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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돋보기] 北, ‘사상혁신’ 내세워 김정은 사상 일색화

2026-09-22 20:27 | 입력 : 김도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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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정은, 선전부문 강습회서 ‘사상제일주의’ 거듭 강조

인터넷 캡쳐
인터넷 캡쳐

북한이 ‘사상사업의 혁신’을 내세우며 김정은 중심의 사상통제와 선전선동 체계를 한층 강화하고 나섰다. 시대 변화에 맞는 새로운 선전기법까지 적극 개발해 주민들의 의식과 생활 전반을 당의 통제 아래 묶어두겠다는 의도가 노골적으로 드러났다는 지적이 나온다.

조선중앙통신과 조선신보에 따르면 북한은 9월 21일 조선로동당 제3차 선전부문일군강습회를 마쳤으며, 김정은은 폐강식에 직접 참석해 이른바 ‘강령적 연설’을 했다. 북한 매체들은 이번 강습회를 “사상사업혁신의 주요공정”이라고 평가하면서 당 선전일군들에게 ‘사상제일주의’를 철저히 구현할 것을 주문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북한이 말하는 ‘사상혁신’의 실체는 주민들의 자유로운 사고를 확대하는 것이 아니라 정반대로 보인다.

이번 강습에서 북한은 사회 구성원 모두를 김정은의 혁명사상을 신념화한 ‘충신’과 ‘애국자’로 만들고, 전당과 온 사회를 김정은의 혁명사상으로 ‘일색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선전부문 간부들에게는 이를 위한 새로운 형식과 방법을 끊임없이 연구하고 적용하라는 주문도 내려졌다.

결국 북한이 말하는 ‘새로운 사상사업’은 새로운 사상을 허용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방법으로 하나의 사상만을 더욱 효과적으로 주입하겠다는 의미에 가깝다.

‘사상의 힘’ 강조했지만 결국 김정은 개인숭배

김정은은 이번 연설에서 북한의 가장 큰 자산으로 이른바 ‘혁명사상’과 선전선동의 위력을 꼽았다. 또한 선전일군들을 ‘사상적 근위병’으로 규정하며 정치사상적 결속을 강화할 것을 요구했다. 폐강식에서는 참가자들이 김정은에게 보내는 맹세문을 채택하고 ‘조선로동당 만세’를 합창했다.

이는 북한에서 선전이 단순한 정책 홍보의 영역을 넘어 최고지도자를 중심으로 한 정치적 충성체계를 유지하는 핵심 수단으로 기능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장면이다.

특히 강습에서는 김정은의 사상을 ‘혁명과 건설의 대백과전서적인 실천강령’으로 규정하고 사회 전체를 이를 중심으로 일색화할 것을 주문했다. 정상적인 사회라면 다양한 사상과 의견이 경쟁하고 정책의 성과 역시 국민의 평가를 받아야 하지만, 북한에서는 지도자의 사상이 사실상 유일한 판단 기준으로 강제되고 있는 것이다.

선전이 더 ‘실감’나고 ‘공감’되도록 하라

주목되는 대목은 북한이 기존 선전방식의 한계까지 의식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번 강습에서는 선전을 보다 “실감있게, 공감력있게” 만들고 직관선전과 직관선동의 효과를 극대화해야 한다는 주문이 제시됐다. 다매체 편집물 시청과 질의응답을 통해 각급 선전부문의 사례와 경험을 공유하고 새로운 선전기법을 연구하도록 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외부 정보의 유입과 정보기술의 발전으로 과거와 같은 획일적인 구호와 선전만으로 주민들의 생각을 붙잡아두기 어려워지자 선전의 내용과 전달방식을 현대화하려는 시도로 해석될 수 있다.

하지만 아무리 형식과 기술을 바꾸더라도 다양한 정보와 비판적 의견을 허용하지 않는다면 본질은 달라지지 않는다.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는 북한 국가가 정보에 대해 사실상 절대적인 독점권을 주장해 왔으며, 주민들의 사상·표현·정보 접근의 자유가 광범위하게 제한돼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국가가 공식 이념과 지도자에 대한 복종을 위한 광범위한 사상교육 체계를 운영한다고 평가했다.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 역시 2025년 북한 인권상황을 평가하면서 주민들이 평생 지속적인 국가 선전에 노출돼 있고, 표현의 자유와 외부 정보 접근은 오히려 후퇴했으며 외국 영상물 공유 등에 대한 처벌도 강화됐다고 밝혔다.

‘사상적 순결체’가 보여주는 북한 체제의 한계

북한은 이번 강습회의 목표를 당과 사회를 ‘사상적 순결체’로 더욱 강화하는 데 있다고 표현했다.

‘순결한 사상’을 국가가 정하고 모든 국민에게 동일하게 요구한다는 발상 자체가 북한 정치체제의 폐쇄성을 상징한다.

국가의 미래를 결정하는 것은 구호를 반복하는 선전일군의 숫자나 선전기법의 화려함이 아니다. 주민들이 자유롭게 정보를 접하고 현실의 문제를 말하며 정책 실패를 비판할 수 있을 때 사회는 스스로 잘못을 수정할 수 있다.

그러나 북한이 이번에 선택한 길은 그 반대다. 사상의 자유가 아니라 ‘사상제일주의’를, 정보의 개방이 아니라 ‘사상진지 강화’를, 주민의 자율적 판단이 아니라 김정은 사상으로의 ‘일색화’를 다시 한번 전면에 내세웠다.

북한이 아무리 ‘혁신’과 ‘변화’를 강조해도 주민들에게 허용되는 생각이 하나뿐이라면 그것을 진정한 혁신이라고 부르기 어렵다.

21세기 북한에서 새로워지고 있는 것은 사상의 자유가 아니라 주민의 생각을 통제하기 위한 선전의 기술과 방법이라는 지적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김·도·윤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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