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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는 지금] “중국 공산당 침투, 워싱턴 넘어 주정부·대학·농촌까지 확산”

2026-06-27 16:03 | 입력 : 안두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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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 하원 중국특위 청문회.. 경제 스파이·영향력 공작·지방정부 침투 문제 집중 제기

인터넷 캡쳐
인터넷 캡쳐

중국 공산당의 경제 스파이 활동과 정치적 영향력 공작이 이제 워싱턴 정가를 넘어 미국 각 주의 입법기관, 지방정부, 대학, 농촌 지역사회까지 깊숙이 확산하고 있다는 경고가 미국 의회에서 제기됐다.

미국 하원 중국 문제 특별위원회는 6월 25일 ‘미국 내 중국의 경제 스파이 활동 및 하위 국가 차원의 영향력 침투’를 주제로 청문회를 열고, 전직 정보기관 고위 관계자와 주 차원의 안보 전문가, 시민권 단체 관계자 등의 증언을 청취했다.

청문회에서는 중국 공산당이 단순한 외교·경제 교류의 외피를 넘어 기술 탈취, 사이버 침입, 로비, 투자, 학술 협력, 지역사회 접근 등을 복합적으로 활용해 미국 사회 내부에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는 우려가 집중적으로 제기됐다.

“역사상 최대 규모의 부와 지식 이전”

위원회 의장인 존 멀레나어 공화당 하원의원은 개막 발언에서 중국 공산당의 대미 침투 활동을 “역사적 규모의 파괴 행위”라고 규정했다.

그는 중국 공산당이 경제 스파이, 전통적 첩보 활동, 국가 주도의 사이버 공격, 인재 모집 프로그램, 정보전, 비밀 영향력 네트워크, 해외 중국계 사회에 대한 탄압, 합법·불법 로비를 총동원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최근 캘리포니아주 아카디아시 시장이 중국 정부의 불법 대리인으로 활동한 혐의와 관련해 유죄를 인정한 사례를 거론하며, “중국 공산당의 악의적 영향력이 지방정부 차원까지 내려왔다는 분명한 경고”라고 말했다.

전 국방정보국 대리국장 데이비드 셰드는 중국의 산업 스파이 활동이 전통적인 국가 간 첩보전과 다르다고 설명했다. 그는 중국이 군사 목적과 민간 기술 확보를 하나로 결합한 뒤, 사이버 침입, 학술 협력, 벤처 투자, 사모펀드, 연구 네트워크 등을 활용해 핵심 기술과 지식재산권을 확보해 왔다고 증언했다.

셰드는 이러한 방식이 중국의 통신, 인공지능, 양자 컴퓨팅, 극초음속 무기, 생명공학 등 전략 분야의 급속한 성장을 뒷받침했다고 평가했다. 그는 전 FBI 국장의 표현을 인용해 중국의 지식재산권 탈취를 “역사상 최대 규모의 부와 지식 이전”이라고 부르며, 미국이 매년 약 6,000억 달러 규모의 손실을 입고 있다는 추산도 소개했다.

그는 많은 미국 기업들이 중국 시장 진출과 단기 수익에만 집중한 나머지 장기적인 안보 위험과 기술 유출의 대가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미국 본토는 이미 경쟁의 장”

주 차원의 국가안보 대응을 연구하는 비영리기관 스테이트 아머의 마이클 루치 대표는 “미국 본토는 이미 경쟁의 장이 됐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 공산당의 영향력 공작이 이제 연방정부만의 문제가 아니라 각 주와 지역사회가 직접 마주한 현실이라고 강조했다.

루치는 민감한 군사시설 인근에서 이뤄진 중국 관련 투자와 장비 설치 사례들을 언급했다. 전 인민해방군 장교가 텍사스주 공군기지 인근 대규모 토지를 매입한 사례, 네브래스카주 핵미사일 발사장 인근에 화웨이 장비가 설치된 사례, 중국 기업이 노스다코타주 그랜드포크스 공군기지 인근에 곡물 저장시설을 건설하려 했던 사례 등이 거론됐다.

그는 이러한 행위들이 단순한 상업 투자로만 볼 수 없으며, 전략 시설 주변에 경제적·기술적 거점을 배치하려는 시도로 해석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루치는 네브래스카주와 텍사스주가 주 차원의 대응에서 앞서가고 있다고 평가했다. 두 주에서는 외국 대리인 등록 강화, 중국 공산당 관련 로비 자금 제한, 공적 연금의 중국 관련 투자 회수, 유전자 데이터 보호, 초국가적 탄압 방지 등을 포함한 법안이 추진되고 있다.

