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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돋보기] 조선직업총동맹 제9차대회

2026-05-15 19:23 | 입력 : 김도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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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동자를 위한 조직인가, 충성 동원의 장치인가

인터넷 캡쳐
인터넷 캡쳐

북한 김정은이 5월 14일 조선직업총동맹 제9차대회 참가자들을 만나 기념사진을 촬영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통신은 이번 행사를 “무상의 영광과 행복”, “폭풍 같은 환호”, “당에 대한 충성심”으로 포장했지만, 그 화려한 수사 뒤에는 북한 노동자들이 처한 현실과 노동조직의 본질적 왜곡이 선명하게 드러난다.

조선직업총동맹, 이른바 직총은 명목상 노동자와 직장인을 대표하는 대중조직이다. 그러나 북한에서 직총은 노동자의 권익을 대변하는 노동조합이 아니다. 임금, 노동조건, 작업장 안전, 복지, 휴식권을 요구하는 조직이 아니라 당의 지시를 현장에 관철시키고 노동자들을 사상적으로 통제하는 동원기구에 가깝다.

이번 보도에서도 노동자의 권리나 생활 개선은 찾아보기 어렵다. 대신 반복되는 말은 “당결정 관철”, “자력갱생”, “혁명성”, “사상교양”, “3대혁명수행”뿐이다.

김정은은 직맹원들을 “혁명의 핵심부대”, “자력갱생의 선봉대”, “당의 위업을 옹위하는 충직한 집단”으로 치켜세웠다. 그러나 이는 노동자에 대한 존중이라기보다 더 많은 희생과 복종을 요구하는 정치적 언어다.

북한 정권은 경제난과 제재, 산업 기반의 낙후, 만성적인 식량난 속에서도 책임을 국가 운영 실패에서 찾지 않는다. 오히려 노동자들에게 “불가능을 가능으로 전환하라”, “새로운 5개년 목표를 점령하라”고 요구한다. 결국 실패한 체제의 부담을 다시 노동자들에게 전가하는 구조다.

특히 이번 보도에서 주목해야 할 대목은 직총의 역할을 “사상교양단체”로 규정한 부분이다. 정상적인 노동조합이라면 노동자의 권익 보호가 존재 이유다. 그러나 북한에서 노동단체의 핵심 임무는 노동자를 보호하는 것이 아니라 노동자를 당에 복종시키는 것이다.

작업장의 부당한 지시, 과도한 노동 동원, 임금 체불, 안전사고, 생활고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는 기능은 사실상 존재하지 않는다. 노동자는 조직의 주인이 아니라 관리와 동원의 대상일 뿐이다.

통신은 행사장을 “격정과 환희”로 묘사했지만, 이러한 표현은 북한 선전매체가 반복해온 전형적인 충성 서사다. 지도자가 나타나면 환호가 터지고, 참가자들은 “하늘 같은 믿음”을 받들어 결의를 다졌다는 식의 보도는 북한 사회의 자발적 지지가 아니라 강제된 정치문화의 산물이다. 사진 한 장을 찍는 행사조차 노동자들의 권익 논의가 아니라 지도자 숭배와 충성 맹세의 무대로 전락한 것이다.

더 심각한 것은 북한 정권이 “인민의 복리증진”을 말하면서도 실제로는 노동자의 삶을 개선할 제도적 장치를 제시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보도에는 임금 인상, 노동시간 단축, 산업재해 예방, 식량 배급 정상화, 주거 개선, 여성 노동자 보호, 청년 노동자의 미래와 같은 구체적 과제가 전혀 보이지 않는다.

대신 “더 열렬하고 더 혁신적이고 더 완강한 투쟁”이라는 구호만 반복된다. 이는 노동자의 삶을 나아지게 하는 정책이 아니라 노동자를 더 강하게 몰아붙이는 동원 명령에 가깝다.

북한은 노동자를 “영웅적 노동계급”이라고 부른다. 그러나 진정한 영웅적 노동계급이라면 자신의 권리를 말할 수 있어야 한다. 노동자는 국가와 당을 위해 존재하는 부품이 아니다.

노동자는 가정을 부양하고, 안전한 일터에서 일하며, 정당한 보상을 받고, 인간다운 삶을 누릴 권리를 가진 주체다. 그런 기본권이 보장되지 않는 사회에서 “노동계급의 긍지”를 말하는 것은 공허한 선전에 불과하다.

이번 직총대회 관련 보도는 북한 노동정책의 본질을 다시 보여준다. 북한 정권은 노동자를 대표하지 않는다. 노동자를 조직하고, 감시하고, 동원한다. 직총은 노동자의 목소리를 위로 전달하는 통로가 아니라 당의 명령을 아래로 전달하는 통제 장치로 기능한다.

김정은의 기념사진은 노동자에 대한 격려가 아니라 노동자들을 다시 한 번 충성 경쟁의 무대로 세운 상징적 장면이다.

북한 노동자들에게 필요한 것은 지도자와의 기념사진이 아니다. 필요한 것은 자유롭게 말할 권리, 정당한 임금을 받을 권리, 안전하게 일할 권리, 가족과 인간답게 살 권리다. 북한 정권이 진정으로 노동자를 위한다면 “만세”와 “결의”를 요구하기 전에 노동자의 고통과 권리를 먼저 인정해야 한다.

결국 이번 보도는 북한 체제의 오래된 모순을 드러낸다. 노동자를 국가의 주인이라고 부르면서 실제로는 가장 철저히 동원하고 통제한다. 인민의 복리를 말하면서 인민에게 더 많은 희생을 요구한다.

영광과 행복을 말하면서 자유와 권리는 허락하지 않는다. 이것이 김정은 정권이 말하는 ‘노동계급의 시대’의 실체다.

김·도·윤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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