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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나는 괜찮아”라는 위험한 권력 심리

2026-06-08 07:54 | 입력 : 리베르타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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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리한 ‘공소취소’ 추진이 그냥 나온 것이 아닐 것..

선거법 위반 고발장 제출하고 있는 모습
선거법 위반 고발장을 제출하고 있는 모습

투표소는 민주주의의 가장 엄숙한 공간이다. 그곳에서 모든 국민은 한 사람의 유권자로 돌아간다. 대통령도, 장관도, 국회의원도, 정당 대표도 예외가 아니다. 투표소 안에서만큼은 지위의 높고 낮음이 사라지고, 오직 법과 절차만이 남아야 한다. 바로 그것이 선거의 공정성이며, 자유민주주의의 기본 질서다.

그런데 최근 투표소에서 벌어진 한 장면은 국민에게 적지 않은 불편함과 우려를 남겼다. 투표용지가 외부에 보였다는 선거법 위반 논란이 제기된 데 이어, 선거관리원의 제지에도 불구하고 “나는 괜찮아”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진 장면은 단순한 해프닝으로 넘기기 어렵다. 문제는 그 한마디의 내용 자체보다 그 말이 품고 있는 태도다. “나는 괜찮다”는 말은 자칫 “나에게는 예외가 적용된다”는 인식으로 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선거법은 특정인을 불편하게 하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선거법은 국민 모두의 한 표를 지키기 위해 존재한다. 투표용지 촬영이나 노출 문제가 민감하게 다뤄지는 이유도 분명하다. 투표의 비밀을 보호하고, 매표나 강요, 조직적 인증 압박을 막으며, 선거 절차 전체에 대한 신뢰를 지키기 위해서다. 따라서 투표소 안에서 선거관리원이 제지했다면, 공직자는 누구보다 먼저 멈추고 따라야 한다. 그것이 법치주의 국가의 기본이다.

더구나 대통령이라면 더욱 그래야 한다. 대통령은 법 위에 있는 사람이 아니라, 법을 가장 앞에서 지켜야 할 사람이다. 대통령의 행동은 사소한 몸짓 하나까지 국민에게 신호가 된다. 일반 국민이 같은 상황에서 제지를 받았다면 즉시 멈춰야 한다. 그런데 최고 권력자가 “나는 괜찮아”라는 식의 태도를 보인다면, 국민은 묻게 된다. “왜 대통령은 괜찮고 국민은 안 되는가.” 이 질문이 생기는 순간, 선거의 공정성은 상처를 입는다.

권력자의 본색은 거창한 선언에서만 드러나지 않는다. 오히려 작은 절차 앞에서, 불편한 제지 앞에서, 자신에게 적용되는 규칙을 마주하는 순간 드러난다. 민주주의자는 그때 멈춘다. 법치주의자는 그때 고개를 숙인다. 그러나 전체주의자는 그때 예외를 찾는다. 전체주의적 심성은 언제나 “나는 다르다”, “나는 괜찮다”, “내 의도가 선하니 문제없다”는 자기 확신에서 시작된다.

이번 논란을 더 엄중하게 봐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투표소에서 선거관리원의 제지는 개인에 대한 무례가 아니다. 그것은 국가가 정한 선거 절차의 집행이다. 선거관리원은 특정 권력자를 통제한 것이 아니라, 선거법과 투표 질서를 지키려 한 것이다. 그런데 그 앞에서 공직자가 거만한 태도를 보였다면, 이는 선거관리 현장의 권위를 약화시키는 일이다. 현장의 공무원과 선거사무원이 법에 따라 제지할 수 있어야 선거는 지켜진다. 권력자 앞에서 그 제지가 무력해진다면, 법은 힘없는 국민에게만 적용되는 장식물이 되고 만다.

물론 사실관계는 정확히 확인되어야 한다. 설령 법적 위반 여부가 최종적으로 다투어질 문제라 하더라도, 정치적·윤리적 책임은 별개다. 대통령에게 요구되는 기준은 “처벌을 피할 수 있는가”가 아니다. “국민 앞에서 법과 절차를 존중하는 모범을 보였는가”가 기준이어야 한다.

대한민국의 선거는 이미 많은 불신과 의혹 속에서 치러지고 있다. 사전투표 관리, 투표함 보관, 참관 절차, 개표 투명성에 대한 국민적 요구와 함께 투표지 부족사태로 2030 중심의 재선거 요구가 거세지고 있다.

이번 일을 계기로 우리는 다시 물어야 한다. 권력자는 법 앞에서 겸손한가. 선거관리원은 권력 앞에서도 당당히 절차를 집행할 수 있는가. 국민의 한 표는 권력자의 체면보다 더 존중받고 있는가.

작은 행동에 본색이 드러난다. 투표소의 한마디가 국민에게 불안감을 남겼다면, 그 불안은 결코 사소하지 않다. 민주주의를 지키는 일은 거창한 구호에서 시작되지 않는다. 투표소의 규칙을 지키는 일, 제지를 받으면 멈추는 일, 법 앞에서 “나도 예외가 아니다”라고 인정하는 일에서 시작된다.

<論 說 委 員 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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