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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오늘] “지방발전” 외치지만 또 군대 동원

2026-08-07 15:47 | 입력 : 김도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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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동신문, 20개 시·군 공장·병원·봉사시설 건설 성과 선전

인터넷 캡쳐
인터넷 캡쳐

북한이 이른바 ‘지방발전 20×10 정책’에 따라 전국 20개 시·군에서 지방공업공장과 병원, 종합봉사시설 건설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며 대대적인 성과 선전에 나섰다.

그러나 노동신문이 공개한 내용을 들여다보면 북한이 말하는 ‘지방변혁’이 자생적인 지역경제 발전이라기보다 군대를 앞세운 대규모 건설 동원과 속도전에 여전히 의존하고 있다는 사실이 오히려 선명하게 드러난다.

노동신문은 올해 지방발전정책 대상 건설에 참가한 인민군 제124연대와 각급 부대가 “입체전, 전격전으로 완공의 날을 앞당겨가고 있다”고 보도했다.

지방공업공장들의 외부 미장공사가 마무리되고 병원과 종합봉사소의 내부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면서 김정은의 지시를 충실히 집행하는 군인건설자들의 ‘충성과 애국심’을 집중적으로 부각했다.

하지만 정상적인 국가라면 지방경제와 의료·복지 기반의 확충은 지방정부와 전문 행정조직, 민간 건설업체, 지역경제 주체가 중심이 되어 장기적인 계획 아래 추진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북한처럼 공장과 병원, 상업·봉사시설 건설에 군부대를 대규모로 투입하고 이를 ‘전투’로 표현하는 방식은 그 자체로 민간 경제와 행정 시스템의 취약성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특히 노동신문이 반복해서 사용하는 ‘입체전’, ‘전격전’, ‘투쟁전구’, ‘기적적인 공사성과’라는 표현은 북한 경제정책의 고질적인 문제를 그대로 드러낸다. 생산성과 효율성, 주민의 실제 수요보다 정치적으로 제시된 완공 시한과 지도자의 지시 이행 여부가 사업의 최우선 기준이 되는 구조다.

북한은 이번 보도에서 시공의 질을 강조하며 공사 현장에서 모래와 시멘트, 물의 배합까지 “과학적으로 계산”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역설적으로 말하면 그동안 북한의 각종 속도전 건설에서 부실시공과 자재 부족, 무리한 공기 단축 문제가 끊임없이 제기돼 왔기 때문에 이번에도 ‘질 보장’을 특별히 강조하고 있는 것으로 볼 여지가 있다.

건물의 외벽을 미장하고 병원을 새로 세운다고 해서 지방 주민들의 생활이 자동으로 향상되는 것도 아니다. 공장을 가동하려면 원료와 전력, 운송망, 기계설비, 숙련 노동력과 지속적인 판매시장이 필요하다. 병원 역시 건물만으로 기능할 수 없다. 의약품과 의료장비, 전문 의료인력, 안정적인 전기와 수도 공급이 뒤따라야 한다.

그러나 이번 노동신문 보도에서는 정작 완공 이후 공장들이 어떤 원료를 안정적으로 공급받아 무엇을 생산할 것인지, 생산품이 어떤 방식으로 유통될 것인지, 병원에 필요한 의약품과 의료기기를 어떻게 확보할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을 찾아보기 어렵다. 건설 과정은 자세히 소개하면서도 시설을 지속적으로 운영할 경제적 기반에 대해서는 거의 언급하지 않는 것이다.

북한의 지방 격차는 단순히 공장이 부족해서 생긴 문제가 아니다. 평양 중심의 자원 배분, 국가통제경제의 비효율, 만성적인 전력·물류 부족, 국제적 고립, 시장 활동에 대한 정치적 통제 등 복합적인 구조적 문제가 오랫동안 누적된 결과다. 이런 문제를 그대로 둔 채 매년 20개 지역에 건물을 세우는 방식만으로 지방 주민들의 생활수준을 획기적으로 개선하기는 어렵다.

더욱 주목되는 것은 북한이 민생사업마저 최고지도자에 대한 충성 경쟁으로 전환하고 있다는 점이다. 노동신문은 지방건설 사업을 “당의 숙원실현을 위한 투쟁전구”라고 규정하고, 군인들의 공사 참여 역시 주민생활 개선이라는 실용적 목표보다 “당중앙의 무상의 신임에 보답하는 충성심”의 표현으로 묘사했다.

본래 병원과 공장은 주민에게 필요한 사회기반시설이지 최고지도자에게 충성을 증명하기 위한 정치적 기념물이 아니다. 그러나 북한의 선전에서는 주민의 필요보다 김정은의 ‘설계도’, ‘가르침’, ‘신임’이 모든 사업의 출발점이자 평가 기준으로 제시되고 있다.

이처럼 경제와 복지사업까지 지도자 우상화의 틀 안에 집어넣으면 정책 실패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도 어려워진다. 목표 미달이나 부실공사가 발생하더라도 정책 자체의 문제를 검토하기보다 현장 간부나 노동자의 ‘충성심 부족’, ‘책임성 부족’으로 책임을 돌릴 가능성이 커진다.

북한 당국이 진정으로 지방 주민들의 생활을 개선하고 싶다면 필요한 것은 ‘전격전’이라는 구호가 아니다. 지역의 생산과 소비가 스스로 순환할 수 있는 경제환경을 만들고 주민들이 자유롭게 경제활동에 참여하도록 하며, 지방정부와 기업에 실질적인 권한을 부여하는 것이 우선이다.

군대를 동원해 건물을 단기간에 세우는 것은 가능할 수 있다. 그러나 건물이 세워지는 것과 지역사회가 발전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노동신문은 “웅장한 자태를 드러내는” 새 건축물들을 지방변혁의 증거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지방 주민들에게 중요한 것은 외벽의 미장 상태나 완공식의 화려함이 아니라 그 공장에서 안정적인 일자리를 얻을 수 있는지, 병원에서 필요한 치료와 약을 받을 수 있는지, 상점에서 생활필수품을 정상적으로 구입할 수 있는지 여부다.

북한의 ‘지방발전 20×10 정책’에 대한 진정한 평가는 준공식 날이 아니라 몇 년 뒤 내려질 것이다. 군인들의 속도전이 끝난 뒤에도 공장이 정상적으로 돌아가고 병원이 제 기능을 하며 주민들의 삶이 실제로 개선되는지가 관건이다.

건설 속도를 ‘충성’으로 포장하는 선전만으로는 지방의 낙후를 해결할 수 없다. 북한이 진정한 지방발전을 원한다면 이제는 전격전과 동원정치가 아니라 경제구조 자체를 바꾸는 길을 선택해야 한다.

김·도·윤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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