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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SA 가톨릭 471] 문명적 위기 속의 우크라이나 교회

2026-09-24 07:35 | 입력 : 리베르타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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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봄 파리하르 Shivom Parihar writes on sociology and world politics. 칼럼리스트


전사한 한 우크라이나 병사의 어머니가 아들의 장례 수의에 그려진 십자가에 못 박히신 그리스도를 부둥켜안고 운다. 그 모습은 키이우 중심부에서 그리 멀지 않은 성 미하일 성당에 있는 성화들을 떠올리게 한다.

병사의 장례 수의가 그의 구세주께 경의를 표한다면, 관 아래 놓인 우크라이나 국기는 그의 조국을 기린다. 2022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래 이 교회는 날마다 우크라이나 군대와 국가의 영토 보전, 그리고 고통받는 민간인들을 위해 기도해 왔다.

그런데도 우크라이나 정부는 이 교회를 러시아라는 히드라의 한 갈래로 간주한다. 나는 이러한 혐의에 근거가 있는지를 알아보기 위해 키이우로 갔다. 그러나 그곳에서 내가 발견한 것은 우크라이나의 방위를 지지하면서도 문화적 줄다리기 속에 갇혀 있는 한 교회였다.

‘우크라이나’라는 말 자체는 ‘변경지’ 또는 ‘접경지’를 뜻하는 우크라이나(ukraina)에서 유래한다. 정교회가 수세기 동안 우크라이나 문화를 동방과 이어 왔다면, 우크라이나 서부의 그리스 가톨릭교회는 우크라이나를 유럽 문명과 연결하는 다리 역할을 해 왔다. 새뮤얼 헌팅턴은 기념비적인 저서 『문명의 충돌과 세계질서의 재편』에서 이렇게 썼다.

“우리는 우리가 누구인지 아닌지를 알 때에야 비로소 우리가 누구인지 알며, 흔히는 우리가 누구에 반대하는지를 알 때에야 비로소 우리가 누구인지를 안다.” 유럽적 정체성을 형성하는 과정에서 우크라이나 당국은 그것을 무엇보다 러시아적인 모든 것에 대한 반대로 규정하기 시작했고, 러시아 문명의 잔재를 몰아내기 위한 전국적 운동을 벌여 왔다. 레프 톨스토이 광장은 이제 우크라이나 영웅 광장이 되었다. 표트르 차이콥스키의 이름은 우크라이나 국립음악원에서 삭제되었다. 도스토옙스키, 푸시킨, 톨스토이의 작품도 도서관과 학교 권장도서 목록에서 빠지고 있다.

성 미하일 성당은 종교단체로서 받던 보호를 박탈당한 이후 매달 20만 흐리우냐, 약 4,500달러를 우크라이나 정부에 내야 한다. 내가 방문했을 때 수녀들은 자신들이 우크라이나 정교회(UOC)와 그 수장 오누프리 베레조프스키 관구장주교 소속임을 밝히기를 주저했다.

나는 몇 주 전 도네츠크 최전선에서 드론 공격으로 아들을 잃은 한 우크라이나 정교회 사제를 아는 여러 사람과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 사제와 아내는 아들의 미망인과 한 살배기 손자를 돌보는 일을 자신들의 몫으로 떠안았다. 그런데 그들 역시 국가로부터 친모스크바 성향으로 간주되고 있다.

2022년 이후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 정부는 UOC를 겨냥한 더 광범위한 조치의 일환으로 교회 재산을 압류하고 성직자들을 체포해 왔다. 정부는 UOC가 2022년 러시아의 침공 이후 독립을 선언하고, 전쟁을 지지한 모스크바 총대주교 키릴을 규탄했음에도 계속해서 이 교회를 ‘모스크바 총대주교청’으로 규정하고 있다. 그리고 압류된 재산들은 우크라이나 정교회(OCU)에 넘겨졌다.

OCU는 러시아의 교회 권위로부터 독립된 우크라이나 교계제도를 만들기 위해 수십 년간 이어져 온 노력의 결실이다. 이 성과는 당시 우크라이나 대통령 페트로 포로셴코가 주도하여 이루어졌다. 콘스탄티노폴리스 세계총대주교 바르톨로메오가 OCU를 승인하면서 콘스탄티노폴리스와 모스크바 사이에는 오늘날까지 이어지는 분열이 촉발되었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오직 OCU만이 진정으로 국가에 충성하며, UOC가 과거 모스크바와 맺었던 교회법적 관계는 국가 통합에 대한 위협이라고 주장한다.

