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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자 제공 |
홍콩에서 독립 서점을 운영하던 관계자 2명이 이른바 ‘선동 의도’가 담긴 출판물을 전시하고 판매했다는 혐의로 체포됐다.
2020년 홍콩 국가보안법 시행 이후 언론·출판·집회의 자유가 급격히 위축됐다는 우려가 계속되는 가운데, 이번에는 서점의 책장과 진열대까지 국가보안 수사의 대상이 됐다는 점에서 파장이 커지고 있다.
홍콩 경찰은 6월 23일 33세 여성과 32세 남성을 체포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이들이 홍콩 특별행정구 정부와 사법기관, 법집행기관에 대한 증오를 선동하는 내용을 담은 출판물을 서점 안에 전시하고 판매한 혐의를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이들이 외국 정치 조직의 지원을 받은 정황이 있다고 주장했으며, 서점과 거주지를 수색해 ‘선동성’이 있다고 판단한 책과 문서 여러 점을 압수했다.
현지 언론과 외신 보도에 따르면 체포된 이들은 홍콩 독립 서점 ‘헌터 북스토어’의 운영 관계자들로, 이 가운데 한 명은 전 민주파 구의원인 레티시아 웡으로 알려졌다. 헌터 북스토어는 홍콩 내에서 민주주의와 시민사회, 정치적 기억을 다루는 책들을 취급해 온 독립 서점으로 알려져 있다.
홍콩 당국이 이런 공간을 겨냥한 것은 단순한 형사 사건을 넘어, 시민들이 책을 통해 생각하고 토론할 수 있는 영역 자체를 압박하는 조치라는 비판이 나온다.
경찰이 문제 삼은 출판물에는 홍콩 민주파 언론인 지미라이의 전기 등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지미라이는 홍콩의 대표적 민주파 매체였던 빈과일보 창립자로, 국가안보 관련 혐의로 장기 수감 중이다.
홍콩 당국은 그의 이름과 관련된 책, 보도, 기록물까지 ‘선동’의 틀 안에 넣으며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홍콩 매체가 공개한 사진에는 경찰이 서점 진열장에서 광둥어 노래 가사를 제거하는 장면도 담겼다. 이 노래는 2019년 홍콩 민주화 시위를 우회적으로 떠올리게 하는 내용으로 알려졌다.
2019년 시위는 범죄인 인도 법안에 대한 반발에서 시작해 홍콩 시민들의 자유와 자치, 법치 수호 요구로 확산됐다. 그러나 이후 베이징과 홍콩 당국은 국가보안법과 관련 조례를 앞세워 시위의 기억, 상징, 표현물까지 통제하고 있다.
이번 사건은 2024년 시행된 홍콩 국가안전유지조례에 따라 처리되고 있다. 이 조례는 2020년 베이징이 홍콩 국가보안법을 도입한 뒤 홍콩 자체 입법을 통해 국가안보 법률 체계를 더욱 강화한 것이다.
현행 법률상 ‘선동 의도’ 혐의가 인정되면 최고 7년의 징역형이 가능하며, 돈세탁 혐의가 함께 인정될 경우 최고 14년의 징역형까지 선고될 수 있다.
문제는 ‘선동’의 기준이 지나치게 넓고 모호하다는 점이다. 정부 비판, 사법기관 비판, 경찰 비판, 민주화 시위에 대한 기록, 정치적 인물의 전기까지 모두 국가안보 위협으로 해석될 수 있다면, 홍콩 시민사회에는 사실상 침묵만 남게 된다.
책을 판매한 행위가 공공 안전을 위협한 것인지, 아니면 권력이 불편해하는 기억과 사상을 지우려는 조치인지에 대한 국제사회의 의문도 커지고 있다.
홍콩에서는 이미 올해 3월에도 또 다른 독립 서점 ‘북 펀치’ 관계자 4명이 지미라이 전기 등 ‘선동 출판물’을 판매한 혐의로 체포된 바 있다. 불과 몇 달 사이 독립 서점들이 잇따라 국가보안 수사의 표적이 되면서, 출판계와 문화계 전반에 자기검열이 확산될 가능성이 커졌다.
서점 주인들이 어떤 책을 들여놓아야 할지, 독자들이 어떤 책을 사도 되는지 눈치를 보게 되는 사회는 자유로운 도시라고 말하기 어렵다.
지미라이 전기 《트러블메이커》의 저자인 미국 기자 마크 클리포드는 이번 체포에 대해 “공공 안전이 아니라 검열과 공포를 겨냥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의 지적처럼, 한 인물의 삶을 기록한 전기를 판매했다는 이유로 서점 관계자가 체포된다면 이는 단순한 법 집행을 넘어 사상의 유통 자체를 통제하겠다는 메시지로 읽힐 수밖에 없다.
홍콩 경찰 자료에 따르면 6월 초까지 국가안보 관련 범죄로 체포된 사람은 401명에 달하며, 이 가운데 182명이 기소됐다. 숫자는 홍콩의 현실을 말해준다. 국가안보라는 이름 아래 정치인, 언론인, 활동가, 출판인, 서점 관계자들이 차례로 법정과 구금시설로 끌려가고 있다.
한때 아시아의 자유도시로 불렸던 홍콩은 이제 어떤 책을 읽고, 어떤 노래를 기억하고, 어떤 인물을 말할 수 있는지까지 국가가 판단하는 도시로 변해가고 있다.
이번 헌터 북스토어 사건은 홍콩 자유의 마지막 보루 중 하나였던 독립 서점마저 더 이상 안전하지 않다는 신호다. 총칼이 아니라 법률 조항과 수색 영장, 압수수색과 체포가 자유를 조이는 시대다.
홍콩의 책장에서 사라지는 것은 단지 몇 권의 책이 아니다. 사라지고 있는 것은 기억이며, 토론이며, 시민이 스스로 생각할 권리다.
국제사회는 이번 사건을 홍콩 내부의 단순한 치안 문제로 보아서는 안 된다. 홍콩의 표현의 자유가 무너지는 것은 동아시아 전체의 자유와 법치 질서가 후퇴하고 있다는 경고음이다.
책을 두려워하는 권력은 결국 시민의 생각을 두려워하는 권력이다. 그리고 시민의 생각을 억압하는 사회에서 자유는 더 이상 제도 속의 문구가 아니라, 지켜내야 할 마지막 저항의 이름이 된다.
장·춘 <취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