텍사스주는 농촌 지역사회와 지방정부를 겨냥한 사이버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주 차원의 사이버 사령부를 구성하기도 했다.

입법 방해와 사이버 공격 의혹도 제기

청문회에서는 중국 공산당 관련 이해관계자들이 주 차원의 안보 입법을 저지하기 위해 압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루치는 네브래스카주의 한 주 상원의원이 외국 대리인 등록 법안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주 내 대형 중국 기업으로부터 직접적인 압박을 받았다고 밝혔다. 또 텍사스주에서는 외국 경쟁자의 위협을 다루는 입법 청문회가 사이버 공격으로 중단되는 사건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것은 정상적인 옹호 활동이 아니다”라며 “민주적 가치를 인정하지 않는 비민주적 행위자들이 민주주의 체제 내부에서 벌이는 압박 행위”라고 비판했다.

미국의 주정부와 지방정부는 그동안 연방 차원의 외교·안보 정책보다 상대적으로 낮은 감시를 받아왔다. 그러나 이번 청문회는 중국 공산당이 바로 그 취약 지점을 파고들고 있다는 문제의식을 드러냈다.

특히 대학, 연구기관, 지방정부, 농촌 지역사회, 공항·군사시설 주변 토지, 통신 장비, 데이터 인프라 등이 새로운 안보 취약 지대로 떠오르고 있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중국 공산당과 중국계 미국인은 구분해야”

다만 청문회에서는 중국 공산당의 위협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중국계 미국인과 아시아계 미국인 전체를 의심의 대상으로 삼아서는 안 된다는 경고도 함께 제기됐다.

위원회 민주당 간사인 로 카나 하원의원은 중국 정부의 경제 스파이 활동과 정치적 영향력 공작에 대한 우려에는 공화당과 인식을 같이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그는 “중국 정부의 행위와 중국계 이민자, 중국계 미국인, 중국인 학생들의 기여를 혼동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민권단체 아시아미국 정의촉진회의 존 C. 양 회장도 청문회에서 미국이 과거처럼 “증거에 기반한 법 집행 대신 민족적 의심을 사용하는” 오류를 반복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1882년 배중법, 제2차 세계대전 중 일본계 미국인 강제수용, 9·11 테러 이후 남아시아계와 무슬림 미국인을 향한 증오 범죄를 언급하며, 국가안보 위기 때마다 특정 민족 집단이 희생양이 된 역사를 되풀이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양 회장은 “아시아계 미국인은 안보 부담이 아니라 미국의 자산”이라며, 과학·학문·상업 교류를 통해 국제 갈등 완화에 기여할 수 있는 중요한 공동체라고 말했다.

그는 법 집행이 민족 배경이 아니라 구체적 행위와 증거에 기반해야 하며, 행정 실수를 과도하게 범죄화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또한 재산 제한이나 투자 규제 역시 일반적 가족관계나 출신 국가가 아니라 외국 정부의 실제 통제 여부를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고 제안했다.

안보와 자유의 균형이 과제

이번 청문회는 미국이 직면한 중국 공산당의 침투 위협이 더 이상 수도 워싱턴이나 연방정부 차원의 문제에 머물지 않는다는 점을 보여준다. 경제, 기술, 학술, 지방정치, 농촌 공동체, 데이터 인프라가 모두 새로운 안보 전선으로 부상하고 있다.

동시에 청문회는 대응 방식의 한계도 분명히 드러냈다. 중국 공산당의 조직적 침투와 영향력 공작에는 강력히 대응해야 하지만, 그 과정에서 중국계 미국인이나 아시아계 공동체 전체를 의심하는 방식으로 흐를 경우 미국이 지키려는 자유와 법치의 원칙을 스스로 훼손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미국의 과제는 두 가지다. 하나는 중국 공산당의 경제 스파이와 침투 공작을 정확히 식별하고 차단하는 일이다. 다른 하나는 그 대응이 인종적 의심이 아니라 증거와 법치, 자유민주주의의 원칙 위에서 이뤄지도록 하는 일이다.

중국 공산당의 영향력 공작은 은밀하고 장기적이며 다층적이다. 이에 맞서는 자유 진영의 대응 역시 감정적 구호가 아니라 제도적 정교함, 정보 공유, 지방정부의 안보 역량 강화, 시민사회의 경계심을 바탕으로 해야 한다.

워싱턴을 넘어 각 주와 지역사회가 안보의 최전선이 된 지금, 미국의 대응은 연방정부와 지방정부, 민간사회가 함께 움직이는 총체적 전략으로 전환될 필요가 있다.

안·두·희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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