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인터넷 캡쳐 |
북한이 일본의 장거리 타격능력 확대와 미일 공동군사훈련을 맹비난했다. 조선중앙통신이 전한 11월 3일자 군사논평은 일본을 ‘전쟁국가’로 규정하고, 장거리 미사일 배치와 훈련을 ‘선제공격능력 보유 책동’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일본의 군사적 변화가 낳을 위험을 지적하려면 북한 자신의 핵·미사일 개발이 주변국의 불안을 키워온 과정도 함께 설명해야 한다. 이번 논평에는 그 책임에 대한 성찰이 빠져 있다.
논평의 가장 큰 문제는 군사적 능력의 확보와 공격 의도를 곧바로 동일시한다는 점이다. 장거리 미사일은 운용 방식에 따라 상대국에 중대한 위협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사거리가 길어졌다는 사실만으로 선제공격 방침이나 재침 의도가 입증되는 것은 아니다.
북한은 무기 배치와 훈련을 열거한 뒤 이를 침략 준비라는 결론으로 연결하면서, 그 사이에 필요한 근거를 충분히 제시하지 않았다.
일본이 공식적으로 밝힌 사용 원칙도 검토해야 한다. 일본 방위백서는 반격능력을 일정한 요건 아래 행사하는 자위 수단으로 설명하고, 무력공격이 발생하지 않은 단계에서 먼저 공격하는 선제공격은 허용되지 않는다고 명시한다.
이러한 설명이 실제 정책과 운용에서 지켜지는지는 엄격히 감시할 사안이다. 북한이 이를 반박하려면 사용 요건의 허점이나 실제 위반 정황을 제시해야 한다. 공식 방침을 검토하지 않은 채 모든 장거리 전력을 선제공격 수단으로 규정하는 방식은 비판의 설득력을 떨어뜨린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북한이 지역 긴장을 설명하면서 자국의 핵·미사일 문제를 배제한다는 데 있다. 유럽연합은 지난 9월 국제원자력기구 이사회 성명에서 북한의 핵활동 확대와 반복적인 탄도미사일 발사에 우려를 표하고, 관련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준수를 촉구했다.
북한의 군사활동 역시 국제적 우려의 대상이라는 사실은 분명하다. 이러한 현실을 외면한 채 일본의 전력 증강만을 긴장의 원인으로 제시하는 것은 편향된 설명이다.
북한은 자신의 군사정책이 주변국에 어떻게 받아들여지는지 답해야 한다. 자국 안보에 대한 우려를 인정받으려면 다른 국가의 위협 인식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상대의 대응을 무조건 침략 준비로 규정하고 자신의 행동이 미친 영향은 생략한다면, 군비 경쟁의 원인을 제대로 진단할 수 없다. 이런 논리는 북한의 추가적인 군사력 확대를 정당화하는 데 이용될 위험도 있다.
‘국제사회의 한결같은 우려’라는 표현도 과도하다. 일본의 방위정책에는 비판과 지지, 조건부 수용 등 다양한 입장이 존재한다. 앞서 EU가 북한의 핵·미사일 활동을 비판한 사실만 보더라도, 국제사회의 안보 우려가 북한 논평과 같은 방향으로만 향한다고 말하기 어렵다. 북한은 자신의 평가를 국제사회 전체의 판단처럼 제시할 근거를 내놓지 않았다.
논평 말미의 경고 역시 평화를 주장하는 글에 어울리지 않는다. 일본이 전력 증강을 계속할수록 ‘불가피한 안보위기’에 가까워질 것이라는 표현은 구체적인 긴장 완화 방안 없이 상대의 불안만 자극한다.
위협적인 언사는 상대국에서 북한에 대한 경계와 방위력 강화 주장을 더욱 키울 수 있다. 북한이 비판하는 긴장 격화의 악순환에 스스로 힘을 보태는 셈이다.
일본의 장거리 타격능력 확대에는 투명한 설명과 민주적 통제가 필요하다. 역사적 책임과 주변국의 우려 역시 가볍게 다뤄서는 안 된다. 이러한 검증 요구의 설득력은 사실을 정확히 제시하고 일관된 기준을 적용할 때 높아진다. 북한의 이번 논평은 자국의 책임을 생략하고 일본의 의도를 단정함으로써 그 기준에 미치지 못했다.
북한이 지역 평화를 말하려면 핵·미사일 활동으로 조성한 불안을 줄이고, 위협적인 언사를 자제하며, 상호 위험을 낮출 대화에 나서야 한다. 타국의 군사력 확대를 비판하는 목소리의 무게는 자국의 군사행동에도 같은 잣대를 적용할 때 비로소 생긴다.
김·도·윤 <취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