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메니아인들이 아르차흐의 심장이라고 부르는 수도 스테파나케르트의 중심부에는 한때 흰 석회암으로 지어진 대성당이 서 있었다. 그 위에는 도시 전역에서 보이는 돔과 종탑이 얹혀 있었다. 그 성당은 수많은 기도와 세례, 혼인성사를 증언했다.
전선에 나간 아들들을 위해 어머니들이 촛불을 밝히던 자리도 지켜보았다. 또한 그 땅에서 수세기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는 아르메니아 그리스도교의 뿌리를 지닌 신앙 공동체를 증언했다. 2020년 포격 당시, 가족들은 포탄이 떨어지는 가운데 그 지하실로 몰려들었고, 위쪽 성소가 흔들리는 동안 주님의 기도를 바쳤다.
오늘날 위성사진에는 한때 하느님의 거룩한 어머니 대성당이 서 있던 자리에 텅 빈 상처만이 보인다. 돔은 사라졌다. 종탑도 사라졌다. 십자가도 사라졌다.
이 대성당의 건축은 2006년에 시작되었고, 13년의 공사 끝에 2019년 축성되었다. 비록 새로 지어진 성당이었지만, 그것은 그리스도교의 가장 오래된 살아 있는 신앙 지형 가운데 하나 안에 서 있었다.
아르메니아는 로마와 유럽 왕국들보다 앞선 4세기 초에 그리스도교를 국교로 받아들였다. 아르차흐는 오랫동안 그 영적 지리의 일부를 이루어 왔다. 스테파나케르트의 대성당은 현대 건축물이었지만, 매우 오래된 그리스도교 현존의 가시적 연속이었다.
2026년 3월 초부터 4월 초 사이, 위성사진과 탐사보도는 이 대성당이 체계적으로 철거되었음을 확인했다. 아제르바이잔 당국은 이후 하느님의 거룩한 어머니 대성당과 인근의 성 하콥 성당을 모두 파괴했음을 인정했다. 이 성당들의 철거는 2023년 아제르바이잔의 군사작전 이후 12만 명이 넘는 아르메니아인들이 아르차흐에서 강제로 떠난 뒤에 이루어졌다.
그 철거는 또한 전 세계 아르메니아인들이 아르메니아인 대학살을 추모하는 4월 24일을 불과 며칠 앞두고 이루어졌다. 살아 있는 기억 속에서 세워진 대성당 하나가, 한때 그리스도교 민족 전체를 지워버리려 했던 참사를 기억하는 날의 전야에 지워진 것이다.
많은 서방 그리스도인들에게 아르차흐는 멀고, 지도 위에서 찾기 어려운 곳처럼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이 대성당의 파괴는 또 하나의 분쟁 국경지대 안에서 벌어진 단순한 지역적 사건이 아니다. 그것은 신학적 의미를 지닌 사건이다.
성당들은 서로 대체 가능한 구조물이 아니다. 성당은 복음이 특정한 장소에서, 특정한 민족 가운데 뿌리내린 곳을 표시한다. 성당은 그리스도교 예배가 세대를 넘어, 정권들을 넘어 지속되어 왔음을 증언한다.
그러한 성당이 그 신자 공동체가 쫓겨난 뒤 제거될 때, 사라지는 것은 건축물 이상의 것이다. 하나의 증언이 사라지는 것이다.
아르메니아 사도교회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 지속되어 온 그리스도교 공동체 가운데 하나다. 그 수도원들, 비문들, 전례들은 제국과 침략, 그리고 말살 시도를 견뎌 낸 신앙을 증언한다. 아르차흐에서 그러한 연속성은 그곳에서 예배하던 이들의 풍경과 상상력을 함께 형성했다.
이 문제를 국제법의 언어로 접근하든, 문화유산의 틀로 바라보든, 또는 그리스도교적 연대의 요구로 이해하든, 그 함의는 중대하다. 수세기 동안 지속되어 온 거룩한 현존이 불과 몇 년 사이에 제거되고 있다.
히브리서는 신자들에게 감옥에 갇힌 이들을 마치 자신도 그들과 함께 갇힌 것처럼 기억하라고 가르친다. 이 명령은 결코 지리적 한계에 묶인 적이 없다. 그것은 멀리 떨어져 있고 다른 언어를 사용하는 이들이라 하더라도, 성당들이 파괴되고 그들의 현존이 위협받는 공동체들을 기억하는 데까지 확장된다.
스테파나케르트 대성당의 돌들은 비명을 지르지 않을지 모른다. 그러나 그 돌들은 여전히 말하고 있다. 그것들은 그리스도교가 단지 시간을 통해 전해지는 일련의 신앙 내용만이 아님을 우리에게 상기시킨다.
그리스도교는 또한 장소들을 통해 전해지는 현존이다. 아르메니아의 성당들은 아르메니아인들에게만 속한 것이 아니라, 그리스도교 역사 자체에 속한다. 그러한 장소들이 사라질 때, 그 상실은 온 교회의 상실이 된다.
* 리베르타임즈에서는 '미국 가톨릭 지성(First Things)'의 소식을 오피니언란에 연재합니다. 한국 가톨릭 교회의 변화와 북한 동포를 위해 기도하는 교회가 되기를 소망합니다. - 편집위원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