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호의 이념과 역사] 호모 사피엔스의 여정

호모 사피엔스

 

 

이번에는 인간을 침팬지와의 비교가 아니라 호모 사피엔스(Homo sapiens) 자체로서 살펴보기로 하겠다. 호모 사피엔스(Homo sapiens)는 인간의 생물학적 학명(學名)이다. 학명은 라틴어 또는 라틴어화한 낱말로 속명(屬名)과 종명(種名)을 순서대로 이어 쓰는 방식으로 표기한다. 호모 사피엔스(Homo sapiens)도 라틴어로서, 속명 호모(Homo)는 인간, 종명 사피엔스(sapiens)는 지혜를 뜻한다.

 

그런데 학명은 정식으로는 속명 종명 다음에 명명자(命名者)의 이름을 붙이는 삼명법(三名法)이 원칙이다. 알파벳 표기법도 정해져 있다. 속명과 종명의 표기는 기울어진 서체를 사용하며 속명 첫 글자는 대문자로 나머지는 소문자로 한다. 그리고 명명자(命名者)의 이름은 첫 글자는 대문자로 하고 나머지는 소문자로 쓰되 기울지 않은 정자체로 쓴다.

 

이 원칙에 따른 인간 학명의 정식 표기는 Homo sapiens Linnæus이다. Linnæus는 명명자인 린네(Linné)의 이름을 라틴어 방식으로 표기한 것이다. (æ는 a와 e의 합성자로 라틴어식 표기에 사용된다.) 스웨덴의 식물학자 린네(Carl von Linné, 1707~1778)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식물학자가?”라고 하겠지만 린네는 학명 명기법을 최초로 고안한 사람이었다.

 

 

린네의 생물분류학

 

린네는 자신의 분야인 식물학을 넘어 생물 분류학을 체계화하고 그에 따른 생물의 학명 명기법을 정립했다. 린네는 1735년 <자연의 체계, Systema Naturæ>라는 논문으로 분류학을 제기하고 계속 정립해나갔다. 이렇게 린네로부터 시작된 생물학적 분류체계는 크게 종속과목강문계(種属科目綱門界)라는 7개의 단계별 분류로 체계화돼 있다.

 

상위에서 하위로 이어지는 순서로는 계문강목과속종(界門綱目科属種)인데, 영어로는 각각 다음과 같다. 계(界)는 kingdom, 문(門)은 division (동물분류에서는 phylum), 강(綱)은 class, 목(目)은 order, 과(科)는 family, 속(屬)은 genus, 종(種) species이다. 이 7개의 기본 분류 내(內)에 영어로는 sub 한자어로는 아(亞)를 붙이는 하위 분류로 더 세분화하기도 한다.

 

인간은 이 분류체계에 따른 생물학적 분류로는 다음과 같다. 동물계(動物界, Animalia), 척삭동물문(脊索動物門, Chordata), 포유강(哺乳綱, Mammalia), 영장목(靈長目, Primates), 사람과(사람科, Hominidae), 사람속(사람属, Homo), 사람(sapiens)이다. (현재 한국에선 생물학적 분류에선 한자어 人間을 쓰지 않고 ‘사람속 사람과 사람’으로 쓴다.) 참고로 침팬지의 학명은(Pan troglodytes)인데 그 과(科, family)는 사람과인 Hominidae에 속한다.

 

인간의 인간다움은 생물학적 차원 이상이다

 

그런데 이 같은 분류는 어디까지나 생물학적 차원일 뿐이다. 물론 인간에 대한 생물학적 종으로서의 이해가 중요치 않은 것은 아니다. 하지만 자연과학적 차원에서 보자면 인간은 생물학적으로만이 아니라 또 다른 방식으로 규정할 수도 있다.

 

인간은 수많은 생물 중의 한 종이다. 그런데 모든 생물학적 존재는 그 이전에 화학적 존재이다. 그리고 모든 화학적 존재는 더 거슬러 환원(還元)하면 물리학적 존재다. 물리학적 견지에서 보자면 “인간은 자연의 기본입자들의 집합체에 불과하다.” 영국의 물리학자 스티븐 호킹(Stephen W. Hawking, 1942~2018)은 <위대한 설계 The Grand Design>(2010)에서 그렇게 언명했다.

