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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돋보기] 평양곡산공장 보도, 김정은 우상화 극치

2026-06-17 22:13 | 입력 : 김도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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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식료품 공장” 선전 뒤에 가려진 북한 인민생활의 민낯

인터넷 캡쳐
인터넷 캡쳐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평양곡산공장을 대대적으로 소개하며 김정은의 이른바 “인민사랑”과 공장 현대화 성과를 부각했다.

보도는 2016년 6월 김정은의 현지지도를 회상하며 공장 일군들과 종업원들이 “영광의 일터”에서 생산정상화의 동음을 높이고 있다고 선전했다. 그러나 이 보도는 북한식 선전의 전형을 그대로 보여준다.

식료품 생산 현장을 다루면서도 정작 주민들이 실제로 얼마나 안정적으로 식품을 공급받고 있는지, 가격은 어떤지, 지방 주민들에게도 혜택이 돌아가는지에 대해서는 아무런 설명이 없다.

보도의 핵심은 식료품이 아니라 김정은이다. 공장의 생산능력, 제품 공급량, 유통망, 주민 접근성보다 김정은이 공장을 찾았던 기억, 설비를 칭찬한 일화, 과자의 색깔과 맛을 살폈다는 이야기, 기념사진을 찍은 장소가 더 길게 소개된다.

이는 인민생활 향상이라는 명분 아래 실제 경제 성과보다 최고지도자 우상화가 우선되는 북한 체제의 구조적 병폐를 드러낸다.

평양곡산공장은 북한 매체가 자주 내세우는 “현대화”와 “국산화”의 상징처럼 묘사된다. 모든 설비를 “우리의 힘과 기술”로 제작했고, 원료 투입부터 포장까지 국산화가 실현됐다는 식이다. 그러나 북한의 식료공업이 정말 정상화되었다면 필요한 것은 감성적 찬양이 아니라 객관적 수치다.

연간 생산량은 얼마인지, 원료 조달은 안정적인지, 전력 공급 문제는 없는지, 제품이 평양의 일부 계층을 넘어 전국 주민에게 실제 공급되는지 밝혀야 한다. 하지만 보도는 이런 핵심 질문을 피해간다.

특히 “인민들에게 맛좋고 영양가 높은 식료품을 안겨주자”는 표현은 역설적이다. 북한 주민 다수가 여전히 식량난과 영양 불균형, 지역 간 공급 격차에 시달리는 현실에서 일부 평양 공장의 생산 성과만을 부풀리는 것은 체제 선전에 가깝다.

공장의 사무청사, 생산건물, 청춘원, 탁아소를 자랑하는 장면도 마찬가지다. 평양의 특정 공장을 전시용으로 꾸며놓고 그것을 전체 인민생활 향상의 증거인 양 포장하는 방식은 북한이 오래전부터 반복해온 선전 기법이다.

더 심각한 문제는 북한 매체가 노동자들의 성과마저 지도자의 “은정”으로 돌린다는 점이다. 공장 일군들과 기술자, 종업원들이 현대화 작업을 수행했다면서도 그 모든 공로는 결국 김정은의 지도와 배려로 귀결된다.

노동자의 창의와 기술자의 노력이 독립적으로 평가받는 것이 아니라 최고지도자의 치적을 빛내기 위한 장식물로 소비되는 것이다. 이는 정상적인 산업 발전 담론이 아니라 봉건적 충성 담론에 가깝다.

보도는 낟알편튀기 생산공정 신설도 김정은의 “은정어린 조치”로 설명한다. 그러나 정상 국가라면 식료품 공장의 생산라인 확대는 시장 수요, 기술 투자, 경영 판단, 소비자 선택에 따라 결정된다.

북한에서는 이런 경제적 판단조차 최고지도자의 은혜로 포장된다. 식품 하나, 생산공정 하나까지 지도자의 자애로운 결단으로 묘사되는 현실은 북한 경제가 얼마나 정치화되어 있는지를 보여준다.

통신은 “생산정상화의 동음”을 강조하지만, 정작 정상화되어야 할 것은 공장 소음이 아니라 주민의 삶이다.

주민들이 배급 걱정 없이 식탁을 차릴 수 있는가, 어린이들이 충분한 영양을 공급받고 있는가, 노동자들이 정당한 임금과 노동환경을 보장받는가, 지방 주민도 평양과 같은 혜택을 누리는가가 진짜 평가 기준이다. 이런 질문이 빠진 채 지도자 찬양만 반복하는 보도는 인민생활 향상의 증거가 될 수 없다.

평양곡산공장 보도는 북한 체제가 식료품 생산마저 정치선전의 무대로 삼고 있음을 보여준다. 인민의 먹거리 문제는 지도자의 현지지도 추억담으로 해결되지 않는다. 진정한 생산정상화는 투명한 통계, 안정적 공급, 자유로운 유통, 주민의 구매력, 그리고 노동자와 소비자의 권리가 보장될 때 가능하다.

북한 당국이 정말 인민생활 향상을 말하고 싶다면 김정은의 “다심한 은정”을 반복할 것이 아니라 주민의 식탁에 실제로 무엇이 오르고 있는지를 밝혀야 한다. 평양의 한 공장을 아무리 화려하게 포장해도, 북한 주민 전체의 생활고와 식량 불안을 가릴 수는 없다.

선전의 동음은 요란하지만, 인민생활의 현실은 여전히 무겁고 차갑다.

김·도·윤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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