 저물고 2021년이 시작되지만, 우리는 여전히 코로나-19 팬데믹에게 지배당하고   있다. 신규확진자 수치가 다시 솟구치고, 변종 바이러스가 발견되는 한편, 사망자의 연령대나 증상도 계속 달라지고 있다. 해외에서 백신이 개발되었다지만 보편적 접종이 이루어지기 까지는 1년여의 시간이 더 필요해 보인다.

 

 

팬데믹이 닥치기 전, 사람들과 얽히고 설켜 살던 시절이 아득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그렇지만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라는 자연재해가 온 세상을 휩쓸기 전에는 우리가 평안하게 살았던가 하면 그렇지도 않다. 이전 3년 동안 한국인들은 대통령을 탄핵하고, 김정은은 쉬지 않고 미사일과 핵 실험을 해댔다. 이 세계적 역병이 전 인류를 강타하기 전부터도, 한국인들은 공화정의 불안정과 북한의 핵위협이라는 인공재해로 몸살을 앓고 있었다.

 

우리는 요즘 화이저, 모더나, 아스트라제네카 등의 제약회사들이 개발한 백신이 효능을 발휘하여 이 팬데믹이 물러간 뒤 다가올 경제회복이 어떤 양상을 띨 것인가를 놓고 경제분석가들이 내 놓는 여러가지 전망을 접할 수 있다. 그렇지만 북한의 위정자들은 코로나 사태가 잠잠해지고 나면 군사활동을 자유롭게 전개할 수 있다는데 주목할 것이다. 감염증이 수그러들고 남북한 모두 제 기능을 회복하게 되면, 남한정부는 경제성장에 대통령 지지율을 걸고 북한정권은 핵개발에 사활을 거는 전략적 모순관계가 한반도에 재현될 것이 뻔히 내다보인다.

 

우리는 팬데믹이나 북핵위협 이외에도 많은 위험에 둘러싸여 있다. 기후변화, 국제난민, 부채누증, 약체국가(weak states), 국제협력의 쇠퇴, 미국의 영도력 소멸 등 모두가 지금의 국제질서와 민족국가 자체의 지속가능성을 위협할 수 있는 심각한 문제들이다.

 

지난 해 겨울에는 최악의 미세먼지, 여름에는 54일간 920mm의 비가 내리는 긴 장마를 겪었다. 이상기후는 전세계적으로 발생해서 국제식량기구들은 식량공급 부족에 따른 기근을 경고하고 있다. 아프리카와 중동 등 지구 위의 많은 지역이 사막화하면서 국제적 유민들이 발생하고, ISIS와 같은 테러리스트 집단이 사이버 매체를 활용하여 그 유민들을 전사로 충원하는데도, 기후변화를 다루는 국제회의는 문제의 심각성에 대해서 합의할 뿐 공동행동을 위한 구속력 있는 조약을 만들어내지 못한다.

 

팬데믹과 이상기후는 생산활동을 저하시킨다. 실업이 늘어나면서 가계와 기업이 부채로 연명하고, 각국 정부는 늘어나는 공공의료비와 실업수당을 감당하기 위해 사상최대 규모의 적자예산을 집행하고 있다. 대다수 개발도상국들은 과도한 부채부담으로 인하여 국민의 생존적 수요에 응하지 못하고 정치적 무질서의 나락으로 떨어질 위험을 안고 있다. 이른바 약체국가의 문제이다.

 

선진국들은 국제결재통화를 발행하여 국민생활의 수요를 충족시켜 가며 국내정치적 안정을 기하는데 급급하여 개발도상국의 기근이나 정치적 불안정을 완화시키기 위한 원조를 제공할 여력이 없다. 제2차 세계대전 종전 이후 국제기구 설립과 국제협력의 성장을 주도해 왔던 미국이 코로나 팬데믹 극복에 아무런 영도력(leadership)을 발휘하지 못함으로써 국제협력에 대한 기대 자체가 사람들의 마음으로부터 사라지고 있다.

 

문명은 시련을 겪으며 성장하여 왔다. 우리는 지난 1년에 걸쳐 코로나 팬데믹을 통하여 인류 보편적 재해의 심각성을 체험했다. 팬데믹 2년차에 접어든 우리가 질병 이외에도 인류 보편적 재해를 일으킬 요인들을 많이 안고 있다는 현실 인식을 가다듬을 수 있다면 지난해의 시련을 통해 성장한 것이 된다. 2021년 우리는 인류 보편적 재해에 대응하기 위한 범지구적 공동대응 방안을 찾아 나서야 할 것이다. 팬데믹 이후의 세상은 지금의 민족국가나 국제정치 질서를 수선하거나 재구성하면서 지속가능성을 모색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임 수 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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