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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넷 캡쳐 |
김정욱·김국기·최춘길. 북한에 장기 억류된 대한민국 국민들이다. 이들의 이름이 유엔 무대에서 다시 불렸다. 북한억류국민가족회가 10월 4일 발표한 성명에 따르면, 유엔 사무총장의 북한 인권상황 보고서에 세 선교사의 실명이 8년 만에 다시 포함됐다. 국제사회가 이들을 잊지 말아야 한다는 경고이자, 대한민국 정부가 자국민 보호의 책임을 얼마나 다하고 있는지 묻는 질문이다.
김정욱 선교사는 2013년부터, 김국기·최춘길 선교사는 2014년부터 북한에 억류돼 있다. 가족들은 10년이 넘도록 생사조차 확인하지 못한 채 기다리고 있다. 어디에 갇혀 있는지, 병들지는 않았는지, 살아 있기라도 한지 알 수 없다. 국가가 보호해야 할 국민과 그 가족들이 이토록 오랜 세월 불확실성과 공포 속에 놓여 있다는 사실부터 참담하다.
이 비극의 일차적 책임은 북한 정권에 있다. 사람을 장기간 가두고 가족 연락과 외부 접촉을 차단하는 행위는 어떤 혐의 주장으로도 정당화할 수 없다. 유엔 임의구금 실무그룹도 세 선교사의 구금이 국제 인권규범을 위반한다고 판단했다. 북한의 일방적 주장에 맞서 송환을 요구할 국제적 근거는 이미 마련돼 있다.
그러나 북한의 책임이 명백하다고 해서 대한민국 정부의 책임이 가벼워지는 것은 아니다. 그래도 과거 정부는 억류국민의 즉각적이고 조건 없는 석방을 촉구했다. 문제는 그 요구가 생사 확인과 가족 접촉, 안전한 귀환으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는 데 있다.
현 정부의 소극적 태도가 비판받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가족들이 다시 성명을 내고 국제사회에 호소해야 하는 동안, 정부는 어떤 접촉 경로를 확보했고 어떤 공동 대응을 추진했는가. 그 과정을 가족들에게 얼마나 충실하게 설명했는가. 공개하기 어려운 외교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비공개라는 말이 성과를 묻는 질문을 막는 방패가 될 수는 없다. 가족에게조차 설명되지 않는 노력은 신뢰를 얻기 어렵다.
남북관계 개선을 바란다면 억류국민 문제부터 정면으로 제기해야 한다. 국민의 생명과 자유를 뒤로 미룬 채 쌓는 관계 개선은 누구를 위한 것인가. 북한이 불쾌해할 수 있다는 이유로 이름을 부르기를 주저한다면, 그것은 신중한 외교가 아니라 자국민 보호 원칙의 후퇴다. 대화가 열리면 송환을 의제로 올리고, 대화가 막히면 유엔과 관계국을 통해 요구를 이어가야 한다. 외교 환경에 따라 수단은 달라져도 책임은 달라지지 않는다.
이번 유엔총회는 정부의 의지를 확인할 자리다. 가족회가 요청한 제3위원회 관련 상호대화에서 세 선교사의 이름을 분명하게 거론하고, 생사와 소재 확인, 가족 연락, 의료 접근, 즉각적이고 조건 없는 석방과 안전한 귀환을 요구해야 한다. 북한인권 결의안에도 억류자·납북자·미송환 국군포로의 송환 요구가 명확하게 반영되도록 회원국들과 적극적으로 협의해야 한다. 두루뭉술한 ‘인권 우려’만으로는 가족들의 절박함에 답할 수 없다.
외교부와 통일부는 담당 창구와 추진 책임을 분명히 하고 가족들에게 정기적으로 진행 상황을 설명해야 한다. 국제기구에 사건 자료를 지속적으로 제공하고, 관계국과의 협력에서 억류국민 문제를 반복해서 제기해야 한다. 생사 확인을 송환의 대체 성과로 삼아서도 안 된다. 생사 확인은 최소한의 출발점이며, 최종 목표는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는 것이다.
국민을 당장 데려오지 못했다고 정부의 모든 노력을 부정할 수는 없다. 그러나 어렵다는 이유로 우선순위에서 밀어내고, 오랜 기다림을 가족들의 몫으로 떠넘기는 태도는 규탄받아 마땅하다. 정부가 보여줘야 할 것은 관심의 표현을 넘어서는 지속적인 행동이다.
유엔이 다시 부른 이름은 대한민국이 끝까지 책임져야 할 국민의 이름이다. 그 이름들이 또다시 보고서에서 사라지고 가족들의 절규만 남도록 해서는 안 된다. 정부는 이제 송환을 향한 구체적인 행동으로 답해야 한다. 국민을 지키는 일보다 앞설 남북관계는 없다.
<論 說 委 員 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