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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넷 캡쳐 |
북한이 남포밀가공공장의 생산량 증가를 앞세워 주민들의 식생활이 크게 향상되고 있다고 선전하고 나섰다.
그러나 빵과 칼국수, 지짐 등 몇 가지 밀가루 음식을 만들어 먹을 수 있게 됐다는 사실을 ‘식생활문화의 완전한 개변’으로까지 포장하는 모습은 오히려 북한 주민들의 열악한 식생활 현실을 역설적으로 드러낸다는 지적이다.
조선신보는 2일 남포밀가공공장을 소개하며 “남포시민들의 식탁을 더욱 풍성하게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2023년 8월 조업을 시작한 이 공장은 최근 정선능력을 확대해 생산량을 과거보다 1.3배 늘렸으며, 자동화·현대화된 생산공정과 각종 기술혁신을 통해 품질도 높이고 있다고 선전했다.
북한 매체는 특히 이 공장에서 생산된 밀가루가 남포 주민과 식료공장 등에 공급되면서 주민들이 가정에서 빵과 칼국수, 지짐 등을 만들어 먹고 있다고 소개했다. 주민들이 “식생활이 보다 윤택해지고 있다”고 말한다는 주장도 덧붙였다.
그러나 눈여겨볼 대목은 북한이 단순한 식품공장의 생산 증가를 다시 한번 노동당의 ‘애민정책’과 체제 우월성 선전으로 연결하고 있다는 점이다.
식품가공시설을 현대화하고 생산성을 높이는 것은 어느 사회에서나 당연히 추진해야 할 경제활동이다. 그럼에도 북한에서는 공장의 정선설비 하나를 개선하고 밀가루 생산량이 1.3배 늘어난 것조차 ‘당정책의 정당성과 생활력’을 증명하는 정치적 성과로 포장된다.
더욱이 주민들이 밀가루를 공급받아 빵과 국수를 만들어 먹을 수 있게 됐다는 것을 대대적인 선전 대상으로 삼는 것 자체가 오늘날 북한 주민들의 식생활 수준이 어느 단계에 머물러 있는지를 보여준다.
정상적인 경제체제라면 주민들의 식탁은 국가가 정해주는 몇 가지 품목의 생산량에 따라 ‘풍성해지는’ 것이 아니다. 소득이 늘고 유통망이 정상화되며 소비자가 원하는 식품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을 때 비로소 생활수준이 향상됐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북한 매체의 보도에서는 주민의 소득이나 구매력, 시장가격, 실제 공급량과 배급 상황 등 주민 생활을 판단할 수 있는 구체적 지표는 찾아보기 어렵다. 대신 “당정책”, “과학기술”, “자급자족”, “식생활 향상”이라는 선전문구가 반복될 뿐이다.
특히 북한은 최근 쌀과 옥수수 중심의 곡물구조를 밀과 보리까지 확대하는 정책을 추진하면서 밀가루 음식의 확대를 김정은 정권의 주요 식량정책 성과로 선전하고 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밀가루 공장이 몇 곳 더 생겼느냐가 아니라 주민들이 충분한 양의 식량을 안정적인 가격에 지속적으로 구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공장 한 곳의 생산량이 1.3배 증가했다는 숫자만으로 북한 주민 전체의 식량 사정이나 영양 상태가 개선됐다고 평가하기는 어렵다.
북한 매체는 기사 말미에서 “백미밥과 밀가루음식을 위주로 인민들의 식생활문화를 완전히 개변하려는 당정책의 정당성과 생활력이 나타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주민들에게 필요한 것은 ‘식생활문화의 개변’이라는 거창한 정치구호가 아니다. 오늘 먹을 식량을 걱정하지 않고, 원하는 음식을 스스로 선택해 구입하며, 가족의 식탁을 국가의 시혜가 아닌 자신의 노동과 소득으로 꾸릴 수 있는 정상적인 경제환경이다.
빵과 칼국수를 먹을 수 있게 됐다는 사실까지 지도자의 치적으로 선전해야 하는 사회라면, 그것은 풍요를 증명하는 장면이라기보다 오히려 체제가 해결하지 못한 빈곤의 단면에 가깝다.
북한 당국이 정말 주민들의 식탁을 풍성하게 만들고 싶다면 밀가공공장의 생산량 증가를 선전하기에 앞서 주민들의 자유로운 경제활동과 생산·유통을 보장하고, 식량문제를 정치적 충성의 성과물이 아닌 국민의 기본적인 삶의 문제로 바라봐야 할 것이다.
김·성·일 <취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