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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자 제공 |
몽골 남고비주에 위치한 세계적 규모의 구리·금 광산 오유 톨고이(Oyu Tolgoi)에서 중국으로 향하는 구리 정광 수출길이 시위대에 의해 차단됐다.
광물 자원 개발 이익의 배분 문제를 둘러싼 몽골 내 불만이 다시 표면화되면서, 이번 사태가 단발성 시위에 그칠지 장기 대치로 번질지 국제 원자재 시장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현지 시간 6월 17일 오전, 몽골 시위 단체 ‘급진 개혁 운동’ 소속 회원들은 오유 톨고이 광산에서 중국 국경으로 이어지는 2차선 운송 도로를 막았다. 시위대는 타이어와 나뭇가지 등으로 바리케이드를 설치하고, 흰색 바탕에 붉은 글씨로 “Stop Rio Tinto”라고 적힌 현수막을 내걸었다.
오유 톨고이는 몽골 정부가 34%, 영국·호주계 다국적 광산기업 리오틴토가 66%의 지분을 보유한 초대형 광산이다. 리오틴토는 양측을 대표해 광산 운영을 관리하고 있다. 이 광산은 중국 국경에서 약 80km 떨어진 고비 사막에 위치해 있으며, 세계 최대급 구리·금 광상 가운데 하나로 평가된다.
오유 톨고이 운영사 측은 성명을 통해 시위대의 봉쇄가 현지 시간 오전 9시부터 시작됐으며, 트럭들이 구리 정광을 중국 국경으로 운송하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회사 측은 이번 봉쇄가 “운송 중단, 수출 중단, 계약 의무 이행 차질”로 이어질 수 있다며 우려를 표명했다.
경제적 충격도 적지 않다. 회사 측에 따르면 수출이 일주일 지연될 경우 몽골 국가 예산은 약 350억 투그릭, 미화 약 1,300만 달러 규모의 세수 손실 위험에 직면한다. 이 가운데 약 210억 투그릭은 광물 자원 사용료 수입 손실에 해당한다.
오유 톨고이는 몽골 국가 재정 수입의 약 9%를 차지하는 핵심 산업시설로, 매일 약 230억 투그릭 규모의 자금이 몽골 경제에 투입된다고 설명했다.
시위대의 핵심 요구는 몽골 국민에게 더 많은 채굴 수익이 돌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몽골은 석탄, 구리, 금, 희토류 등 풍부한 광물 자원을 보유하고 있지만, 상당수 국민은 여전히 개발 이익이 외국 기업과 일부 권력층에 집중되고 있다고 보고 있다.
몽골의 빈곤율은 최근 수년간 25~30% 안팎으로 거론돼 왔으며, 수도 울란바토르 외곽의 게르 지역과 외딴 목축 지역, 도시 저소득층을 중심으로 생활고가 이어지고 있다.
이번 사태는 단순한 노사 갈등이나 지역 시위가 아니라 몽골의 자원 주권 논쟁과도 맞닿아 있다. 오유 톨고이는 몽골이 지금까지 건설한 최대 산업 복합체로 꼽히지만, 동시에 외국 자본과 몽골 정부 간 수익 배분 구조를 둘러싼 논란의 중심에 서 왔다.
일부 세력은 외국 투자자의 퇴출까지 주장하고 있으며, 보다 온건한 진영에서도 리오틴토와의 기존 계약을 재협상해 몽골 측 이익을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중국과의 관계도 이번 사안을 복잡하게 만드는 요소다. 오유 톨고이에서 생산된 구리 정광의 주요 수출 경로는 중국이다. 중국은 전기차, 태양광,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 산업에서 세계적 생산기지를 구축하고 있으며, 구리는 이들 산업에 필수적인 전략 광물이다. 따라서 이번 운송 차질은 몽골 국내 정치 문제를 넘어 중국의 원자재 공급망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리오틴토 역시 중국과 완전히 무관한 기업은 아니다. 리오틴토는 영국과 호주에 상장된 다국적 광산기업으로 특정 국가 정부가 지배하는 회사는 아니지만, 중국 국유기업인 중국알루미늄공사, 즉 차이날코가 주요 주주 가운데 하나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중국 자본의 리오틴토 지분 확대 시도는 호주 내에서 국가 안보와 전략 자원 통제 논란을 불러일으킨 바 있다.
오유 톨고이의 중요성은 앞으로 더 커질 전망이다. 노천광산은 2011년 채굴을 시작했고, 구리 선광시설은 2013년부터 광석을 구리 정광으로 가공해 왔다.
2023년 3월 지하광산의 본격 생산이 시작되면서 오유 톨고이는 세계 구리 공급망에서 더욱 핵심적인 위치로 올라섰다. 전면 가동 시 매년 600만 대 이상의 전기차 생산에 필요한 구리를 공급할 수 있으며, 2030년에는 세계 4위 규모의 구리 광산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회사 측은 광산 노동자의 97% 이상이 몽골인이라며 오유 톨고이가 몽골 경제와 고용에 기여하고 있다고 강조한다. 또한 시민의 결사의 자유와 의사 표현의 권리를 존중하지만, 현재의 봉쇄는 국가 재정과 몽골 광업의 국제 신뢰도에 중대한 타격을 줄 수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시위대와 시민사회 일각은 광산 개발이 단순히 국내총생산과 수출 수치만 높이는 방식이어서는 안 된다고 반박한다. 몽골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소득 개선, 지역사회 보상, 환경 보호, 투명한 계약 구조가 확보되지 않는다면 초대형 광산 개발은 오히려 불평등과 정치적 불신을 키울 수 있다는 것이다.
몽골 정부도 딜레마에 놓였다. 한편으로는 국가 재정의 큰 축을 차지하는 오유 톨고이의 정상 운영을 보장해야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광물 자원 개발 이익을 둘러싼 국민적 불만을 외면하기 어렵다.
법 집행을 통해 봉쇄를 해제하더라도 근본적인 수익 배분 논쟁이 해결되지 않는다면 유사한 갈등은 반복될 가능성이 크다.
이번 오유 톨고이 수출로 봉쇄는 몽골이 처한 구조적 현실을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자원은 풍부하지만 국민 다수가 그 혜택을 충분히 체감하지 못하는 나라, 외국 자본 없이는 대형 광산을 운영하기 어렵지만 외국 기업 의존이 커질수록 자원 주권 논란이 커지는 나라의 모순이 드러난 것이다.
세계 에너지 전환 시대에 구리는 ‘녹색 산업의 혈액’으로 불린다. 그러나 그 구리가 생산되는 현장에서는 여전히 수익 배분, 빈곤, 환경, 주권 문제가 충돌하고 있다. 오유 톨고이 도로 위에 세워진 바리케이드는 단순히 트럭의 이동을 막은 것이 아니라, 몽골 자원 개발 모델이 앞으로 어디로 가야 하는지를 묻는 정치적 신호로 읽힌다.
장·춘 <취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