내가 만난 수십 명의 UOC 신자 가운데 블라디미르 푸틴에 대해 긍정적으로 말한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 UOC의 오누프리 관구장주교는 전쟁이 시작되기 전부터 “우크라이나 정교회는 우크라이나의 영토 보전을 한결같이 지지해 왔고 앞으로도 지지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우크라이나 정부의 주장과 달리 UOC의 공식 성명들은 푸틴 정권에 복종하는 모스크바 총대주교 키릴을 지속적으로 비판해 왔다.

모든 UOC 교회에서는 하루 두 차례 평화를 위해 기도한다. 그리고 우크라이나의 다른 지역들과 마찬가지로 UOC 교회들도 공격과 정전 피해를 겪었으며 피란민들을 받아들여 왔다. 전쟁이 시작된 2022년 젤렌스키 대통령조차 러시아군이 모스크바 총대주교청과의 관계 여부와 상관없이 교회들을 파괴하고 있다고 공개적으로 지적한 바 있다.

이러한 전력에도 불구하고 젤렌스키 정부는 UOC에 대한 조치를 계속 정당화해 왔다. UOC 사제들을 상대로 200건이 넘는 사건이 입건되었으며, 이 가운데 일부는 수년째 미결구금 상태에 놓여 있다. 정부는 오누프리의 우크라이나 시민권마저 박탈했다. 우크라이나의 두 지역에서는 UOC 공동체가 예배를 드릴 수 있는 건물을 전혀 갖지 못하게 되어, 신자들이 가정에서 몰래 기도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교황 프란치스코와 바이든 행정부를 비롯해 한때 우크라이나를 적극 지지했던 이들도 우크라이나 정부의 조치에 우려를 표했었다. 반면 우크라이나 종교단체협의회는 이러한 조치를 만장일치로 지지했다.

키이우-지토미르 라틴 가톨릭교구의 비탈리 크리비츠키 주교는 정부의 기본적 방향을 옹호한다. 그는 “교회의 대부분은 우크라이나를 지지하고 있다”고 인정하면서도, UOC가 여전히 모스크바로부터 종속 조직으로 인정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그러나 그는 정부가 키이우 페체르스크 라브라와 기타 교회 재산을 압류한 것은 부당하다고 반대한다. 그는 이를 수세기에 걸쳐 정교회 중심의 박해가 지속되던 시기 러시아 제국이 가톨릭교회에 취했던 조치와 비교한다. 크리비츠키 주교의 표현대로 우크라이나는 “이념적·문화적·정치적 지각판” 위에 놓여 있으며, “사회는 유럽을 향해 머리를 돌리고 있다.”

UOC 금지 조치를 지지하는 이유를 설명하면서 OCU의 한 관계자는 내게 이렇게 말했다. “이 법은 어떠한 방식으로도 종교 자유의 권리를 제한하지 않으며, 종교 공동체들이 활동하는 것을 막지도 않습니다.” 그러나 UOC 사제들은 우크라이나 군종 사제로 복무하는 것이 금지되어 있다. 이는 우크라이나 군종사목 인력을 현재의 두 배로 늘려야 할 만큼 사목적 수요가 절박한 상황에서도 마찬가지다.

역설적이게도 그 결과 UOC 사제들이 징집되어 전선에서 일반 병사로 복무하는 일이 생겼다. 이는 사제가 무기를 드는 것을 금지하는 정교회의 규율을 심각하게 위반하는 것이지만, 동시에 징집된 사제들이 사실상의 군종 사제로서 군 복무 중인 수만 명의 UOC 신자들에게 영적 도움을 제공할 수 있게 하는 결과도 낳았다. 다른 UOC 사제들은 비공식 군종 사제로 몰래 자원하여 활동하고 있다. 이들의 존재가 발각될 경우 해당 부대는 군 수뇌부로부터 문책을 받을 수 있다.

대사제 세르히 유슈치크는 그 어떤 군종 사제보다 전선 가까이에서 봉사하고 있다. 사제 서약 때문에 무기를 들 수 없고 군종사목에서도 배제된 유슈치크는 응급의료요원으로 활동해 왔다. 그는 내게 말했다. “일반 보병으로 복무하던 UOC 사제들 가운데 부상자도 있고 사망자도 있으며 실종자도 있습니다.” 유슈치크를 비롯해 내가 만난 사람들은 모두 총알이 날아다니는 곳에서는 교파 간 갈등이 사라진다고 입을 모았다. “그곳에서는 모두가 똑같은 위험선 위에 있습니다. 모두가 살아남고 조국을 지키고자 하는 열망으로 하나가 됩니다.”

