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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자 제공 |
중국 허난성 주마뎬시 시핑현에서 발생한 살인사건을 둘러싸고 현지 주민들과 중국 네티즌들 사이에서 이례적인 ‘도주범 동정론’이 확산되고 있다.
경찰이 거액의 현상금을 내걸고 대규모 수색에 나섰음에도 일부 온라인 이용자들은 오히려 도주 중인 피의자에게 음식과 물을 제공하겠다는 반응까지 보이고 있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번 사건은 단순한 강력범죄를 넘어 중국 농촌 기층사회에서 장기간 누적돼 온 권력과 법 집행에 대한 불신을 보여주는 사례라는 분석도 나온다.
중국 현지에서 공개된 상황 통보에 따르면 지난 7월 30일 허난성 주마뎬시 시핑현 바이청가도에서 형사사건이 발생했다. 51세 남성 샤모강이 이웃 주민 후모리 및 가족들과 다투던 중 흉기를 휘둘러 여러 명을 다치게 했고, 이 가운데 후모리는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숨졌다.
경찰은 피의자가 사건 직후 도주하자 공개수배에 나섰다. 직접 검거할 경우 5만 위안, 검거에 도움이 되는 결정적 단서를 제공할 경우 3만 위안, 유효한 정보를 제공할 경우 2만 위안의 포상금도 내걸었다.
당국은 동시에 피의자를 알고도 신고하지 않거나 은닉·비호하고 자금이나 차량 등 도피 편의를 제공할 경우 법적 책임을 엄중히 묻겠다고 경고했다.
그러나 사건을 둘러싼 온라인상의 이야기는 당국 발표와 상당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X 등 해외 소셜미디어를 중심으로 확산된 제보에서는 피의자가 오랫동안 현지 유력자 또는 마을 간부 측과 갈등을 겪었으며 사건 당일에도 집 수리 문제 등을 둘러싸고 충돌한 뒤 여러 사람에게 집단 폭행을 당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일부 게시물에서는 피의자 가족까지 마을 간부 측으로부터 괴롭힘을 당해 왔다는 주장도 나왔다. 특히 피의자의 70대 노부친이 폭행당했다는 이야기까지 확산되고 있지만 이러한 내용들은 현재까지 독립적으로 확인되지 않은 온라인상의 주장이라는 점에서 사실과 소문을 엄격히 구분할 필요가 있다.
초기에는 “마을 당지부 서기 일가족 7명이 살해됐다”는 소문까지 퍼졌지만, 공개된 당국 발표에서는 사망자가 1명이고 다른 가족들은 부상한 것으로 돼 있다. 따라서 온라인에서 유통되는 피해 규모나 사건 경위 가운데 상당 부분은 추가적인 확인이 필요하다.
그럼에도 이번 사건이 중국 사회에서 특히 주목받고 있는 이유는 범행 자체보다 사건 이후 나타난 주민들의 반응 때문이다.
온라인에는 “20만 위안을 줘도 신고하지 않겠다”, “이런 돈은 벌지 않겠다”, “물과 밥을 가져다주겠다”는 등의 글이 잇따르고 있다. 심지어 도주자가 숨어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옥수수밭 주변에 음식과 생수를 가져다 놓거나 기름을 가득 채운 차량과 열쇠를 남겨 도주를 돕고 있다는 주장까지 등장했다.
살인 피의자의 도주를 돕는 행위는 어떤 이유로도 정당화될 수 없으며 또 다른 범죄가 될 수 있다. 그러나 그와 별도로 적지 않은 주민들이 왜 공권력보다 도주범에게 심리적으로 기울고 있는지는 중국 사회가 들여다봐야 할 대목이다.
수색전 역시 중국 온라인에서 큰 화제가 되고 있다. 피의자가 옥수수밭 등에 숨어 있는 것으로 추정되면서 경찰과 관계 당국이 대규모 인력과 무인기, 열화상 장비 등을 동원하고 있다는 주장이 이어지고 있다. 수색 차량이 농작물을 훼손하고 아직 제대로 익지 않은 옥수수를 미리 수확하고 있다는 주민들의 불만도 SNS를 통해 제기되고 있다.
