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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인권] 신장 카자흐족 시인 9개월째 행방 묘연

2026-09-22 08:30 | 입력 : 장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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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말 이리 공안에 연행.. 구금 장소·혐의·사법절차 가족에게도 공개 안 돼

독자 제공
독자 제공

중국 신장위구르자치구의 카자흐족 시인이자 작가인 벨르스베크 압두르자크가 중국 공안당국에 연행된 뒤 약 9개월 동안 구체적인 구금 장소와 혐의조차 확인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카자흐스탄에 거주하는 그의 가족들은 중국 당국으로부터 공식적인 설명을 전달받지 못했다며 카자흐스탄 정부가 나서 그의 행방과 신병 상태를 확인해 달라고 호소하고 있다.

가족과 현지 관계자 등에 따르면 벨르스베크는 2025년 12월 말 신장 이리 카자흐 자치주의 공안기관에 의해 연행됐다. 이후 카자흐스탄에 거주하는 가족들은 그와 직접 연락하지 못하고 있으며, 현재 어느 시설에 구금돼 있는지, 어떤 혐의를 받고 있는지에 대해서도 공식 통보를 받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카자흐 인권단체 ‘아타주르트 자원봉사자 조직’ 관계자 아르닥 누르다울렛은 벨르스베크가 신장뿐만 아니라 카자흐스탄의 카자흐인 사회에서도 널리 알려진 인물이라고 전했다.

그는 “벨르스베크는 고향에서도 상당한 신망을 얻고 있으며 카자흐스탄의 카자흐인 사회에서도 이름이 널리 알려진 문인”이라고 말했다.

자택 수색 뒤 책과 원고 가져가

가족 측 주장에 따르면 벨르스베크가 연행될 당시 여러 명의 법집행 관계자들이 그의 거주지를 수색하고 일부 서적과 원고를 압수했다.

당시 수사 관계자들은 가족에게 구체적인 구금 이유를 설명하지 않은 채 “조사가 필요하다”는 취지의 설명만 한 것으로 알려졌다.

벨르스베크는 처음에는 이닝시로 이송된 것으로 전해졌다. 초기 구금 기간에는 약 10~15일에 한 차례 정도 아내와 통화할 수 있었지만 이후 상황이 달라졌다고 가족들은 주장했다.

경찰이 다시 집을 찾아와 그의 옷을 가져가면서 아내에게 “우루무치로 이송됐다”고 통보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카자흐스탄에 거주하는 가족들은 이후 그가 실제로 어느 시설에 수용돼 있는지 확인하지 못하고 있다.

가족들은 현재까지 벨르스베크에게 적용된 구체적인 혐의와 수사 진행 상황, 기소 여부, 재판 회부 여부 등을 확인할 수 있는 공식 문서를 확보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현재 그의 건강 상태가 어떤지, 변호사의 조력을 받고 있는지, 가족과의 연락이 허용되고 있는지도 확인되지 않고 있다.

현지 친족들에게 “해외에 알리지 말라” 경고 주장

이리 지역의 한 현지 주민은 벨르스베크가 구금된 이후 그의 친족들에게 당국의 경고가 있었으며, 해외에 있는 가족들에게 관련 내용을 전달하지 말라는 요구도 있었다고 주장했다.

이 때문에 중국 내 친족들이 카자흐스탄에 거주하는 가족들과 사건에 관해 자유롭게 대화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는 것이다.

또 다른 현지 소식통 역시 “해외에 거주하는 가족들이 신장 내 가족들과 정상적인 연락을 유지하기 어렵다”며 “주변 지인들을 통해 제한적으로 소식을 확인하고 있지만 사건 관련 정보가 철저하게 통제되고 있어 혐의조차 정확히 알 수 없다”고 전했다.

일부 현지 관계자들은 신장 지역에서 구금된 문화계 인사들이 이른바 ‘극단주의 선전’이나 ‘민족 분열’ 등의 혐의를 적용받는 사례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벨르스베크에게 실제로 어떤 혐의가 적용됐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가족 측 역시 중국 당국으로부터 관련 혐의에 대한 설명을 받은 적이 없다고 밝혔다.

여든 앞둔 어머니 “아들이 무슨 죄를 지었는지라도 알려달라”

벨르스베크의 어머니 무사베크 러아즈한은 영상 메시지를 통해 카자흐스탄 정부에 도움을 요청했다.