이 갈등에서 가장 논쟁적인 장소는 그 자체로 하나의 문명적 단층선인 키이우 페체르스크 라브라이다. 이 거대한 수도원은 원래 키이우 루스 시대 그리스도교의 보석과 같은 곳으로 세워졌다. 그리고 키이우 루스의 유산을 둘러싼 논쟁은 오늘날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를 가르는 핵심 쟁점 가운데 하나가 되었다. 공산주의 붕괴 이후 법적으로 라브라의 소유권은 우크라이나 문화부에 있었지만, UOC는 무기한 임대계약 아래 이 수도원을 운영해 왔다.

러시아가 침공했을 때 라브라의 수도자들은 최전선 인근에서 인도주의 지원 활동을 벌였고, 가난한 이들과 함께 군인들에게 음식을 제공했으며, 러시아군의 진격을 피해 도망치는 피란민들을 도왔고, 부상당한 우크라이나인들을 돌보았다. 그러나 수도원장 파블로 관구장주교는 2022년 11월 수도원에서 친러시아 노래가 불리는 것을 막지 못했다. 이후 그는 러시아군의 헤르손 점령을 기뻐하는 모습까지 포착되었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파블로를 수사한 뒤 한 걸음 더 나아가 UOC와의 임대계약을 해지하고 수도자 전원을 수도원에서 강제로 퇴거시켰다. 이후 수도원 부지는 OCU와 국립박물관이 나누어 사용하게 되었고, UOC가 사용할 수 있는 곳은 길 건너편의 작은 경당 세 곳뿐이 되었다.

라브라에서 퇴거당한 수도자 가운데 한 명인 니코딤은 도네츠크와 루한스크의 분쟁 지역이 “명백히 우리, 곧 우크라이나의 영토”라고 말했다. 그는 사제 개개인에 대한 일부 혐의가 정당하다는 사실도 인정했다. 내가 질문한 모든 UOC 성직자들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니코딤은 UOC 대다수의 입장을 대변하며, 모스크바 총대주교청이 하는 것처럼 “전쟁을 지지하고 우크라이나에서 무고한 사람들을 죽이는 러시아 무기를 축복하는 행위는 명백히 그리스도교적이지 않다”고 말했다.

내가 만난 성직자들은 모스크바 총대주교청이 UOC의 제도적 독립을 위협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에 따라 러시아 당국 역시 UOC 성직자들을 가혹하게 박해해 왔다. 러시아 당국으로부터 고문을 받은 뒤 점령지에서 탈출한 한 UOC 사제는, 자신이 처벌받은 이유 중 하나가 우크라이나 교회가 러시아의 침공을 규탄한 뒤에도 전례 중 오누프리를 기념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오누프리 역시 이와 같은 우려를 표명하며 이렇게 말했다. “내부의 적대는 적이 바라는 것입니다. 그것은 우리를 약화시키고 적에게 승리의 기회를 하나 더 주기 때문입니다.” 클리멘트 관구장주교는 러시아 당국이 겉으로는 UOC에 우호적인 것처럼 보이는 성명을 의도적으로 내놓음으로써 젤렌스키 정부의 탄압을 부추기고, 우크라이나 사회를 분열시키며, 푸틴의 전쟁 명분을 강화하려 하는 것이 아닌지 우려된다고 내게 말했다.

그럼에도 어떤 의미에서 UOC는 여전히 ‘친러시아적’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은 푸틴의 러시아가 아니라 도스토옙스키의 러시아이다. 오누프리 관구장주교의 눈에 러시아가 저지른 범죄는 “카인의 죄”이다. 그는 이 “형제 살해의 전쟁”을 그 어느 우크라이나인 못지않게 강력히 규탄했다.

그러나 러시아 정교회 문명 안에서 형성되어 온 형제적 민족 정체성은 푸틴의 침략을 마주한 지금 더 이상 유지하기 어려운 것이 되어버렸다.

* 리베르타임즈에서는 '미국 가톨릭 지성(First Things)'의 소식을 오피니언란에 연재합니다. 한국 가톨릭 교회의 변화와 북한 동포를 위해 기도하는 교회가 되기를 소망합니다. - 편집위원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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