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가 공개한 ‘2030 대상 통일여론조사’에서 20∼30대의 절반 가까이가 북한을 ‘적대 대상’으로 인식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북한을 협력 대상으로 본다는 응답은 27.3%에 그쳤고, 협력 대상이 아니라고 보는 응답은 42.7%에 달했죠.
이를 두고 일부에서는 젊은 세대의 통일 의식 약화나 남북관계에 대한 냉소로 해석하지만, 저희는 오히려 이 같은 변화가 낭만적 민족주의에서 벗어난 냉정한 현실 인식의 반영이라고 평가합니다. 북한 정권의 핵·미사일 위협, 인권 탄압, 세습독재, 대남 적대 노선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세대가 등장했다는 점에서 긍정적 의미가 있다는 것이죠.
북한은 오늘 이 시간 2030세대의 대북 인식 변화가 갖는 의미와 향후 통일정책의 방향에 대해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1. 2030세대 절반가량이 북한을 ‘적대 대상’으로 본다는 조사 결과를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 저는 이 결과를 매우 중요한 변화이자, 상당히 긍정적인 신호로 봅니다. 과거 한국 사회의 대북 인식은 오랫동안 ‘같은 민족이니 결국 협력해야 한다’는 낭만적 민족주의에 크게 기대어 있었습니다. 물론 민족적 동질성은 통일 논의에서 중요한 요소입니다. 그러나 그것만으로 북한 정권의 실체를 설명할 수는 없습니다.
2030세대는 북한을 막연한 동포의 이미지로만 보지 않습니다. 핵무기 개발, 미사일 도발, 사이버 공격, 대남 위협, 주민 통제와 공개처형, 정치범수용소 문제를 동시에 봅니다. 이들은 북한 정권이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주의 체제와 양립하기 어려운 적대적 권력이라는 사실을 비교적 직관적으로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이것은 냉소가 아니라 현실 감각입니다. 북한을 있는 그대로 보는 것, 정권과 주민을 구분하는 것, 감상적 통일론이 아니라 자유와 인권의 관점에서 북한 문제를 바라보는 것은 오히려 성숙한 통일 의식의 출발점이 될 수 있습니다.
2. 북한을 ‘협력 대상’으로 보는 인식이 낮아진 것은 남북관계에 부정적인 신호 아닙니까?
- 반드시 그렇게 볼 필요는 없습니다. 문제는 ‘협력’이라는 단어가 무엇을 의미하느냐입니다. 북한 정권을 협력 대상으로만 규정하면, 결국 지금의 분단 체제를 그대로 인정하고 관리하는 방향으로 흐를 위험이 큽니다. 다시 말해 ‘두 개의 국가론’에 멈출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북한 정권은 자유로운 시민사회나 정상국가가 아닙니다. 주민의 기본권을 억압하고, 핵무기로 대한민국을 위협하며, 권력을 세습하는 전체주의 체제입니다. 이런 정권을 일반적인 협력 파트너처럼 대하는 접근은 현실을 흐릴 수 있습니다.
물론 대화나 긴장 관리가 불필요하다는 뜻은 아닙니다. 그러나 대화는 수단이지 목표가 아닙니다. 협력이라는 이름으로 북한 정권의 폭압성과 적대성을 덮어버리면, 통일은 사라지고 분단의 안정적 관리만 남게 됩니다. 2030세대가 북한을 협력 대상보다 적대 대상으로 더 많이 인식한다는 것은, 적어도 북한 정권의 본질을 흐리지 않으려는 건강한 경계심으로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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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FC 여자 챔피언스리그 4강전 위해 입국하는 내고향축구단 |
3. 그렇다면 이런 대북 적대 인식이 통일에 대한 무관심이나 포기로 이어질 우려는 없을까요?
- 그런 위험은 분명히 있습니다. 그러나 방향을 어떻게 잡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습니다. 북한 정권에 대한 적대 인식이 곧 북한 주민에 대한 적대감으로 이어지면 안 됩니다. 반대로 북한 정권의 실체를 정확히 알수록 북한 주민의 고통과 인권 문제를 더 분명하게 볼 수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북한’이라는 단어 안에 정권과 주민을 구분하는 교육과 담론입니다. 북한 정권은 대한민국의 안보를 위협하는 적대 세력이지만, 북한 주민은 자유와 인권을 박탈당한 동포이자 장차 통일 한국의 구성원이 될 사람들입니다.
