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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넷 캡쳐 |
조선신보가 평양의 한 건축기술개발소에서 만든 석고 건축자재를 소개하며 ‘건축물의 조형화·예술화’와 ‘국내특허’를 대대적으로 선전하고 나섰다.
그러나 화려한 장식 효과와 특허 보유 사실을 강조하는 보도와 달리, 실제 제품의 품질과 생산 규모, 안전성, 주민들의 주거환경 개선에 얼마나 기여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설명을 찾아보기 어렵다.
신보는 7일 평양철도소건물관리사업소 건축기술개발소가 2023년부터 매년 국내특허권을 보유해온 기술개발 단위라며, 이곳에서 개발한 석고제품들이 사무실과 복도, 천장, 기둥 장식 등에 사용되고 있다고 소개했다.
또한 석고판이 보온·방음·방화 기능을 갖추고 있으며 습도를 조절하는 작용도 한다면서 이를 ‘록색형제품’으로 평가했다. 건축물의 내부 장식과 미관을 개선하는 데 효과가 있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그러나 이러한 선전에서 가장 먼저 확인돼야 할 것은 ‘국내특허’라는 명칭 자체가 아니라 해당 기술이 실제 산업 현장에서 어느 정도 활용되고 있는가 하는 점이다.
특허를 취득했다는 사실만으로 제품의 성능이나 경쟁력이 입증되는 것은 아니다. 특히 건축자재라면 내구성과 화재 안전성, 유해물질 여부, 장기간 사용에 따른 변형과 균열, 실제 시공 비용 등 다양한 기준에 대한 객관적인 검증이 필요하다.
하지만 조선신보 기사에는 특허의 구체적인 내용이나 시험 결과, 생산량, 공급 실적, 실제 건축 현장에서의 사용 규모 등이 제시되지 않았다.
개발소 내부가 자체 개발 제품으로 꾸며져 있다는 사실 역시 기술의 전국적인 보급이나 산업적 성공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연구·개발기관이 자신의 제품을 내부 시설에 적용한 것은 일종의 시제품 전시와도 같은 것으로, 이를 곧바로 북한 건축기술 전반의 발전으로 확대 해석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더욱 주목해야 할 부분은 북한 매체가 건축 문제를 이야기할 때 반복적으로 ‘조형화’, ‘예술화’, ‘현대화’와 같은 외형적인 표현을 앞세운다는 점이다.
건축의 본질은 화려한 천장 장식이나 벽면 무늬에만 있지 않다. 주민들이 안정적으로 전기와 난방, 수도를 공급받을 수 있는지, 건물이 겨울철 추위를 견딜 수 있는지, 누수나 균열 없이 안전하게 유지되는지 등이 주거의 질을 결정하는 핵심 요소다.
그럼에도 이번 보도 역시 건축자재가 실제 일반 주민들의 주택이나 지방의 학교·병원 등에 얼마나 공급되고 있는지, 주민들이 어떤 혜택을 받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아무런 수치도 내놓지 않았다.
이는 조선신보가 새로운 기술이나 제품을 소개할 때 흔히 나타나는 선전 방식과도 맞닿아 있다. ‘우리 식 기술’, ‘국내특허’, ‘세계적 수준’ 등의 표현은 반복되지만, 국제적인 품질 기준과의 비교나 생산 원가, 시장 공급량, 이용자 평가와 같은 객관적 자료는 좀처럼 공개되지 않는다.
특히 북한이 강조하는 ‘국내특허’가 실제 국제시장에서 경쟁 가능한 독창적 기술인지, 기존 기술을 일부 변형한 것인지도 기사만으로는 판단하기 어렵다.
건축기술의 발전 자체를 부정할 이유는 없다. 자국 기술자들이 새로운 건축자재를 개발하고 성능을 개선하는 것은 어느 사회에서든 긍정적인 일이다. 문제는 기술개발 성과가 또다시 체제의 우월성을 과시하는 선전 소재로만 소비되는 데 있다.
평양의 작은 개발소 한 곳에 꾸며놓은 석고 장식물이 북한 주민 전체의 주거 현실을 말해주는 것은 아니다.
진정한 건축의 발전은 전시장처럼 꾸며진 사무실의 천장에서 확인되는 것이 아니라 평범한 주민들이 생활하는 살림집의 벽과 지붕, 학교와 병원에서 확인돼야 한다. 특허의 개수보다 중요한 것도 얼마나 많은 주민이 안전하고 쾌적한 환경에서 생활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북한 당국이 정말 ‘건축물의 조형화와 예술화’를 주민 생활 향상의 성과로 내세우고 싶다면 특허 명칭과 선전성 수식어를 나열할 것이 아니라 생산량과 보급률, 품질검증 결과, 실제 주민 이용 실태부터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화려한 장식보다 중요한 것은 삶의 질이다. 북한의 건축기술 선전 역시 이제는 ‘무엇을 만들었는가’가 아니라 ‘그 기술이 주민의 삶을 얼마나 바꾸었는가’라는 질문에 답해야 할 때다.
김·성·일 <취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