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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넷 캡쳐 |
북한이 김일성종합대학 인공지능학부가 개발했다는 이른바 ‘리대식(履帶式) 지능로보트’를 새로운 교육·과학기술 성과로 내세우고 있다.
조선신보는 10월 5일 김일성종합대학 인공지능학부가 자체적으로 외부 환경을 인식하고 장애물을 피해 움직일 수 있는 궤도형 지능로봇을 개발했으며, 이를 학생들의 실무·개발 능력을 높이는 교육에 활용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로봇은 카메라 영상과 각종 거리감지장치에서 들어오는 데이터를 토대로 주행로와 장애물을 실시간으로 파악하는 방식이라고 소개됐다.
북한이 최근 인공지능 분야를 집중 육성하고 있다는 사실 자체는 확인된다. 김일성종합대학은 2025년 7월 기존 정보과학학부를 인공지능학부로 개편했으며, 딥러닝·기계학습·자연어처리·컴퓨터비전·클라우드컴퓨팅·정보보안 등을 교육과정에 포함하고 있다고 대학 홈페이지에서 밝히고 있다.
그러나 북한 매체의 이번 보도를 곧바로 ‘첨단 AI 기술의 획기적 성과’로 받아들이기에는 확인해야 할 부분이 적지 않다.
무엇보다 보도에는 해당 로봇의 자율주행 성능과 정확도, 적용된 인공지능 모델, 센서 구성, 연산 능력, 실제 운용시험 결과 등 기술 수준을 객관적으로 판단할 만한 구체적인 자료가 거의 제시되지 않았다.
세계적으로 카메라와 거리센서를 활용해 장애물을 피하는 이동형 교육용 로봇은 대학 연구·교육 과정에서 널리 활용되는 기술이다. 따라서 로봇 한 대를 개발했다는 사실과 국제적인 AI·로봇 기술 경쟁력을 확보했다는 평가는 엄연히 구분할 필요가 있다.
더욱 주목되는 것은 이러한 기술 보도가 등장하는 정치적 배경이다. 김정은은 김일성종합대학 창립 80주년을 맞아 최근 대학을 방문해 교육과 과학기술을 국가 발전의 핵심 요소로 강조하며 대학에 이른바 ‘강국 건설’의 선도적 역할을 주문했다.
때문에 이번 지능로봇 보도 역시 순수한 대학 연구성과 소개를 넘어 북한 당국이 강조하고 있는 ‘과학기술 강국’ 이미지를 부각하는 선전의 한 부분으로 읽힐 여지가 있다.
특히 북한이 AI를 민간 산업뿐 아니라 군사 분야에서도 중요한 기술로 다루고 있다는 점은 간과하기 어렵다. 북한의 최근 정책과 공식 보도를 분석한 자료에서도 인공지능 산업과 함께 AI 기반 무인체계가 국방 분야의 주요 개발 대상으로 언급되고 있다.
그렇다면 중요한 질문은 단순하다. 북한이 개발하고 있다는 AI와 로봇 기술은 과연 누구를 위한 기술인가.
주민들의 농업 생산성을 높이고 의료와 교육을 개선하며 산업현장의 안전과 생산성을 높이는 기술이라면 그 자체로 평가할 부분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첨단기술 개발이 체제 우월성을 과시하거나 군사력을 강화하는 방향에 우선적으로 투입된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과학기술은 선전구호가 아니라 사람의 삶을 개선할 때 비로소 의미가 있다. 북한은 그동안 새로운 공장과 발전소, 첨단 설비와 과학기술 성과가 등장할 때마다 이를 ‘자력갱생’과 ‘과학기술 강국’의 증거로 대대적으로 선전해 왔다.
이번 AI 로봇 역시 기술적 성취를 주장하려면 단순한 시연 영상이나 내부 평가를 넘어 실제 산업현장에서 어떤 성과를 냈는지, 주민생활을 어떻게 개선했는지를 보여주는 것이 먼저다.
더구나 북한 내부의 정보환경과 연구 여건을 고려하면 국제 학계가 통상 사용하는 논문 공개, 데이터 검증, 제3자 평가 등을 통해 연구성과를 객관적으로 확인하기도 쉽지 않다. 북한 스스로 주장하는 기술 수준과 실제 기술력을 동일하게 평가해서는 안 되는 이유다.
김일성종합대학 인공지능학부가 로봇을 만들었다는 사실 자체를 굳이 부정할 이유는 없다. 북한이 AI 인재 양성과 관련 기술 개발에 상당한 관심을 쏟고 있다는 것도 분명해 보인다.
하지만 로봇 한 대가 북한 주민들의 삶을 바꾸는 것은 아니다. 첨단 과학기술을 과시하기 전에 그 기술이 주민의 식량과 의료, 생활환경을 개선하는 데 얼마나 사용되고 있는지부터 설명해야 한다. AI와 로봇까지 ‘강국 선전’의 무대장치로 활용한다면 아무리 화려한 첨단기술을 내세워도 그 이면의 현실까지 가릴 수는 없다.
북한이 정말 ‘과학기술 강국’을 말하고 싶다면 보여주기식 로봇보다 먼저 과학기술이 주민을 위해 존재하는 사회인가라는 질문에 답해야 할 것이다.
김·도·윤 <취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