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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SA 가톨릭 402] 교황과 적그리스도 - ②

2026-07-17 07:20 | 입력 : 리베르타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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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터 틸 Peter Thiel is a technology entrepreneur, author, and investor. 기술 기업가


다시 말해, 종말에 관한 소문을 퍼뜨리는 일을 조심하라는 뜻이다.

라칭거가 학문적 종말론에서 현실 정치로, 그리고 정치가 세계의 종말에서 수행할 역할로 뛰어들어야 한다면 그는 매우 신중하게 행동했을 것이다. 너무도 신중한 나머지, 그 주제를 꺼내면서조차 다른 신학자를 논하고 있던 자신의 지도교수의 말을 인용했을 정도였다.

철학은 정치적·과학적 지식과는 절망적일 만큼 멀리 떨어져 있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 그러나 라칭거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그는 철학과 신학을 하느님과 존재 전체를 이해하는 상호 보완적인 수단으로 보았다. 여기에는 정치와 과학도 포함된다.

이러한 이해를 바탕으로 라칭거는 1969년 라디오 방송에서 교회를 포위하고 있는 몇 가지 ‘위기’를 지적했다. “하느님의 존재에 관한 물음”이 실증주의에 의해 침식되면서 “현재의 위기”, “우리의 실재 개념의 위기”, “사유 전반의 위기”, “근대주의의 위기”가 촉발되었다는 것이다.

그는 정신과 영혼의 이러한 위기들이 머지않아 교회를 황폐하게 만들 것이라고 예견했다.

“오늘의 위기에서 내일의 교회가 나타날 것이다. 많은 것을 잃어버린 교회일 것이다. 교회는 작아질 것이며, 어느 정도 처음부터 새롭게 시작해야 할 것이다. … 교회는 정치적 권한을 자처하지 않는, 더욱 영적인 교회가 될 것이다.”

관상적이며 정치적 권력을 멀리했던 초기 교회로 돌아간다는 것은 천년왕국에 대한 기대가 되살아나는 것, 혹은 그 기대가 실제로 성취되는 것을 의미하는가?

요아킴과 보나벤투라는 모두 그렇게 생각했다. 그들은 교회가 마지막 날에 이르러 관상으로 물러날 것이라고 예언했다. 그러나 라칭거는 교수자격논문에서 그랬던 것처럼, 자신이 이 가능성을 얼마나 진지하게 받아들였는지에 관한 판단을 다른 사람들에게 맡겼다.

1977년에 출간된 그의 저서 『종말론』은 또 하나의 ‘위기’, 곧 “새롭게 나타나는 유럽 문명의 위기”를 지적하는 데서 시작한다. 이 책은 식별할 수 있는 징표들을 앞세운 최후의 적그리스도가 언젠가 출현한다는 가르침을 포함해, 오랜 정통 종말론을 확인한다.

그러나 『종말론』 역시 『성 보나벤투라의 역사신학』과 마찬가지로 현실 세계의 문제를 거의 다루지 않는다. 해방신학의 낙관주의를 꾸짖을 뿐, 그 밖의 정치적 논평은 삼간다.

11년 뒤 맨해튼의 청중은 이전보다 덜 자제하는 라칭거를 목격했다. 『퍼스트 싱스』 창간 편집자 리처드 존 뉴하우스의 초청으로 뉴욕을 방문한 라칭거는 1988년 에라스무스 강연을 했다. 그는 「위기에 처한 성경 해석」이라는 강연을 나팔 소리와도 같은 다음의 말로 시작했다.

“블라디미르 솔로비요프의 『적그리스도 이야기』에서 구세주의 종말론적 원수는 신자들에게 자신을 추천한다. … 그는 튀빙겐에서 신학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성경 주석 분야에서 선구적인 것으로 인정받은 저서를 집필했다는 사실을 내세운다.”

그러고 나서 라칭거는 성경 주석가 마르틴 디벨리우스와 루돌프 불트만에 대한 비판으로 방향을 돌렸다.

라칭거가 청중에게 성경 해석의 위기를 지평선 위에 다가오는 세계사적·묵시적 위기와 연결하고, 그에 따라 디벨리우스와 불트만을 적그리스도의 대리인으로 이해하기를 바랐다면, 청중은 그 어려운 작업을 스스로 해내야 했다.

라칭거는 한 가지 단서를 더 남겼다. 디벨리우스와 불트만이 예수님을 환원주의적으로 역사화한 그림에서는 “모든 묵시적·성사적·신비적 요소가 잘려 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베네딕토가 교황이 되자, 그의 눈짓과 암시를 접하는 청중은 추기경들과 학구적인 신학자들에서 온 세상으로 확대되었다.

