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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지난해 러시아군과 함께 비밀 군사훈련을 실시했으며, 이 과정에 방사성·화학·생물 방호 훈련까지 포함됐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유럽 안보 당국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이번 훈련이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된 러시아군 전력 보강 차원에서 추진됐고, 러시아 국방부 최고위층의 승인 아래 진행됐다는 점에서 파장이 작지 않다.
로이터 통신은 7월 1일, 유럽 관료 2명과 자체 입수한 러시아 군 내부 문서를 근거로 중국 내 인민해방군 시설에서 러시아군을 대상으로 한 비밀 훈련이 이뤄졌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이 훈련은 2025년 8월 안드레이 벨로우소프 러시아 국방장관의 내부 명령과 관련돼 있으며, 최소 네 명의 러시아 및 중국 고위 장성이 직접 관여한 것으로 전해졌다.
문서에는 러시아군 대표단이 중국을 방문해 인민해방군 시설에서 교육과 실습을 받았다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2025년 11월 베이징의 한 군사 시설에서 진행된 3주 과정은 방사성·화학·생물 방호에 초점을 맞췄으며, 러시아 군인들은 중국 교관으로부터 화학 정찰, 방사선 정찰, 원자로 모델 관찰, 환기 체계 오염 방지 등의 교육을 받은 것으로 보도됐다.
이번 사안이 민감한 이유는 단순한 군사 교류나 통상적 합동훈련의 범위를 넘어선다는 데 있다. 방사성·화학·생물 방호는 전장 환경에서 대량살상무기 사용 가능성, 오염 지역 작전, 핵·화학 사고 대응과도 연결되는 고도의 전략 분야다. 한 유럽 관리는 로이터에 이러한 분야가 포함됐다는 사실 자체가 중러 군사 협력의 전략적 성격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앞서 로이터는 지난 5월에도 중국이 2025년 말 약 200명의 러시아 군사 인력을 비밀리에 훈련시켰으며, 이들 가운데 일부가 이후 우크라이나 전선에 투입됐다고 보도한 바 있다. 당시 훈련은 드론, 전자전, 폭발물, 지뢰, 박격포 등 실전형 분야를 포함했으며 베이징과 난징 등 중국 내 군사 시설에서 이뤄진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줄곧 자신들이 중립적 입장에 있으며 평화 중재자 역할을 하고 있다고 주장해 왔다. 그러나 러시아군이 중국에서 실전 관련 훈련을 받았고, 그 일부가 다시 우크라이나 전장에 투입됐다는 의혹은 중국의 ‘중립’ 주장에 정면으로 의문을 제기한다.
중국 외교부는 관련 의혹에 대해 근거 없는 비방이라는 취지로 반박했고, 러시아 측도 서방 언론의 허위 정보라고 주장해 왔다.
유럽연합은 이미 이 문제를 심각하게 보고 있다. EU 외교안보 고위대표 카야 칼라스는 6월 15일 외교이사회에서 중국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쟁을 가능하게 하는 “결정적 조력자”로 남아 있다고 지적했으며, 중국군이 러시아 군사 인력을 훈련시켰다는 보고를 확인하고 그 영향을 평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번 보도는 유럽이 중국을 단순한 경제 파트너로만 볼 수 없다는 경고로도 읽힌다. EU는 그동안 중국과의 무역 관계를 중시해 왔지만, 러시아의 전쟁 수행을 돕는 중국 기업과 기관에 대해서는 제재를 확대해 왔다.
지난 4월에도 EU는 러시아 군수산업을 지원한 것으로 의심되는 중국 관련 기업들을 제재 명단에 올렸고, 중국은 이에 강하게 반발했다.
로이터가 입수한 러시아 군 내부 보고서에는 중국 측 훈련 인프라와 시뮬레이터, 교관의 이론 지식에 대한 긍정적 평가도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보고서는 중국군이 수십 년간 대규모 실전 경험이 부족하다는 점도 지적했다.
이는 우크라이나 전쟁을 통해 실전 경험을 축적한 러시아와, 첨단 장비와 대규모 병력을 보유했지만 실전 경험은 제한적인 중국이 서로의 약점을 보완하려는 흐름으로 해석될 수 있다.
중러 군사 협력이 방사성·화학·생물 방호 분야로까지 확대됐다는 의혹은 우크라이나 전쟁의 장기화가 단순한 지역 분쟁을 넘어 국제 안보 질서 전체를 흔들고 있음을 보여준다.
중국이 경제·기술·군사 영역에서 러시아의 후방을 지원하고 있다는 유럽의 의심이 커질수록, EU와 중국의 관계는 무역 중심의 협력 구도에서 안보 중심의 견제 구도로 이동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결국 이번 비밀 군사훈련 의혹은 두 가지 질문을 남긴다. 하나는 중국이 여전히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중립국이라고 주장할 수 있느냐는 점이다. 다른 하나는 러시아와 중국의 군사 협력이 앞으로 어디까지 확대될 것인가 하는 문제다.
방사성·화학·생물 방호 훈련까지 등장한 이상, 유럽과 자유민주 진영의 경계심은 더욱 높아질 수밖에 없다.
장·춘 <취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