한 온라인 게시물에서는 수천 명 규모의 인력이 투입되고 헬리콥터와 무인기까지 동원됐다는 주장도 나왔지만 구체적인 투입 규모는 확인되지 않았다.
이번 사건을 바라보는 중국 네티즌들의 시각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부분은 ‘범죄자에 대한 지지’라기보다는 기층 권력에 대한 뿌리 깊은 불신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중국 농촌사회에서 촌 간부와 당 조직은 행정과 토지, 각종 보조금, 개발사업 등 주민들의 생활과 밀접한 분야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한다. 이러한 기층 권력이 제대로 감시되지 않고 민원이 공정하게 처리되지 않는다고 주민들이 느끼게 될 경우 사소한 갈등도 권력에 의한 억압이라는 인식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실제로 이번 사건과 관련한 온라인 여론에서도 “평소 괴롭힘을 당하던 사람이 결국 폭발한 것”이라는 주장이 반복적으로 등장하고 있다.
물론 이러한 주장이 사실인지 여부와 살인행위에 대한 법적·도덕적 판단은 별개의 문제다. 설령 장기간 부당한 대우나 폭행이 있었다 하더라도 개인이 흉기를 들고 보복하는 것은 정당화될 수 없다.
그러나 국가와 사법기관이 더욱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할 부분은 주민들 사이에서 “법에 호소해도 소용없다”는 인식이 형성될 경우다.
사회에서 정상적인 민원과 사법적 구제 수단에 대한 신뢰가 무너지면 갈등은 법원이나 행정기관이 아니라 거리와 개인적 보복을 통해 해결되기 시작한다. 피해자는 가해자가 되고, 또 다른 피해자가 만들어지는 악순환이 발생한다.
일부 중국 반체제 인사와 해외 분석가들은 이번 사건을 두고 중국공산당의 일당통치 체제 아래 기층 권력에 대한 감시와 견제 장치가 부족한 것이 근본적인 문제라고 비판하고 있다.
X 이용자들은 중국 고전 『수호전』을 연상시키는 “관이 백성을 핍박하면 백성이 반란을 일으킨다”는 표현까지 동원하고 있다. 공정한 법 집행에 대한 신뢰가 사라진 사회에서는 평범한 주민도 어느 순간 극단적인 선택으로 내몰릴 수 있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이번 사건의 정확한 진실을 밝히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투명한 수사가 선행돼야 한다.
당국은 단순히 도주 피의자를 체포하는 데 그쳐서는 안 된다. 사건 이전 양측 사이에 실제로 어떤 갈등이 있었는지, 피의자와 가족이 장기간 폭행이나 협박을 당했다는 주장이 사실인지, 현지 간부나 유력자가 관련돼 있는지까지 객관적으로 조사해 공개해야 한다.
만약 온라인상의 주장들이 사실이 아니라면 당국은 객관적인 증거를 제시해 이를 설명해야 한다. 반대로 기층 권력자의 폭력이나 특권 행사가 실제로 존재했다면 그 역시 피의자의 범행과 별개로 책임을 물어야 한다.
사람을 죽인 범죄에 대한 책임과 권력을 이용해 주민을 괴롭힌 행위에 대한 책임은 서로 상쇄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번 사건에서 가장 섬뜩한 장면은 경찰이 5만 위안이라는 현상금을 내걸었다는 사실이 아니다. 현상금보다 도주범에게 물 한 병을 건네겠다는 사람들이 등장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살인 피의자가 영웅이 되는 사회는 정상적인 사회가 아니다. 그러나 그보다 먼저 물어야 할 질문이 있다.
‘왜 평범한 주민들이 법과 공권력보다 살인 혐의를 받는 도주자의 이야기를 더 믿게 되었는가.’
시핑현 사건의 진실이 무엇이든, 그 질문 자체가 오늘 중국 기층사회가 직면한 신뢰의 위기를 보여주고 있다.
장·춘 <취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