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인터넷 캡쳐 |
북한 관영매체가 남포조선소 창립일을 맞아 김정은이 조선소 노동자들에게 이른바 ‘사랑의 선물’을 보냈다고 대대적으로 선전했다.
조선중앙통신은 이를 두고 “어머니당의 믿음과 사랑”, “어버이의 크나큰 은정”이라고 포장했지만, 그 실체는 노동자들의 삶을 돌보는 복지가 아니라 군수 생산을 독려하기 위한 정치적 동원에 가깝다.
보도에 따르면 남포조선소 노동자들은 구축함 《최현》호 건조에 기여한 공로로 김정은의 감사를 받았고, 조선소 창립일을 계기로 다시 선물을 받았다. 그러나 북한 매체가 반복적으로 강조한 것은 노동자의 권리나 생활 개선이 아니었다.
핵심은 “강력한 해군전투체계 구축”, “해군무력 강화”, “위력한 함선들을 더 많이 건조”하겠다는 군사적 목표였다.
결국 이번 보도는 노동자를 위한 미담처럼 꾸며졌지만, 실제 메시지는 분명하다. 더 많은 군함을 만들라, 더 많은 충성을 바치라, 더 많은 희생을 감내하라는 것이다. ‘선물’이라는 단어는 따뜻하게 들리지만, 그 뒤에는 군사력 증강을 위해 노동계급을 끝없이 동원하는 북한 체제의 냉혹한 구조가 숨어 있다.
북한은 남포조선소 노동자들이 “영광과 행복”에 넘쳐 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노동자들이 진정으로 누려야 할 것은 지도자의 하사품이 아니라 정당한 임금, 안전한 노동환경, 자유로운 삶, 인간다운 생활이다.
국가의 모든 성과를 최고지도자의 은덕으로 돌리고, 노동자의 땀과 기술을 개인숭배의 소재로 소비하는 체제에서 노동자의 존엄은 설 자리를 잃는다.
특히 이번 보도는 북한이 경제난과 민생고 속에서도 군사력 강화에 체제 역량을 집중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조선소 노동자들의 기술과 생산능력은 주민 생활을 개선하는 산업 기반으로도 활용될 수 있다. 그러나 북한 당국은 이를 해군 전력 강화와 군함 건조 성과로 포장하며, 군사적 긴장 고조의 도구로 삼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이러한 선전이 ‘감사’와 ‘은정’이라는 감성적 언어로 포장된다는 점이다. 김정은이 노동자들에게 선물을 보냈다는 이야기는 북한식 통치 선전의 전형이다. 지도자는 베푸는 존재로, 주민은 감사해야 하는 존재로 설정된다. 노동의 주체인 노동자는 사라지고, 오직 최고지도자의 배려만이 남는다.
그러나 국가가 해야 할 일은 선물을 내려주는 것이 아니라 국민의 기본적 삶을 보장하는 것이다. 노동자를 진정으로 존중한다면, 그들의 희생을 찬양하기 전에 그들이 어떤 조건에서 일하고 있는지, 가족의 삶은 안정되어 있는지, 노동의 대가가 제대로 보장되는지부터 말해야 한다.
남포조선소 노동자들에게 필요한 것은 ‘어버이의 은정’이라는 정치적 수사가 아니다. 그들에게 필요한 것은 인간다운 노동, 자유로운 삶, 그리고 군사동원의 굴레에서 벗어날 권리다. 김정은 정권이 말하는 사랑의 선물은 결국 충성을 요구하는 상징물일 뿐이다.
북한이 진정으로 노동계급을 위한다면 군함 건조 성과를 선전할 것이 아니라 주민의 삶을 먼저 돌아봐야 한다. 해군력 강화보다 시급한 것은 민생 회복이며, 충성 경쟁보다 절실한 것은 인간의 존엄이다.
남포조선소를 둘러싼 이번 선전은 북한 체제가 여전히 주민의 삶보다 군사력과 지도자 우상화를 앞세우고 있음을 보여주는 또 하나의 사례다.
김·성·일 <취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