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추행으로 피소된 직후 극단적 선택을 한 박원순 전 서울시장을 옹호하는 다큐멘터리 ‘박원순을 믿는 사람들’ 의 개봉이 예고되면서 논란과 비판이 일고 있다.
박원순 다큐멘터리 제작위원회 ‘박원순을 믿는 사람들’은 지난 2일 영화 ‘첫 변론’의 포스터를 공개했다. 수첩을 보는 듯한 박 전 시장의 모습이 담긴 포스터에는 “세상을 변호했던 사람. 하지만 그는 떠났고, 이제 남아있는 사람들이 그를 변호하려 한다”는 문구가 담겼다.
지난달 유튜브 채널에서 공개한 1분 30초분량 다큐멘터리 예고편에는 ‘시장의 사망 자체를 하나의 유죄 인정으로 받아들인 것’이라며 ‘당사자가 더 이상 반론을 펴지 못하는 상황에서 그냥 마음대로 이야기를 하는 것’이라는 주장이 담겼다.
검찰은 2020년 7월 박 전 시장이 피소된 이후 숨진 채 발견되어 해당 사건을 ‘공소권 없음’으로 종결시켰다. 하지만 국가인권위는 2021년 1월 이 사건을 추가 조사해 피해자의 주장이 대부분 사실로 보인다며 박 전 시장의 성희롱을 인정했다.
박 전 시장의 부인 강난희씨는 피해자 주장만으로 고인을 범죄자로 낙인찍었다며 인권위 권고결정의 취소를 구하는 행정소송을 냈으나 지난해 11월 1심에서 패소했다. 당시 재판부는 “박 전 시장의 행위가 피해자에게 성적인 굴욕감이나 불편함을 줬다고 보여 피해자가 성희롱을 당했다고 인정할 수 있다”고 판결했다.
그런데 현재 공개된 예고편만 보면, 영화는 인권위 조사 결과와 법원 판결을 모두 부정하고 박 전 시장을 희생양처럼 묘사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오히려 예고편에서 김주명 전 서울시장 비서실장은 피해자 측의 반복적 성폭력 피해 언급에 대해 “전혀 그런 일 없었다. (피해자는) 오히려 비서실에서 일하는 것에 자부심을 느끼고 있었다”고 말했고, ‘비극의 탄생’을 쓴 오마이뉴스 손병관 기자는 “당사자(박원순)가 이미 사망해서 더 이상 반론을 펴지 못하는 상황에서 (성폭력이라고) 마음대로 얘기하는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영화의 개봉이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라는 비판이 거세게 쏟아지고 있다.
영화 ‘첫 변론’은 다큐 형식을 표방하고 있음에도 오로지 주인공의 미화에만 치우쳤다는 점에 대한 비판도 있다. 다큐 형식이라면 대상자의 공(功)뿐만 아니라 과(過) 역시 객관적으로 조명해야 하는 것이지, 주인공에게 불리한 내용은 모두 지우고 또한 주인공에 우호적인 사람들만 인터뷰하여 편집하는 방식은 개인의 미화를 넘어 신격화하는 것으로 잘못되었다는 지적이다.
박 전 시장 성폭력 피해자를 대리하는 김재련 변호사는 “박 전 시장 다큐를 만든다면 박 전 시장의 무책임한 행동과 잘못, (성폭력 사실을 인정한) 국가인권위 결정도 제대로 조명해야 한다”며 “다큐를 통해 왜곡된 내용이 전파된다면 이로 인한 피해자의 정신적 고통에 대해 배상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 도 · 윤 <취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