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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자 제공 |
중국의 법학자이자 시민운동가인 쉬즈융(許志永)의 문집 『아름다운 중국(A Beautiful China)』 영문판이 미국 워싱턴에서 출간됐다. 중국 정부가 내세워 온 ‘중국몽’과는 다른 중국 사회의 미래상을 제시해 온 인물의 저서라는 점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미국 방문을 앞두고 관심을 끌고 있다.
『아름다운 중국』 영문판 출간 행사는 9월 21일 미국 워싱턴DC 조지타운대학교 로스쿨에서 열렸다. 공개된 행사 안내에 따르면 이날 행사는 쉬즈융의 저서 출간과 함께 중국의 법치, 시민사회, 신공민운동 등을 논의하는 자리로 마련됐다. 쉬즈융의 지인과 인권활동가, 출판인, 학자, 변호사 등 20여 명이 참석한 것으로 전해졌다.
쉬즈융은 중국의 이른바 ‘신공민운동(New Citizens Movement)’을 이끌어 온 대표적 시민운동가다. 그는 2023년 4월 산둥성 린이시 중급인민법원에서 ‘국가정권 전복죄’로 징역 14년을 선고받았으며 현재 중국에서 복역 중이다. 이번 수감은 그의 두 번째 장기 수감이다.
“이곳은 나의 고향.. 여기서 싸우겠다”
쉬즈융은 2019년 말 푸젠성 샤먼에서 변호사와 시민운동가들이 모여 중국 사회와 시민사회의 미래를 논의한 이른바 ‘샤먼 모임’ 이후 중국 공안당국의 추적을 받았다.
그는 도피 생활을 이어가다 2020년 2월 광저우에서 경찰에 체포됐다. 당시 그에게 은신처를 제공했던 변호사 양빈은 쉬즈융이 해외로 빠져나갈 가능성이 있었음에도 중국을 떠나지 않았다고 회고했다.
양빈에 따르면 쉬즈융은 중국을 떠나지 않은 이유에 대해 자신이 살아온 곳이 고향이며, 바로 그곳에서 자신이 추구하는 변화를 위해 행동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쉬즈융은 체포 전 시진핑 지도부의 정책과 코로나19 대응, 홍콩 문제 등에 대해 강하게 비판하는 글을 발표하기도 했다. 이러한 글과 시민운동 활동은 이후 중국 당국이 그를 기소하는 과정에서 주요 증거로 제시됐다.
‘자유·정의·사랑’으로 그린 또 다른 중국
이번에 영어로 출간된 『아름다운 중국』에는 쉬즈융이 쓴 글 24편이 수록됐다. 상당수는 그의 두 차례 수감 사이인 2017년부터 2019년까지 작성된 글이다.
쉬즈융은 이 글들을 통해 자신과 동료들이 중국 시민운동을 이끌어 온 과정을 돌아보고, ‘자유·정의·사랑’을 핵심 가치로 삼는 민주적이고 법치에 기반한 헌정 국가의 모습을 제시한다.
책의 제목인 ‘아름다운 중국’ 역시 경제 성장이나 국가적 강대함보다 시민의 자유와 법치, 인간의 존엄을 중심에 놓은 중국 사회를 의미한다.
영문판 출판 관계자들은 이러한 쉬즈융의 구상을 시진핑 주석이 강조해 온 ‘중국몽’과 대비되는 또 하나의 중국에 대한 비전으로 설명했다.
출판인 룽웨이는 출간 행사에서 시진핑 정부가 제시한 ‘중국몽’과 쉬즈융이 제시한 ‘아름다운 중국’은 서로 다른 미래상을 보여준다며, 쉬즈융의 구상은 자유와 민주주의, 헌정질서를 지향하는 중국이라고 평가했다. 이는 출판인 자신의 견해다.
국제 인권단체 “중국 정부 밖의 목소리도 들어야”
국제 인권단체 관계자들도 이번 출간의 의미를 강조했다.
중국 인권 옹호자 네트워크(CHRD)의 소피 리처드슨 공동 집행이사는 행사에서 국제사회가 중국 정부의 공식적인 설명뿐 아니라 중국 시민사회와 인권운동가들이 제시하는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중국 안팎에서 정치적 탄압과 인권 문제가 계속 제기되는 상황에서 『아름다운 중국』 영문판이 영어권 독자들에게 중국 시민사회의 문제의식을 직접 접할 기회를 제공한다는 취지로 평가했다.
‘샤먼 모임’ 뒤 시민운동가 잇단 중형
쉬즈융 사건의 직접적인 계기가 된 것은 2019년 12월 이른바 ‘샤먼 모임’이었다.
당시 쉬즈융과 인권변호사 딩자시, 우사오핑 등 시민운동가들은 푸젠성 샤먼에서 사적인 모임을 갖고 중국의 정치·사회 현안과 시민사회의 발전 등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이후 중국 당국은 참가자들을 대상으로 대대적인 체포와 수사에 나섰다.
쉬즈융은 징역 14년, 딩자시는 징역 12년을 선고받았다. 우사오핑은 이후 중국을 떠나 미국으로 건너갔다. 우사오핑은 미국의소리(VOA)와의 인터뷰에서 쉬즈융과 딩자시에 대한 중형 선고를 중국 시민사회에 대한 강한 압박으로 받아들였다고 말했다. 그는 두 사람을 중국 시민사회를 상징하는 인물로 평가했다. 이 역시 우사오핑 개인의 평가다.
『아름다운 중국』 영문판 편집자인 차오야쉐 역시 쉬즈융과 딩자시가 중국 사회와 국민에 대한 애정을 바탕으로 활동해 온 인물이라고 말했다.
딩자시의 아내 뤄성춘도 계속되는 탄압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사람들이 인권과 시민운동에 참여하고 있다며 쉬즈융이 꿈꿔 온 사회가 언젠가 현실이 될 것이라는 희망을 밝혔다.
시진핑 방미 시점과 겹친 출간
이번 출간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워싱턴 방문을 앞두고 이뤄졌다는 점에서도 주목된다.
현재 미·중 정상 간 현안으로는 무역을 비롯해 대만 문제와 국제안보 현안 등이 거론되고 있다. 로이터는 시 주석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정상회담이 9월 24일 예정돼 있다고 보도했다.
중국 민주화·인권 활동가들은 시 주석의 방미 기간 워싱턴에서 중국 내 정치범과 인권 문제를 알리는 활동도 계획하고 있다.
일부 활동가들은 쉬즈융과 딩자시를 비롯해 현재 중국에서 자유롭게 목소리를 낼 수 없는 수감자들의 문제를 국제사회에 알리겠다는 입장이다.
『아름다운 중국』의 출간은 결국 하나의 질문을 던지고 있다. 중국의 미래를 국가의 힘과 부흥을 중심으로 그릴 것인가, 아니면 시민의 자유와 법치, 헌정질서를 중심으로 그릴 것인가.
저자인 쉬즈융은 현재 감옥에 있지만, 그가 글로 남긴 ‘아름다운 중국’에 대한 구상은 이번 영문판 출간을 계기로 다시 중국 밖 독자들에게 전달되기 시작했다.
장·춘 <취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