베네딕토는 자코모 비피 추기경에게 바티칸 지도부를 위한 2007년 사순 시기 묵상 강론을 맡기면서 적그리스도를 신문 지면의 제목으로 끌어올렸다. 비피는 볼로냐 대교구장으로 재임하던 시절부터 적그리스도를 자주 언급하곤 했다. 그는 교황의 요청에 따라 솔로비요프가 묘사한 적그리스도에 관해 비공개 강론을 했다.

베네딕토가 비피를 칭찬한 말은 우리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비피 추기경님은 오늘날 우리의 상황을 매우 예리하고 정확하게 진단해 주셨습니다. 특히 우리 시대에 종교와 그리스도에게서 아주 멀리 떨어져 있는 것처럼 보이는 수많은 현상 뒤에도 하나의 물음과 기다림과 갈망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보여주셨습니다.”

그해 말 베네딕토는 회칙 「희망으로 구원된 우리」에서 다른 이의 목소리를 빌려 다시 한번 적그리스도에 관한 생각을 드러냈다. 이번에는 임마누엘 칸트가 남긴, 그답지 않게 묵시적인 말을 인용했다.

“언젠가 그리스도교가 더 이상 사랑받을 가치가 없는 것이 된다면 … 인간의 사고에서 지배적인 태도는 그리스도교를 거부하고 반대하는 것이 될 것이다. 그리고 적그리스도는 … 비록 짧은 기간이겠지만 자신의 통치를 시작할 것이다.”

같은 회칙에서 베네딕토는 이렇게 썼다.

“그리스도에 대한 믿음은 결코 단순히 뒤만 바라보거나 위만 바라본 적이 없다. 그것은 주님께서 거듭 선포하신 정의의 시간을 향해 언제나 앞을 바라보았다. 이러한 미래를 향한 시선이 그리스도교로 하여금 현재의 순간에 중요한 의미를 갖게 했다.”

이러한 묵시적 격정의 분출은 베네딕토를 불과 유황으로 심판을 설교하는 미국 남부의 침례교 목사처럼 들리게 한다. 그러한 발언은 자주 나오지 않았지만, 그의 예순여섯 권의 저서와 수많은 연설 속에서 잊혀 있다는 것은 이상한 일이다.

그러나 모든 사람이 이를 외면한 것은 아니었다.

철학자 조르조 아감벤은 다른 누구보다도 베네딕토를 깊이 이해했다. 그는 베네딕토의 사임을 종말에 대한 예고이자, 신학자 티코니우스에 관한 베네딕토의 오랜 관심이 마침내 현실로 나타난 사건으로 보았다.

아감벤은 2017년 저서 『악의 신비』에서 젊은 라칭거가 그리스도와 적그리스도를 함께 품고 있는 ‘이분된 교회’에 관한 티코니우스의 이론을 높이 평가했다는 사실을 지적한다.

“나는 검지만 아름답다.” - 아가 1,5

티코니우스의 이론에 따르면 이러한 교회는 마지막 날에 둘로 갈라질 것이다.

2018년 전기 작가 페터 제발트가 아감벤의 해석이 옳은지, 곧 베네딕토의 사임이 “종말론적 자각을 일깨우는 경종”이었는지를 묻자 명예 교황은 이를 부인하지 않았다.

노인들이 권력을 지배하는 우리 시대에는 여든 살이 새로운 열여덟 살이다. 여든 살이 되어서야 비로소 무책임한 성인처럼 행동하며 자신이 생각하는 바를 말할 수 있다는 뜻이다.

노년에 접어든 베네딕토는 이전까지 극소수의 가까운 독자들에게만 허락했던 명료함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그는 2018년 제발트와의 같은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현대사회는 반그리스도교적 신경을 만들어 내고 있습니다. 이에 반대하는 사람은 사회적으로 파문당하는 처벌을 받습니다. 적그리스도의 이러한 영적 권세를 두려워하는 것은 너무도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이에 맞서기 위해서는 한 교구 전체와 보편 교회의 기도가 반드시 필요합니다.”

그보다 3년 전, 슬로바키아 정치인 블라디미르 팔코는 뜻밖에도 베네딕토에게서 한 통의 편지를 받았다. 베네딕토는 팔코의 저서 『사자들이 오고 있다』를 높이 평가했다. 편지에는 다음의 말이 들어 있었다.

“우리는 적그리스도의 권세가 확대되고 있는 것을 보고 있습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주님께서 우리에게 강인한 목자들을 보내주시어, 이 위기의 시간에 악의 권세로부터 주님의 교회를 지키게 해주시기를 기도하는 것뿐입니다.” <계속>

* 리베르타임즈에서는 '미국 가톨릭 지성(First Things)'의 소식을 오피니언란에 연재합니다. 한국 가톨릭 교회의 변화와 북한 동포를 위해 기도하는 교회가 되기를 소망합니다. - 편집위원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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