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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납치 피해자 앞에 선 일본 총리

2026-06-01 07:50 | 입력 : 리베르타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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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침묵하는 대한민국 정부는 부끄럽지 않은가.

인터넷 캡쳐
인터넷 캡쳐

일본 다카이치 총리가 납치 피해자 대회에 참석해 “반드시 해결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밝힌 장면은 단순한 정치 행사가 아니었다. 그것은 국가가 자국민의 고통을 어떻게 기억하고, 피해 가족의 눈물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를 보여준 상징적 장면이었다.

납치 문제는 시간이 지났다고 사라지는 과거사가 아니다. 가족을 빼앗긴 이들에게 그것은 오늘도 계속되는 현재의 고통이며, 국가가 끝까지 책임져야 할 인간의 문제이자 주권의 문제이다.

그런 점에서 일본 총리의 태도는 참으로 부러운 국가의 모습이었다. 일본 정부가 북한에 의한 일본인 납치 문제를 국가적 과제로 붙들고, 총리가 직접 피해 가족 앞에 서서 해결 의지를 반복적으로 확인하는 것은 피해자와 가족에게 최소한의 희망을 남기는 일이다.

물론 해결은 쉽지 않다. 북한 정권은 오랫동안 납치 문제를 회피하고 왜곡해 왔으며, 국제 정세 역시 간단하지 않다. 그럼에도 국가 지도자가 직접 “잊지 않겠다”, “포기하지 않겠다”고 말하는 것만으로도 피해 가족은 국가가 자신들을 버리지 않았다는 사실을 확인한다.

그러나 대한민국의 현실은 어떠한가. 우리는 일본을 부러워해야 하는 처지가 되었다. 북한에 의한 국군포로, 납북자, 억류자는 그 규모와 역사적 고통을 생각하면 대한민국이야말로 이 문제를 가장 앞장서 제기해야 할 나라다. 그런데도 현 정부의 인식은 참담하기 그지없다.

통일부 장관의 엉터리 발언, 납북 문제가 마치 있었느냐는 식의 무책임한 언급들은 피해 가족의 가슴에 다시 한 번 대못을 박았다. 가족을 잃고 수십 년을 기다려 온 이들에게 국가가 던진 말이 위로가 아니라 절망이었다면, 그것은 정책 실패를 넘어 도덕적 실패다.

납북 피해 가족과 국군포로 가족들이 바라는 것은 거창한 특권이 아니다. 그들은 국가가 최소한 사실을 사실대로 인정해 달라고 요구한다. 북한 정권의 범죄를 범죄라고 말해 달라는 것이다. 사랑하는 가족이 강제로 끌려갔고, 돌아오지 못했고, 그 생사조차 확인하지 못한 채 세월을 견뎌 온 이들의 고통을 국가가 외면하지 말아 달라는 것이다. 그러나 대한민국 정부는 너무 자주 침묵했다. 북한과의 대화를 의식한다는 명분 아래, 피해자의 이름을 지우고, 가족의 눈물을 외교적 부담으로 취급해 왔다.

이런 태도는 평화가 아니다. 그것은 비굴함이다. 인권을 말하면서도 북한 주민과 납북 피해자, 억류자, 국군포로의 인권 앞에서는 입을 닫는다면 그것은 선택적 인권일 뿐이다. 화해를 말하면서 피해자의 고통을 지우려 한다면 그것은 화해가 아니라 굴종이다. 대화를 말하면서 북한 정권의 책임을 묻지 못한다면 그것은 외교가 아니라 자기 포기다.

앞으로 일본이 총리의 강력한 의지를 바탕으로 일북 회담을 추진하고, 납치 피해자 문제 해결을 위한 외교적 공간을 넓혀 갈 가능성은 충분하다. 그 과정에서 일본 납치 피해자 가족들은 비록 작더라도 일말의 기대를 품을 수 있다. 국가가 움직이고 있다는 사실, 정부가 자신들의 문제를 외교 의제의 중심에 올려놓고 있다는 사실이 희망의 근거가 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대한민국은 무엇을 할 것인가. 일본이 자국민 납치 문제를 들고 북한과 마주 앉을 때, 한국 정부는 또다시 꿀 먹은 벙어리처럼 침묵할 것인가. 일본이 납치 피해자 문제를 국제사회에 제기할 때, 우리는 국군포로와 납북자, 억류자 문제를 스스로 부끄러운 듯 감출 것인가. 일본 총리가 피해 가족 앞에 서서 책임을 말할 때, 대한민국의 책임자들은 또다시 모호한 말과 변명 뒤에 숨을 것인가.

대한민국 정부는 분명히 깨달아야 한다. 국군포로, 납북자, 억류자 문제는 남북 관계의 부수적 의제가 아니다. 그것은 대한민국 국민의 생명과 존엄에 관한 핵심 의제다. 국가는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존재한다. 국민이 적대 세력에 의해 끌려가고, 억류되고, 돌아오지 못했는데도 정부가 이를 외면한다면 그 국가는 자기 존재 이유를 스스로 부정하는 것이다.

이제 대한민국도 배워야 한다. 일본의 모든 정책을 무조건 따르자는 말이 아니다. 적어도 자국민 피해자 앞에서 국가가 어떻게 서야 하는지, 피해 가족의 눈물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북한 정권의 반인도 범죄 앞에서 어떤 언어로 말해야 하는지를 배워야 한다는 것이다.

일본 총리의 납치 피해자에 대한 헌신은 대한민국에 부끄러운 거울을 들이밀고 있다. 우리는 그 거울 앞에서 외면할 것인가, 아니면 이제라도 국가의 책무를 회복할 것인가. 대한민국 정부가 또다시 침묵과 비굴함으로 일관한다면, 그것은 북한 정권 앞에서의 굴종일 뿐 아니라 피해 가족 앞에서의 배신으로, 국민에 대한 모욕으로 기록될 것이다.

<論 說 委 員 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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