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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역사·기업 직원으로 위장.. 독일 연구계 파고든 중국

2026-11-03 10:48 | 입력 : 안희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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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료 강연 초청 뒤 나타난 군수기업 관계자들.. 보호 체계 허점 드러나

인터넷 캡쳐
인터넷 캡쳐

국제 학술 교류의 통로가 첨단기술을 확보하려는 정보활동에 악용될 수 있다는 우려가 독일에서 커지고 있다. 연구자에게 신분과 소속을 속여 접근한 혐의로 부부가 체포된 데 이어, 정보보안을 전문으로 연구하는 기관에서도 민감한 지식의 유출을 막을 체계가 충분하지 않았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독일 연방검찰은 지난 5월 20일 뮌헨에서 독일 국적의 부부를 중국 정보기관을 위해 활동한 혐의로 체포했다. 검찰에 따르면 이들은 군사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첨단기술 정보를 얻기 위해 대학과 연구기관의 과학자들에게 접근한 것으로 의심받고 있다. 주요 접촉 대상은 항공우주공학과 정보학, 인공지능 분야의 연구자들이었다.

수사당국이 제시한 접근 방식은 일상적인 학술 교류와 겉모습이 비슷했다. 부부는 자신들을 통역사나 자동차 제조업체 직원으로 소개했으며, 일부 연구자에게는 중국에서 민간 청중을 대상으로 강연하면 보수를 지급하겠다고 제안한 혐의를 받는다. 그러나 검찰은 실제 강연에 참석한 이들이 중국 국유 군수기업 관계자들이었다고 밝혔다. 이는 수사당국이 제기한 혐의로, 유죄가 확정된 사실과는 구분된다.

이 사건이 보여주는 취약점은 연구자의 전문지식에 접근하는 데 반드시 비밀문서 절취나 전산망 침입이 필요한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강연 초청과 보수 지급, 개인적인 친분 형성이 정보 수집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 국제 교류가 일상인 대학에서는 접촉 상대방의 실제 소속과 목적을 파악하는 일이 특히 중요해진다.

별도로 진행된 CISPA 헬름홀츠 정보보안센터 특별조사는 연구기관 차원의 관리 문제를 드러냈다. 독일 자르브뤼켄에 있는 이 기관은 중국과의 연구 협력 등을 통해 인공지능·사이버보안·개인정보 보호 관련 민감한 지식이 유출됐을 가능성을 놓고 외부 독립조사를 받았다.

지난 9월 독일 연방의회에 공개된 조사 결과의 핵심은 기존 보호 장치가 충분하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도로테 베어 연방연구장관은 센터의 규정과 기술적·조직적 조치로는 무단 정보 유출을 막기 어려웠다고 설명했다. 다만 실제로 정보가 유출됐는지는 확인할 수도, 배제할 수도 없다고 밝혔다. 보안 체계의 결함은 드러났지만, 유출 자체가 입증된 것은 아니라는 의미다.

조사 이후 기관 운영에도 변화가 생겼다. CISPA는 9월 24일 창립 소장인 마이클 바크스와 상호 합의로 결별한다고 발표했다. 센터는 국제 연구기관의 향후 운영 방향에 대해 양측의 견해가 달랐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사건들의 배경에는 민간 연구와 군사기술 사이의 경계가 흐려지는 현실이 있다. 인공지능과 항공우주, 로봇 등 첨단 분야의 성과는 산업 경쟁력을 높이는 동시에 군사적 역량 강화에도 활용될 수 있다. CISPA 특별조사 역시 기초연구라는 이유만으로 지식 유출이나 군사적 전용 가능성에 대한 검토를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연구 성과의 유출은 특허 경쟁에서도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쾰른대학교 정보기관연구센터의 루카 만스는 유로뉴스 인터뷰에서 대학이 특허를 출원하려다 관련 기술이 이미 중국에 등록된 사실을 발견하는 사례를 설명했다. 그는 이러한 사례에서 과거 방문연구자를 통한 정보 유출이나 사이버 공격이 원인으로 지목되기도 한다고 말했다.

다만 특정 특허의 선등록만으로 첩보 활동을 단정할 수는 없으며, 개별 사건의 경위를 확인해야 한다.

중국 측은 관련 의혹에 반발하고 있다. 독일 공영방송 보도에 따르면 주독 중국대사관 대변인은 CISPA를 둘러싼 첩보 의혹을 근거 없는 주장이라고 일축하고, 양국 연구기관의 협력을 정치화하거나 일괄적으로 안보 문제로 취급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밝혔다.

독일 연구계의 과제는 국제 협력의 이점을 유지하면서 민감한 성과를 보호하는 데 있다. 만스 역시 중국과의 연구 협력을 일괄 중단하기보다는 공동연구에 앞서 명확한 안보 평가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협력 상대의 실제 소속, 연구비의 출처, 성과의 활용 목적을 확인하는 절차가 학술 교류의 신뢰를 지키는 조건으로 부각되고 있다.

안·희·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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