2030세대의 냉정한 현실 인식은 통일 포기의 근거가 아니라, 오히려 자유통일론의 토대가 될 수 있습니다. 감상적 민족주의가 아니라 “왜 통일해야 하는가”에 대해 자유, 인권, 법치, 인간 존엄의 언어로 다시 설명해야 합니다. 그렇게 할 때 젊은 세대는 통일을 막연한 부담이 아니라 북한 주민 해방과 한반도 정상화의 과제, 책무로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4. 북한인권 문제는 이런 세대 인식 변화 속에서 어떻게 다뤄져야 할까요?
- 훨씬 더 공세적으로 다뤄야 합니다. 과거에는 남북관계 개선이라는 명분 아래 북한인권 문제가 뒤로 밀리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러나 2030세대의 인식은 그런 접근이 더 이상 설득력을 갖기 어렵다는 점을 보여줍니다.
북한을 적대 대상으로 인식한다는 것은 단순히 군사적 위협만 본다는 뜻이 아닙니다. 그 체제가 왜 적대적인가를 묻는다면 답은 핵무기만이 아니라 주민을 노예화하는 인권 탄압에도 있습니다. 정치범수용소, 강제노동, 공개처형, 종교 박해, 이동의 자유 박탈, 정보 통제는 북한 정권의 본질을 보여주는 핵심 문제입니다.
따라서 정부와 시민사회는 북한인권 문제를 대북정책의 부차적 의제가 아니라 중심 의제로 올려야 합니다. 북한 주민에게 외부 정보를 전달하고, 탈북민 증언을 국제사회에 확산하며, 책임자 처벌과 기록 보존을 추진해야 합니다. 젊은 세대는 위선적인 평화 담론보다 사실과 증거에 기반한 인권 담론에 더 민감하게 반응할 가능성이 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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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창일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수석부의장 - 연합뉴스 |
5. 앞으로 통일정책은 어떤 방향으로 재정립되어야 한다고 보십니까?
- 첫째, 북한 정권과 북한 주민을 분명히 구분해야 합니다. 정권에는 원칙과 압박, 주민에게는 자유와 인권, 정보와 연대가 필요합니다.
둘째, 통일을 단순한 민족 재결합이 아니라 자유민주주의 질서의 확장으로 설명해야 합니다. 젊은 세대에게 “같은 민족이니 통일해야 한다”는 말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왜 자유가 중요하고, 왜 북한 주민의 인간 존엄이 대한민국의 과제인지 설득해야 합니다.
셋째, ‘평화공존’이라는 말이 분단 고착이나 두 개의 국가론으로 흘러가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평화는 필요하지만, 자유 없는 평화는 진정한 평화가 아닙니다. 북한 정권을 협력 대상으로만 상정하면 결국 북한 주민의 해방과 통일의 목표는 흐려집니다.
넷째, 2030세대의 현실 인식을 통일정책의 새로운 동력으로 삼아야 합니다. 이들은 북한 정권에 대해 환상을 갖고 있지 않습니다. 바로 그 점이 강점입니다. 이제 필요한 것은 그 냉정한 인식을 북한 주민에 대한 연대, 북한인권 개선, 자유통일의 비전으로 연결하는 일입니다.
결국 이번 조사 결과는 통일 의식의 퇴보가 아니라 전환의 신호로 봐야 합니다. 낭만적 민족주의의 시대가 저물고, 자유와 인권에 기반한 현실적 통일론을 세울 기회가 열린 것입니다. 정부와 정치권, 시민사회가 이 흐름을 제대로 읽는다면 2030세대는 통일을 외면하는 세대가 아니라 자유통일의 새로운 주체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 한반도 르포에서는 피랍탈북인권연대 도희윤 대표의 KBS한민족방송 인터뷰를 연재합니다. 한반도를 둘러싼 위기상황과 북한내부의 인권문제를 다룰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