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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넷 캡쳐 |
북한이 각 도마다 ‘3대혁명전시관’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고 선전하고 있다. 사상·기술·문화의 3대혁명 노선을 앞세워 전시관을 “위력한 대중교양의 거점”, “다방면적인 교류장소”로 만들겠다는 것이 당국의 설명이다.
그러나 이 같은 선전은 북한 주민들이 실제로 겪고 있는 식량난, 전력난, 의료·교육 환경의 열악함과는 거리가 먼 전형적인 체제 과시용 사업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조선중앙통신은 평안남도, 평안북도, 함경남도, 황해북도, 남포시 등에서 전시관 건설이 추진되고 있다며 골조공사, 내부공사, 전시장, 학술토론회장, 전자열람실, 주변 녹지 조성까지 상세히 소개했다.
겉으로는 기술교류와 경험교환, 정보 공유의 공간을 내세우고 있지만, 그 핵심은 결국 주민과 간부들을 당의 노선에 맞춰 재교육하고 동원하기 위한 사상 통제 시설에 가깝다.
문제는 지금 북한 사회에 절실히 필요한 것이 전시관인가 하는 점이다. 주민들에게 필요한 것은 화려한 전시장이나 붉은 구호가 아니라 안정적인 식량 공급, 정상적인 전기, 실질적인 의료 서비스, 아이들이 제대로 배울 수 있는 교육 환경이다.
그런데도 북한 당국은 민생의 기본을 해결하기보다 새로운 교양 거점, 새로운 선전 시설, 새로운 충성 경쟁의 무대를 짓는 데 힘을 쏟고 있다.
‘따라앞서기, 따라배우기, 경험교환운동’이라는 표현도 북한식 동원의 언어일 뿐이다. 자유로운 기술 혁신과 자발적 경쟁이 가능한 사회라면 전시관을 세워 사상전을 벌일 필요가 없다. 현장에서 일하는 노동자와 기술자들이 자유롭게 연구하고 교류하며 성과에 따라 보상받는 환경이 만들어져야 한다.
그러나 북한의 현실은 당의 지시와 정치적 충성심이 모든 성과의 기준이 되는 구조다. 이런 환경에서 전시관이 아무리 늘어나도 진정한 기술 발전이나 생산성 향상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특히 각 도의 전시관을 ‘대중교양의 거점’으로 삼겠다는 발상은 북한 체제가 여전히 주민을 독립적인 시민이 아니라 교양과 통제의 대상으로 보고 있음을 보여준다. 주민들의 삶을 개선하는 정책보다 주민들의 의식을 관리하는 시설을 우선하는 것이다.
결국 전시관은 발전의 상징이 아니라 체제 불안을 가리기 위한 장식물로 기능할 가능성이 크다.
통신은 수천 그루의 나무를 심고 잔디밭을 조성했다는 내용까지 강조했다. 그러나 이런 장면은 오히려 북한식 전시 행정의 본질을 드러낸다. 겉모습은 번듯하게 꾸미지만 주민 생활의 내부는 여전히 궁핍하다.
외관을 다듬고 구호를 세운다고 해서 경제가 살아나는 것은 아니다. 전시관 주변의 잔디가 푸르다고 해서 주민들의 식탁이 풍성해지는 것도 아니다.
북한 당국은 ‘사회주의 전면적 발전’을 말하지만, 진정한 발전은 전시관의 숫자로 증명되지 않는다. 발전은 주민들이 굶지 않고, 두려움 없이 말하고, 자유롭게 일하며, 노력한 만큼 인간다운 삶을 누릴 수 있을 때 비로소 확인된다.
사상·기술·문화의 이름을 내걸었지만, 사상은 통제로, 기술은 선전으로, 문화는 충성 경쟁으로 변질된다면 그것은 혁명이 아니라 퇴행일 뿐이다.
각 도마다 3대혁명전시관을 세우겠다는 북한의 계획은 민생을 위한 투자가 아니라 체제 유지를 위한 정치적 건설 사업이다. 주민들에게 필요한 것은 또 하나의 붉은 전시관이 아니라, 굶주림과 억압에서 벗어날 수 있는 삶의 공간이다.
북한 당국이 정말 인민생활 향상을 말하고 싶다면 전시관의 벽을 높일 것이 아니라 주민들의 삶을 짓누르는 통제의 벽부터 허물어야 한다.
김·도·윤 <취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