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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자 제공 |
미국 뉴욕 차이나타운에서 중국 정부의 이른바 ‘해외 경찰서’ 운영을 도운 혐의를 받아온 중국계 미국인 루젠왕, 영어명 해리 루가 연방법원 배심원단으로부터 유죄 평결을 받았다.
단순한 교민 지원센터라는 피고 측 주장과 달리, 미국 검찰은 이 조직이 중국 공안부의 지휘 아래 미국 내 중국계 반체제 인사와 민주화 활동가를 감시·압박하기 위한 거점이었다고 판단했다.
뉴욕 동부연방검찰에 따르면, 브롱크스 거주자인 루젠왕은 2022년 맨해튼 차이나타운 이스트브로드웨이 107번지 사무실에 중국 공안부와 연결된 해외 경찰 거점을 개설·운영한 혐의로 기소됐다.
배심원단은 그에게 외국 정부의 불법 대리인 활동 및 관련 증거를 삭제한 사법 방해 혐의를 인정했다. 다만 일부 보도에 따르면 공모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 판단이 내려졌다. 그는 선고 시 최대 30년의 징역형에 처할 수 있다.
이 사건의 핵심은 ‘해외 경찰서’라는 명칭 자체에 있다. 검찰은 해당 사무실에서 “푸저우 경찰 해외 서비스 센터, 미국 뉴욕”이라는 현수막이 발견됐다고 밝혔다. 겉으로는 중국 교민의 운전면허 갱신 등 행정 편의를 돕는 공간처럼 운영됐지만, 실제로는 중국 공안부의 지시와 통제 아래 움직였다는 것이 미국 수사당국의 판단이다.
미국 검찰은 루젠왕이 중국 정부를 위해 활동하면서도 미 법무장관에게 외국 정부 대리인 활동 사실을 신고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는 단순한 행정 위반이 아니라, 미국 주권 아래 있는 영토에서 외국 권력기관이 은밀히 법 집행 기능을 행사하려 했다는 점에서 중대한 사안으로 평가된다.
조지프 노첼라 뉴욕 동부연방검사는 평결 직후 “중국 정부의 지휘 아래 뉴욕에서 운영된 경찰서가 적발됐고, 그 악의적 목적은 차단됐으며, 설립자는 법과 미국의 주권을 노골적으로 무시한 책임을 지게 됐다”고 밝혔다.
특히 검찰은 이 거점이 미국 내 중국 반체제 인사를 겨냥한 활동과 관련돼 있다고 봤다. 보도에 따르면 루젠왕은 캘리포니아에 거주하는 친민주 성향 활동가의 소재 파악을 도운 혐의를 받았고, 재판 과정에서는 중국 공안 관계자와의 위챗 대화 삭제 정황도 주요 증거로 제시됐다.
FBI도 이번 평결을 중국 공산당식 해외 탄압, 이른바 ‘초국경 탄압’에 대한 경고로 해석했다. 제임스 바너클 FBI 뉴욕지부 부국장은 “루젠왕은 뉴욕의 경찰서를 이용해 중국 정부의 정치적 의제를 추진하며 중국 반체제 인사들을 표적으로 삼았다”며, 이번 평결이 적대 국가의 비밀 작전을 폭로하고 차단하겠다는 미국 수사기관의 의지를 보여준다고 밝혔다.
피고 측은 혐의를 부인해왔다. 변호인단은 해당 사무실이 코로나19 시기 중국 교민의 행정 업무를 도운 지역사회 공간이었을 뿐, 중국 정부의 비밀 경찰 거점이 아니었다고 주장했다.
중국 정부 역시 그동안 해외 서비스센터가 자원봉사 성격의 민원 지원 공간일 뿐이라는 입장을 보여왔다. 그러나 배심원단은 검찰이 제시한 중국 공안부와의 연결, 관련 메시지 삭제, 반체제 인사 표적화 정황을 더 설득력 있게 받아들인 셈이다.
공동 피고인 천진핑은 이미 2024년 12월 중국 정부 대리인으로 활동한 공모 혐의를 인정한 바 있으며, 아직 선고를 기다리고 있다. 이로써 뉴욕 차이나타운 비밀경찰서 사건은 단순한 지역 교민단체 문제가 아니라 중국 공산당의 해외 영향력 공작과 반체제 인사 탄압 문제로 확장됐다.
이번 사건은 미국 사회에 중요한 질문을 던진다. 외국 정부가 자국민 보호나 행정 편의라는 명분으로 해외 교민사회 내부에 사실상의 치안·감시 거점을 설치할 수 있는가. 더 나아가 민주주의 국가의 영토 안에서 권위주의 정권이 반체제 인사와 망명자, 인권운동가를 추적하고 압박하는 행위를 어디까지 방치할 것인가.
중국 공산당은 오랫동안 해외 교민 조직, 친중 단체, 문화교류 기관, 상공회의소 등을 통해 영향력을 넓혀왔다. 그러나 이번 사건은 그 활동이 단순한 친선 교류나 민원 서비스의 범위를 넘어설 경우, 민주주의 국가의 법치와 주권을 정면으로 침해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미국 법원의 유죄 평결은 중국 공산당의 해외 통제망이 더 이상 ‘회색지대’에 머물 수 없다는 신호다. 한국도 이 사건을 남의 일로만 볼 수 없다. 중국 공산당의 해외 조직망은 미국뿐 아니라 유럽, 아시아, 오세아니아 등 여러 지역에서 논란을 일으켜 왔다.
한국 내 중국 교민사회, 유학생 조직, 친중 네트워크, 각종 문화·경제 교류단체 역시 법적 투명성과 공적 감시의 원칙에서 예외가 될 수 없다. 외국인의 권리는 보호되어야 하지만, 외국 권력기관의 비밀 활동은 결코 용납되어서는 안 된다.
뉴욕 비밀경찰서 사건은 한 개인의 범죄 사건을 넘어선다. 그것은 자유국가의 심장부에서 권위주의 정권이 어디까지 손을 뻗을 수 있는지를 보여준 사례다.
그리고 동시에 민주주의 사회가 주권과 법치, 망명자와 반체제 인사의 자유를 지키기 위해 어떤 경계심을 가져야 하는지를 일깨우는 경고음이기도 하다.
장·춘 <취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