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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자 제공 |
톈안먼 민주화운동 37주년을 앞두고 세계 각지에서 6·4 희생자를 기리는 추모 행사가 잇따라 시작됐다. 영국, 캐나다, 호주, 대만 등지에서는 촛불집회와 헌화, 세미나, 기도회, 연극 낭독회 등이 열리며 중국 공산당이 지우려는 1989년의 기억을 국제사회가 다시 소환하고 있다.
특히 미국 로스앤젤레스에 위치한 6·4 톈안먼 민주화운동 기념관이 기념일을 앞두고 괴한에 의해 파괴되는 사건까지 발생하면서, 이번 추모 행사는 단순한 과거사 기념을 넘어 ‘기억을 지우려는 권력’과 ‘기억을 지키려는 시민’의 대립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영국·캐나다·호주·대만서 동시다발 추모
지난 주말 영국 버밍엄, 뉴캐슬, 레딩, 글래스고를 비롯해 캐나다 토론토와 밴쿠버, 호주 시드니, 대만 타이베이 등지에서 6·4 추모 행사가 열렸다.
각 지역 주최 측이 공개한 사진과 글에 따르면 행사는 지역별 특성에 따라 다양한 방식으로 진행됐다. 촛불 추모집회, 민주 여신상 보수와 헌화, 《5월 35일》 무대극 낭독, 세미나, 기도회 등이 이어졌고, 중국 본토와 홍콩에서 더 이상 자유롭게 말할 수 없는 6·4의 진실을 해외 시민사회가 대신 증언하는 장이 됐다.
가장 많은 인원이 모인 곳 중 하나는 캐나다 토론토였다. 현지 6·4 촛불집회에는 행사가 절정에 이르기 전부터 이미 300명 이상이 참석한 것으로 전해졌다. 영국 레딩에서 열린 ‘6·4 37주년 추모 집회’에도 200명 이상이 직접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홍콩의 촛불은 꺼졌지만 기억은 해외로 번졌다”
영국 현지 홍콩인 단체들은 행사에서 톈안먼 희생자와 유가족, 그리고 홍콩 민주화 인사들의 현실을 함께 언급했다. 이들은 톈안먼 희생자 유가족 단체인 ‘톈안먼 어머니들’이 오랜 기간 중국 당국의 감시와 압박 속에 놓여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홍콩에서 30년 넘게 6·4 촛불집회를 이어왔던 홍콩시민지원애국민주운동연합회, 즉 지련회의 주요 인사들이 여전히 정치적 탄압을 받고 있다는 점도 강조됐다. 리줘런, 저우싱퉁, 허준런 등 지련회 전·현직 지도부와 민주화 인사들이 수감되거나 사법적 압박을 받는 현실은 홍콩의 6·4 기억 공간이 사실상 봉쇄됐음을 보여준다.
그러나 홍콩에서 촛불이 꺼졌다고 해서 6·4의 기억까지 사라진 것은 아니다. 오히려 홍콩과 중국 본토를 떠난 디아스포라 공동체는 세계 각국에서 새로운 기억의 거점을 만들고 있다. 레딩, 토론토, 밴쿠버, 시드니, 타이베이에서 열린 행사들은 바로 그 흐름의 일부다.
LA 6·4 기념관 파괴…왕단 “범행 동기 상상 어렵지 않다”
이런 가운데 미국 로스앤젤레스의 6·4 톈안먼 민주화운동 기념관이 괴한의 침입으로 훼손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기념관 관장인 왕단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자원봉사자들이 출근하던 중 기념관 대문이 파손되고 전시품이 오염·훼손된 사실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확인 결과 범인은 기념관에 침입해 CCTV 카메라를 파괴한 뒤 내부 시설과 전시물을 훼손한 것으로 알려졌다.
왕단은 6·4 기념일을 앞두고 벌어진 이번 사건에 대해 “범행 동기는 상상하기 어렵지 않다”고 밝혔다. 기념관 측은 즉시 경찰에 신고했으며, 감시 시스템을 복구하고 관련 영상을 수사기관에 제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사건은 단순한 기물 파손을 넘어 중국 민주화운동의 기억 공간을 향한 정치적 위협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중국 공산당이 본토 안에서 톈안먼 사건에 대한 언급과 추모를 철저히 금지해온 데 이어, 해외의 기억 공간과 민주화 인사들까지 압박의 대상이 되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파괴에도 행사 강행…기념관 지지 발길 이어져
기념관 측은 이번 훼손과 위협에도 운영을 중단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왕단은 “이번 파괴와 위협 때문에 절대 멈추지 않을 것”이라며 오히려 기념관을 더 잘 운영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당초 현지 시간 5월 31일 오후 열릴 예정이었던 제2회 중국 포럼도 예정대로 개최되기 위해 노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행사장에는 예상보다 많은 인파가 몰렸고, 일부 참석자들은 훼손 사건 이후 6·4 기념관을 지지하기 위해 특별히 행사장을 찾은 것으로 전해졌다.
왕단은 사건 공개 후 불과 10여 시간 만에 훼손된 기념관 복구를 위한 기부금 800달러가 모였다고 밝혔다. 이는 기념관을 침묵시키려는 시도가 오히려 더 많은 지지와 연대를 불러일으켰음을 보여준다.
6·4는 아직 끝나지 않은 현재의 문제
1989년 6월 4일 베이징 톈안먼 광장에서 벌어진 유혈 진압은 중국 현대사의 가장 큰 상처 중 하나다. 그러나 중국 공산당은 사건의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은커녕, 희생자 추모와 역사적 토론마저 금지해왔다. 중국 본토에서 6·4는 검색될 수 없는 숫자, 말할 수 없는 기억, 공개적으로 애도할 수 없는 금기가 됐다.
그럼에도 6·4는 사라지지 않았다. 홍콩의 촛불집회가 강제 중단되고, 기념관이 파괴되고, 민주화 인사들이 감옥에 갇혀도 기억은 국경을 넘어 이동하고 있다. 올해 세계 각지에서 시작된 추모 행사는 그 사실을 다시 확인시켜 준다.
6·4의 핵심은 과거의 비극을 애도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그것은 국가폭력에 의해 희생된 시민의 존엄을 기억하는 일이며, 전체주의 권력이 역사를 독점하지 못하도록 막는 일이다. 또한 오늘날 중국과 홍콩, 그리고 해외 중국인 공동체가 마주한 표현의 자유와 인권 문제를 국제사회가 외면하지 않겠다는 선언이기도 하다.
톈안먼의 기억을 지우려는 시도는 계속되고 있다. 그러나 세계 곳곳의 촛불은 그 기억이 아직 살아 있음을 증명하고 있다. 기념관의 문은 파손됐지만, 6·4를 기억하려는 시민들의 의지는 오히려 더 단단해지고 있다.
장·춘 <취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