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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오늘] 김정은, 단둥서 ‘혈맹’ 과시

2026-10-26 09:54 | 입력 : 김도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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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항미원조기념관 참배·자동차공장 시찰.. 북중 협력 가속화

인터넷 캡쳐
인터넷 캡쳐

북한 김정은이 지난 24일 중국 랴오닝성 단둥을 방문했다. 지난해 9월 이후 약 1년 1개월 만의 방중이다. 중국군의 6·25전쟁 참전 기념일을 하루 앞두고 이뤄진 이번 방문은 전쟁의 기억을 매개로 북중 결속을 과시하고 경제협력 확대 의지를 드러낸 행보로 풀이된다.

중국 외교부 발표에 따르면 김정은은 왕후닝 중국공산당 중앙정치국 상무위원 겸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 주석과 함께 항미원조기념탑에 헌화하고 기념관을 참관했다. 친필 문구가 담긴 역사 사진도 기증했다. 오후에는 단둥의 자동차공장을 둘러봤으며, 왕후닝은 귀국하는 김정은을 신압록강대교까지 배웅했다.

이번 일정에서 주목할 대목은 전쟁 추모와 경제협력이 하나의 동선으로 연결됐다는 점이다. 기념관에서는 과거의 군사적 연대를 부각하고, 공장과 대교에서는 앞으로의 경제적 연결을 강조했다. 역사적 혈맹을 현재의 체제 유지와 협력 확대를 위한 정치적 자산으로 활용한 셈이다.

그러나 북중 양국이 내세우는 ‘항미원조’라는 명칭에는 전쟁을 바라보는 편향된 시각이 담겨 있다. 6·25전쟁은 북한의 남침으로 시작됐다. 이를 미국에 맞서 북한을 도운 전쟁으로만 설명하면 침략의 책임과 대한민국이 입은 피해는 뒷전으로 밀려난다. 전사자를 추모하는 행위와 전쟁의 원인을 왜곡하는 서사는 구분돼야 한다.

경제협력 역시 선언보다 실제 효과를 따져야 한다. 왕후닝은 신압록강대교 개통을 계기로 인적 왕래와 무역협력을 확대하자고 제안했고, 김정은도 실질적 협력을 강화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양측은 협력이 주민들에게 이익을 가져올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교역량 증가가 곧바로 북한 주민의 생활 개선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늘어난 물자와 수익이 식량·의료·생활 기반 개선으로 이어지는지, 정권이 우선하는 사업에 집중되는지 확인해야 한다. 이번 방문에서 공개된 발표만으로는 주민에게 돌아갈 구체적인 혜택이나 이를 확인할 장치를 찾기 어렵다.

김정은을 맞이하기 위해 단둥에서 시행된 강도 높은 통제도 이런 간극을 보여준다. 연합뉴스는 방문 당일 교통 통제가 강화됐으며, 신압록강대교 인근 일부 호텔에서는 외국인 투숙이 제한되고 예약이 취소됐다고 보도했다. 지도자의 이동을 위한 경호가 도시의 일상과 주민의 경제활동을 제약한 것이다.

외교적으로는 중국과의 관계를 다져 향후 대미 협상에서 선택지를 넓히려는 행보로 해석할 수 있다. 다만 이를 미북 정상회담의 임박한 신호로 단정할 근거는 부족하다. 로이터통신을 인용한 보도에서는 미국과 한국 당국자들이 연내 정상회담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다는 내용도 전해졌다. 북중 결속 강화와 미북 대화 성사는 별개의 문제다.

이번 단둥 방문이 보여준 것은 북중 지도부가 과거의 전쟁 서사와 오늘의 경제협력을 함께 묶어 관계를 강화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 관계를 평가할 기준은 화환의 크기나 환대의 격식이 아니다. 북한 주민의 삶이 나아지는지, 한반도의 위협이 줄어드는지에 있어야 한다.

주민의 자유와 안전을 외면한 채 정권의 버팀목만 두터워진다면, ‘친선’과 ‘공동 번영’이라는 구호는 체제 결속을 포장하는 말에 머물 수밖에 없다.

김·도·윤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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