 

 

인간은 생물학적 존재일 뿐 아니라, 화학적 존재이며, 물리학적 존재인 게 맞다. 그러나 그런 자연과학적 환원으로는 인간의 인간다움에 대해 설명하지 못한다. 오히려 그 같은 환원과는 반대로 인간이라는 한 생물학적 종이 어떻게 그 차원 이상의 존재가 되어갔는가를 이해하는 게 중요하다. 호모 사피엔스(Homo sapiens)의 사피엔스(sapiens) 즉 지혜(智慧)라는 명명(命名)의 함의(含意)에 어울리는 존재답게 되어 간 것에 대한 이해다.

 

호모 사피엔스의 여정

 

진화론적 차원에선 호모 사피엔스의 등장에 대해 통상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500만 년 전 쯤 사람과의 최초 인류인 오스트랄로피테쿠스(Australopithecus Afarensis)가 출현했다. 아프리카에서다. 이어 호모 에렉투스(Homo erectus)가 180만 년 전 역시 아프리카에서 등장했다. 이 호모 에렉투스는 세계 각지로 이동했다. 하지만 세계 각지의 호모 에렉투스는 현생 인류의 직접 조상은 아니다. 각지로 이동한 호모 에렉투스는 대가 끊어지고 20만 년 전 다시 아프리카에서 등장한 호모 사피엔스가 현생 인류의 조상이 된다.

 

한 때 네안데르탈인을 호모 사피엔스의 아종(亞種, sub species)으로 간주하기도 했다. 현생 인류의 직접조상인 호모 사피엔스는 ‘호모 사피엔스 사피엔스’, 네안데르탈인은 ‘호모 사피엔스 네안데르탈렌시스’라고 했다. 그러나 현재는 네안데르탈인은 호모 사피엔스의 아종(亞種)이 아니라 그냥 호모 네안데르탈렌시스(Homo neanderthalensis)로 보는 게 일반적이다. 어떻든 이 네안데르탈인은 약 4만 년 전 사라지고 최종적으로 호모 사피엔스가 현생 인류의 조상으로 살아남았다.

 

오스트랄로피테쿠스 출현 이래 대규모 빙하기가 4차례 있었다. 살아남은 호모 사피엔스는 약 7만 4천 년 전 시작된 마지막 빙하기의 생존자였다. 마지막 빙하기는 슈퍼 볼케이노라 불리는 인도네시아의 대규모 화산 폭발로 급작스럽게 닥쳐왔다고도 한다. 엄청난 화산재가 장기간 햇볕을 가리면서 빙하시대를 초래했다는 것이다.

 

 

 

한 주장에 따르면 인류는 이 빙하시대로 거의 멸종 위기까지 몰려 6만년 전 무렵에는 불과 2천 명 내외의 집단으로 위축되었다고 한다. 이 작은 집단이 오늘날 77억 인류 모두의 조상이라는 것이다.

 

멸종 위기를 넘기고 살아남은 이들 인류의 조상은 4~5만 년 전 또 다시 전 세계 각지로 퍼져 나갔다. 그리고 지금부터 1만 년 전 무렵 인간은 그 전 499만 년 전과는 다른 새로운 시대로 접어들었다. 문명(文明)을 향해 나아가기 시작한 것이다. 사피엔스다움의 본격적 발현일 터이다.

 

문명 이전을 통상 원시시대(原始時代)라 한다. 그런데 이 원시시대에 대해선 에덴(Eden)에 대한 신화적 향수와 같은 감상이 있어왔다. 자연이 주는 시련은 가혹했지만 사람들 사이의 관계는 착하고 평화로웠다는 발상이다. 그렇다면 문명은 그저 낙원의 상실이요 타락인 셈이다. 그러나 이 같은 생각은 낭만적 착오다. 원시시대는 결코 낙원이 아니었다.

 

 

이 강 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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