1947년생인 그는 현재 카자흐스탄에서 거주하고 있으며 2003년 카자흐스탄으로 이주한 뒤 20년 넘게 생활해 왔다고 밝혔다.

그는 영상에서 “정부에 간절히 부탁드린다. 제 아들을 풀어달라”며 “이제 거의 여든에 가까워졌는데 아들의 목소리조차 들을 수 없는 것이 가장 큰 고통”이라고 호소했다.

이어 “과거에는 전화로라도 아들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지만 지금은 그것조차 불가능하다”며 “내 아들이 도대체 무슨 죄를 지었는지 알고 싶다. 지금까지 어떠한 범죄 혐의에 대해서도 소식을 들은 적이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시 한번 아들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게 해달라. 다시 아들을 볼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카자흐스탄 정부의 개입을 요청했다.

가족들은 벨르스베크의 행방을 확인하고 필요한 경우 중국 당국과의 외교적 협의를 통해 그의 가족 면회와 변호인 접견, 신병 상태 확인 등이 가능하도록 카자흐스탄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신장·카자흐스탄에서 활동한 저명 시인

벨르스베크가 문학 활동에 사용한 이름은 ‘벨르스베크 압두르자크’이며 신분증상 이름은 ‘벨르스베크 수리탕베크’로 알려져 있다.

가족이 공개한 신장위구르자치구 전문기술직 임용 관련 자료에 따르면 그는 1968년 10월 28일생 카자흐족으로, 2022년 12월 문학창작 분야의 고급 전문자격인 ‘문학창작 1급’ 자격을 취득했다.

그는 오랫동안 카자흐어 문학 창작과 민간문학 연구에 종사했으며 시집 《절름발이 늑대》, 《달빛 위의 마을》 등을 출간했다. 중국 카자흐족의 신문·출판 역사와 관련한 연구 저술도 남긴 것으로 알려졌다.

문학 수상 경력도 적지 않다. 2006년 카자흐스탄 세계 카자흐인 협회가 개최한 국제 시인 공모전에서 최고상을 받았으며, 2008년에는 카자흐스탄 국영방송이 주최한 ‘한 편의 시, 한 세계’ 시 공모전에서 수상했다.

2009년 중국 우루무치에서 열린 제3회 ‘톈산’ 문학예술상을 수상했고, 2011년에는 카자흐스탄 알마티에서 개최된 시인 무카갈리 마카타예프 탄생 80주년 기념 시 공모전에서도 수상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의 전기는 중국에서 출판된 《20세기 카자흐 작가》 참고사전에도 수록됐으며 중국 소수민족 작가학회와 신장위구르자치구 작가협회, 이리 카자흐 자치주 작가협회, 카자흐스탄 작가협회 등에서 활동한 것으로 알려졌다.

구금 장기화보다 더 큰 문제는 ‘정보의 부재’

이번 사건에서 특히 우려되는 대목은 구금 기간 자체뿐만 아니라 가족들에게 구금 장소와 혐의, 법적 절차가 제대로 공개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형사 혐의가 있다면 그 내용과 근거가 적법한 절차에 따라 당사자와 가족에게 설명돼야 하며,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와 가족과의 기본적인 연락 역시 보장될 필요가 있다.

그러나 가족 측 설명대로 구금 이후 9개월 가까운 시간이 흐르도록 구체적인 혐의와 신병 상태조차 확인되지 않고 있다면, 벨르스베크 사건은 한 문인의 개인적 문제가 아니라 신장 지역 소수민족 문화인들의 권리와 사법절차의 투명성을 둘러싼 문제로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고령의 어머니가 요구하는 것은 거창한 것이 아니다. 아들이 어디에 있는지, 어떤 혐의를 받고 있는지, 건강하게 살아 있는지, 그리고 다시 한번 아들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지를 알려달라는 것이다.

중국 당국은 벨르스베크의 구금 여부와 장소, 적용 혐의, 사법절차 진행 상황을 투명하게 밝힐 필요가 있다. 카자흐스탄 정부 역시 자국에 거주하는 가족들의 요청을 외면하지 말고 중국 측에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가족들이 그의 신병 상황을 확인할 수 있도록 필요한 외교적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장·춘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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