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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돋보기] 6·25에 드러낸 김정은의 본색

2026-06-26 21:19 | 입력 : 김도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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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위’라 쓰고 ‘공격’이라 읽는 무기 시험

인터넷 캡쳐
인터넷 캡쳐

북한 김정은이 6월 25일 국방과학연구기관들이 조직한 중요무기시험을 참관했다. 조선신보는 이를 “국방발전 5개년 목표수행”과 “자위국방로선”의 성과로 포장했지만, 정작 공개된 내용은 방어가 아니라 대남 공격 능력의 고도화였다.

6·25전쟁 발발 76주년에 맞춰 항공기지, 항구, 전력시설 등 후방 핵심 기반시설을 겨냥한 무기 체계를 과시했다는 점에서, 이번 시험은 단순한 군사 기술 시연이 아니라 명백한 정치·심리전이었다.

북한이 이번에 내세운 무기는 갱신형 240㎜ 24관식 방사포, 전술탄도미사일 특수사명전투부, 155㎜ 자행평곡사포 사거리연장탄이다. 북한은 방사포에 자동화된 화력복무체계와 정밀유도체계를 도입했고 사거리를 90㎞로 늘렸다고 주장했다.

또한 전술탄도미사일의 특수탄두는 적의 비행장과 항구, 전력시설을 치명적으로 파괴하는 데 목적이 있다고 밝혔다. 자주포용 사거리연장탄 역시 65㎞급 명중 정확성을 시험했다고 선전했다.

문제는 북한이 이 모든 것을 “자위”라고 부른다는 데 있다. 비행장, 항구, 전력시설은 전시에는 군사적 표적이 될 수 있지만, 동시에 민간인의 생명과 일상, 산업과 의료, 통신과 교통을 지탱하는 핵심 기반시설이다. 이를 파괴 대상으로 공개적으로 지목하면서도 “방어적 개념”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언어의 기만이다.

김정은이 말하는 방어란 국민을 지키는 방어가 아니라, 상대를 불안과 공포 속에 몰아넣기 위한 선제적 공격태세의 다른 이름일 뿐이다.

특히 김정은은 “적들이 상시 불안과 두려움 속에 있게 하는 것 자체가 전쟁억제력 행사의 중요한 일면”이라고 말했다. 이는 북한 정권의 군사관이 어디에 놓여 있는지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정상적인 국가의 억제력은 전쟁을 막기 위한 절제와 신뢰의 균형 위에 세워진다.

그러나 북한의 억제력은 상대 사회 전체를 공포에 묶어두는 협박의 논리 위에 서 있다. 주민의 안전과 평화를 말하지만, 실제로는 전쟁 가능성을 상시적으로 끌어올리는 체제 생존 전략이다.

더욱이 시험 날짜가 6월 25일이라는 점은 결코 우연으로 보기 어렵다. 6·25전쟁은 한반도 전체에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긴 민족적 비극이다. 수많은 생명이 희생됐고, 국군포로와 납북자, 이산가족의 고통은 아직도 끝나지 않았다.

그런 날에 북한은 반성과 평화의 메시지 대신 장거리 타격무기와 파괴용 탄두를 공개했다. 이는 전쟁의 비극을 기억하는 방식이 아니라 전쟁의 공포를 재활용하는 방식이다.

김정은은 이번 시험을 통해 “남부국경의 화력태세 변화”를 언급했다. 이는 북한이 대한민국을 더 이상 화해와 통일의 대상으로 보지 않고 적대적 군사 대상으로 고착시키려는 흐름과 맞닿아 있다.

말로는 ‘자위’를 외치지만 실제로는 대남 공격 능력을 정밀화하고, 군단급 화력체계를 장거리화하며, 핵심 사회기반시설을 타격 목록에 올리는 것이다. 이는 한반도 긴장을 완화하는 길이 아니라, 우발적 충돌과 확전 위험을 키우는 길이다.

신보는 “국방과학인재”와 “창의적인 개발방식”을 치켜세웠지만, 정작 북한 주민에게 절실한 것은 90㎞ 방사포가 아니라 식량과 전기, 의약품과 생계의 안정이다. 주민들은 여전히 통제와 결핍 속에서 살아가는데, 정권은 군수공장과 무기 연구기관을 체제 선전의 전면에 세운다.

전력시설을 공격하겠다는 무기를 자랑하는 정권이 자기 주민에게 안정적인 전기를 보장하지 못하는 현실은 북한식 군비 우선주의의 모순을 그대로 드러낸다.

이번 시험은 북한이 말하는 “국방발전”이 결국 주민의 삶을 위한 발전이 아니라 정권 보위를 위한 군사적 질주임을 보여준다. 북한은 핵과 미사일, 방사포와 자주포를 앞세워 자신들이 강해졌다고 선전하지만, 무기가 늘어난다고 국가가 강해지는 것은 아니다.

진정한 국력은 주민이 굶주리지 않고, 법이 권력을 통제하며, 젊은 세대가 전쟁이 아니라 미래를 꿈꿀 수 있을 때 생긴다. 북한 정권이 과시하는 포연 속에는 바로 그 국가의 기본 조건이 빠져 있다.

김정은의 이번 발언에서 가장 위험한 대목은 “치명적이고 파괴적인 공격태세를 높여 대적할 적수가 없게 만드는 정책”이라는 표현이다. 이는 스스로 공격성을 감추지 않겠다는 선언에 가깝다.

방어를 말하면서 공격을 준비하고, 평화를 말하면서 공포를 조성하며, 자주를 말하면서 주민의 삶을 군사체제에 종속시키는 것이 북한식 안보 논리의 실체다.

대한민국과 국제사회는 이번 시험을 단순한 군사 이벤트로 가볍게 넘겨서는 안 된다. 북한은 이미 전술핵, 단거리탄도미사일, 장사정포, 방사포, 드론, 해군력 강화까지 전방위적 군사 현대화를 밀어붙이고 있다.

이번 시험은 그 흐름 속에서 남한의 수도권과 후방 핵심시설을 동시에 압박하려는 복합적 위협의 일부다. 방어체계 강화, 한미일 안보협력, 민방위와 핵심기반시설 보호, 북한 인권 문제 제기까지 함께 가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6·25는 무기를 자랑할 날이 아니다. 전쟁의 상처를 기억하고, 다시는 이 땅에 전쟁이 반복되지 않도록 다짐해야 할 날이다. 그러나 북한 정권은 그날을 공포 선전의 무대로 삼았다.

김정은이 아무리 “자위”와 “국권”을 말해도, 민간 기반시설 파괴를 목표로 한 무기 시험은 평화의 언어로 포장될 수 없다. 이번 시험은 북한의 군사력이 강해졌다는 증거라기보다, 그 정권이 여전히 전쟁의 유혹과 공포정치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고백이다.

한반도의 진정한 평화는 더 큰 포탄과 더 긴 사거리에서 오지 않는다. 그것은 전쟁의 위협을 내려놓고, 주민의 생명과 자유를 국가의 중심에 놓을 때 비로소 시작된다.

북한이 그 길을 거부하고 있는 한, 국제사회와 대한민국은 냉정한 경계와 단호한 대응을 늦출 수 없다.

김·도·윤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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