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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오늘] 김정은의 중앙간부학교 방문

2026-06-02 21:59 | 입력 : 김성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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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동당 창립 80년 선전의 핵심은 주민이 아니라 체제 충성 간부 양성
- 정치교육기관 앞세운 우상화, 북한 권력 구조의 본질을 다시 드러내

인터넷 캡쳐
인터넷 캡쳐

북한 김정은이 창립 80주년을 맞은 조선로동당 중앙간부학교를 방문했다. 북한 관영매체는 이를 “당간부양성의 최고전당”에 대한 축하 방문으로 대대적으로 선전하며, 김정은을 “희세의 정치거장”, “위대한 스승”으로 칭송했다.

그러나 이 행사는 단순한 교육기관 기념행사가 아니다. 북한 체제가 앞으로도 주민의 자유와 권리가 아닌, 김씨 일가 세습독재를 떠받칠 충성 간부를 계속 길러내겠다는 정치적 선언에 가깝다.

조선로동당 중앙간부학교는 북한에서 일반 교육기관이 아니다. 이곳은 당의 핵심 간부를 양성하는 정치 사상 훈련소이며, 북한 권력 구조의 신경망을 만들어내는 기관이다.

북한 매체가 이 학교를 “당의 존립과 발전을 담보하는 전략적 보루”라고 표현한 것 자체가 그 성격을 잘 보여준다. 즉, 이 학교의 목적은 국가 발전이나 주민 복지 향상이 아니라 노동당 독재의 유지와 김정은 체제의 영속화에 있다.

특히 이번 보도에서 주목되는 대목은 교육의 내용보다 충성의 언어가 압도적으로 강조됐다는 점이다. 관영매체는 김정은의 방문에 대해 “최대의 영광과 행복”, “폭풍 같은 만세”, “다함없는 경모” 등의 표현을 반복했다.

이는 정상적인 교육기관의 기념행사라기보다 최고지도자 우상화를 위한 정치극에 가깝다. 학교의 학문적 성과나 정책 연구, 사회 문제 해결 능력은 부차적인 것으로 밀려나고, 오직 지도자에 대한 충성과 당에 대한 복종만이 핵심 가치로 제시되고 있다.

북한은 중앙간부학교의 80년 역사를 “사회주의 집권사”의 자랑으로 포장한다. 그러나 그 80년은 북한 주민에게는 자유 박탈, 사상 통제, 성분 차별, 정치범수용소, 식량난과 인권 탄압의 역사이기도 하다. 노동당 간부들이 길러낸 것은 주민을 위한 행정 역량이 아니라, 사회 전반을 감시하고 통제하는 권력 기술이었다.

간부학교가 배출한 수많은 당 간부들은 북한 주민의 삶을 개선하는 공복이 아니라, 체제 명령을 하달하고 충성을 강요하는 감시 체계의 일부로 기능해 왔다.

김정은이 이 학교를 직접 방문한 것도 우연이 아니다. 북한은 경제난과 국제 고립, 내부 통제 강화라는 복합 위기 속에서 충성 간부 확보에 더욱 집착하고 있다. 주민 생활이 어려워질수록 북한 정권은 개혁과 개방이 아니라 사상 무장과 조직 통제를 강화해 왔다.

이번 방문은 바로 그런 흐름의 연장선상에 있다. 김정은은 간부학교를 통해 새로운 세대의 당 간부들에게 체제 생존의 핵심은 능력이나 전문성이 아니라 절대 충성이라는 메시지를 주입하고 있는 것이다.

더욱 문제적인 것은 북한이 이를 “교육”이라는 이름으로 포장하고 있다는 점이다. 교육은 인간의 자유로운 사고와 인격 형성, 사회적 책임을 길러야 한다. 그러나 북한식 정치교육은 자유로운 사고를 허용하지 않는다. 비판적 질문 대신 암기된 충성문구가 요구되고, 진실 탐구 대신 당의 노선이 절대 진리로 강요된다. 이런 교육은 인재 양성이 아니라 체제 순응형 인간 생산이다.

김정은이 말하는 “당건설 위업”과 “주체위업의 전도” 역시 결국 김씨 일가 권력의 지속을 뜻한다. 북한은 이를 “혁명”과 “사회주의”의 언어로 치장하지만, 실상은 3대 세습 권력을 지키기 위한 정치적 장치에 불과하다.

정상국가라면 국가의 미래를 책임질 인재를 법치, 경제, 과학, 외교, 복지 분야에서 길러야 한다. 그러나 북한은 여전히 당 간부 양성과 사상 교양을 국가 운영의 중심에 놓고 있다. 이는 북한 체제가 근대적 국가가 아니라 당-수령 중심의 폐쇄적 지배체제에 머물러 있음을 보여준다.

이번 보도에서 주민의 삶은 보이지 않는다. 식량 문제도, 의료 문제도, 청년들의 미래도, 지방 주민의 고통도 언급되지 않는다. 오직 당의 영광, 지도자의 위대성, 간부학교의 충성 역사만 반복된다. 이것이 북한 선전의 본질이다. 주민이 국가의 주인이 아니라, 당과 수령을 떠받치는 동원 대상일 뿐이라는 인식이 그대로 드러난다.

북한 정권은 중앙간부학교 80주년을 자랑할 것이 아니라, 지난 80년 동안 노동당 일당독재가 북한 주민에게 무엇을 남겼는지부터 돌아봐야 한다. 자유 없는 교육, 권리 없는 주민, 책임 없는 권력, 비판 없는 정치가 만든 결과는 오늘의 북한 현실이다.

김정은의 축하 방문은 북한이 변화와 개혁의 길이 아니라 또다시 충성과 통제의 길을 택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 장면이다.

결국 조선로동당 중앙간부학교 창립 80주년 행사는 북한의 미래를 여는 교육 축제가 아니라, 낡은 세습독재를 재생산하기 위한 충성 의식이었다. 북한 주민에게 필요한 것은 김정은을 찬양하는 간부가 아니라 주민의 생명과 권리를 지키는 정치다.

그러나 북한 정권은 여전히 주민보다 당을, 민생보다 우상화를, 자유보다 충성을 앞세우고 있다. 이것이야말로 김정은 체제의 가장 근본적인 한계다.

김·성·일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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