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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넷 캡쳐 |
북한 매체가 평양 화성지구에 위치한 ‘화성대동강맥주집’을 소개하며 대동강맥주의 인기와 외국인 관광객들의 반응을 대대적으로 선전했다.
“다시 조선에 간다면 제일 먼저 화성대동강맥주집에서 시원한 맥주부터 마시고 싶다”는 러시아 관광객의 발언까지 인용하며, 대동강맥주와 평양의 최신 거리가 마치 북한의 풍요와 개방성을 상징하는 공간인 것처럼 포장했다.
그러나 이 보도는 한 잔의 맥주를 통해 북한 체제의 치명적인 모순을 역설적으로 드러낸다. 평양의 일부 특권층과 외국인 관광객을 위한 소비 공간은 화려하게 조명되지만, 정작 다수 북한 주민들의 식량난과 생활고, 이동의 자유 제한, 정보 통제 현실은 보도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북한 매체는 대동강맥주가 “국내는 물론 세계 여러 나라와 지역에 널리 알려져 있다”고 주장한다. 물론 대동강맥주는 북한이 대외 선전에서 자주 활용하는 대표 상품 가운데 하나다.
그러나 문제는 맥주의 품질이나 인지도 자체가 아니다. 문제는 북한 정권이 주민의 기본적 삶을 개선하는 대신, 선택된 일부 공간과 상품을 체제 선전의 장식물로 활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화성지구 역시 마찬가지다. 북한은 최근 몇 년간 평양의 대규모 살림집 거리와 상업시설을 잇달아 선전해왔다. 그러나 이러한 건설 사업은 전 주민의 생활 수준 향상이라기보다, 수도 평양의 특정 지역을 체제 과시용 전시장으로 만드는 성격이 강하다.
지방 주민들은 여전히 열악한 주거 환경과 생계난에 시달리고, 심지어 평양 내부에서도 계층과 신분에 따라 접근 가능한 공간은 뚜렷이 갈린다.
이번 보도에서 특히 눈에 띄는 대목은 외국인 관광객과 해외동포의 반응을 강조한 부분이다. 북한 정권은 외국인의 짧은 방문 경험을 체제 정상성의 증거처럼 내세운다.
하지만 제한된 동선, 안내원 감시, 통제된 장소 방문으로 구성된 북한 관광은 북한 사회의 실상을 보여주는 창이 아니라, 정권이 연출한 무대에 가깝다. 관광객이 맥주집에서 느낀 만족감이 북한 주민 전체의 삶을 설명할 수는 없다.
더구나 북한이 러시아 관광객의 발언을 부각한 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최근 북러 밀착이 군사·외교·경제 전반으로 확대되는 상황에서, 러시아 관광객의 긍정적 반응은 단순한 관광 홍보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북한은 러시아와의 관계를 활용해 국제적 고립을 돌파하고, 제한적 관광 재개를 통해 외화 수입과 체제 선전 효과를 동시에 노리고 있다. ‘맥주집 홍보’ 역시 넓게 보면 북러 밀착 분위기를 배경으로 한 대외 이미지 관리의 일부로 볼 수 있다.
북한 매체는 “이채로운 건물 형식과 친절한 봉사”를 강조했다. 그러나 친절한 봉사가 가능한 공간은 극히 제한되어 있다. 북한 주민이 자유롭게 여행하고, 자유롭게 소비하고, 자유롭게 자신의 의견을 말할 수 있는 사회라면 맥주집 하나가 특별한 선전 소재가 될 이유도 없다.
오히려 북한이 이런 공간을 반복적으로 홍보한다는 사실 자체가, 평범한 소비와 여가조차 체제의 허가와 연출 속에서만 존재한다는 현실을 보여준다.
대동강맥주 한 잔은 북한이 보여주고 싶은 평양의 얼굴일 수 있다. 그러나 그 뒤에는 보여주지 않으려는 또 다른 북한이 있다. 식량 배급의 불안, 지방의 빈곤, 주민 감시, 정치범수용소, 표현과 이동의 자유 부재가 그것이다.
정권은 맥주집을 통해 “정상국가”의 이미지를 만들려 하지만, 정상국가라면 주민들이 맥주 한 잔을 마시는 일보다 먼저 인간다운 삶과 자유를 누릴 수 있어야 한다.
결국 화성대동강맥주집 보도는 북한의 발전을 보여주는 뉴스라기보다, 북한식 선전의 전형을 보여주는 사례다.
체제는 맥주잔 위에 거품을 올리듯 화려한 이미지를 만들지만, 그 거품이 사라지고 나면 남는 것은 특권층과 외국인을 위한 전시용 공간, 그리고 그 바깥에 놓인 주민들의 냉혹한 현실이다.
대동강맥주의 매력을 말하기 전에, 북한 정권은 먼저 주민들이 자유롭게 먹고 마시고 말할 수 있는 나라를 만들 책임부터 져야 한다.
김·도·윤 <취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