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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넷 캡쳐 |
북한 매체가 백두산천지의 변화무쌍한 기상기후와 신비로운 자연현상을 대대적으로 소개했다. 천지에서 발생하는 돌개바람, 물기둥, 채색구름, 쌍무지개, 특이한 동식물, 맑은 수질 등을 열거하며 백두산천지를 장엄하고 황홀한 자연의 상징으로 부각한 것이다.
그러나 이 같은 보도는 단순한 자연 소개를 넘어 북한 체제가 백두산을 어떻게 정치적 상징물로 소비해 왔는지를 다시 보여준다. 자연의 경이로움은 있는 그대로 존중되어야 하지만, 북한에서 백두산은 오랫동안 과학적 탐구의 대상이기보다 체제 정당화와 우상화의 무대로 활용되어 왔다.
자연현상을 신비화하는 선전 방식
보도는 천지에서 발생하는 강한 돌풍과 물기둥 현상을 설명하면서 옛사람들이 이를 ‘룡이 오르는 것’이라 하여 천지를 ‘룡담’이라고 불렀다고 소개했다. 물론 전통적 표현 자체가 문제인 것은 아니다. 하지만 북한 매체의 서술 방식은 자연현상을 과학적으로 설명하기보다는 신비감과 숭배 분위기를 조성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백두산은 고산 기후, 화산지형, 급격한 기압 변화 등으로 인해 기상 변화가 극심한 지역이다. 천지의 돌풍과 물기둥, 안개, 우박, 강설 현상은 충분히 과학적으로 설명될 수 있는 자연현상이다.
그럼에도 북한식 보도는 이를 체계적인 과학 정보로 제공하기보다 장엄함과 신비로움만을 부각한다. 이는 주민들에게 자연을 객관적으로 이해하게 하기보다 체제 선전의 감정적 장치로 받아들이게 만드는 방식이다.
백두산은 과학의 공간인가, 우상화의 무대인가
백두산천지는 지질학·화산학·기상학적으로 중요한 연구 대상이다. 화산 활동의 역사, 분화 가능성, 생태계 변화, 기후 변화의 영향 등을 지속적으로 조사해야 할 공간이다. 그러나 북한 사회에서 백두산은 과학보다 정치가 앞서는 장소가 되어 왔다.
백두산은 북한 정권의 이른바 ‘혁명 전통’과 ‘백두혈통’ 선전에 반복적으로 동원되어 왔다. 이번 보도 역시 표면적으로는 자연기후 기사처럼 보이지만, 백두산을 비범하고 신성한 공간으로 묘사하는 익숙한 선전 문법을 그대로 따르고 있다. 자연을 있는 그대로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체제의 상징성과 결합해 감탄과 충성의 정서를 유도하는 것이다.
자연은 권력자의 소유물이 아니다. 백두산천지의 경관과 생태적 가치는 특정 정권이나 특정 가문의 정치적 서사에 종속될 수 없다. 그럼에도 북한은 백두산을 주민들에게 자유로운 탐구와 휴식의 공간으로 돌려주기보다, 체제 충성의 상징으로 가두고 있다.
‘이상적인 음료수’라는 주장보다 필요한 것은 투명한 검증
보도는 천지물이 화학적 조성과 위생학적 견지에서 이상적인 음료수로 인정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런 표현에는 구체적인 분석 수치, 조사 기관, 검사 기준, 계절별 수질 변화, 미생물 검사 결과 등이 제시되지 않았다.
과학적 주장에는 근거가 필요하다. 특히 수질과 위생 문제는 주민 건강과 직결되는 사안이다. “이상적”이라는 선전적 표현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천지의 수질이 실제로 얼마나 안정적인지, 관광·개발·군사시설·기후 변화가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장기적인 환경 감시는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투명하게 공개되어야 한다.
북한 매체는 화려한 수사를 앞세우지만, 정작 주민들이 신뢰할 수 있는 과학 데이터는 내놓지 않는다. 이것이 북한식 자연 보도의 한계다. 과학의 언어를 빌리지만, 검증 가능한 정보는 부족하고 선전의 결론만 앞세운다.
자연 찬양보다 시급한 것은 주민 삶의 개선
백두산천지의 아름다움을 소개하는 일 자체를 비판할 수는 없다. 문제는 북한 당국이 자연의 장엄함을 반복적으로 선전하면서도 주민들의 기본적 삶과 환경권 문제에는 침묵한다는 점이다.
북한 주민들에게 필요한 것은 황홀한 풍경에 대한 찬양만이 아니다. 깨끗한 식수, 안정적인 전기, 안전한 주거, 충분한 식량, 재난에 대비할 수 있는 기상 정보, 자유롭게 이동하고 자연을 누릴 권리다. 백두산천지의 신비를 말하기 전에, 폭우와 가뭄, 산림 훼손, 식량난, 지방의 낙후된 생활환경부터 솔직하게 다루어야 한다.
자연은 체제의 선전물이 아니라 주민 모두의 삶과 연결된 공공 자산이다. 북한 당국이 진정으로 백두산과 천지의 가치를 말하려 한다면, 감탄을 강요하는 보도가 아니라 과학적 조사, 환경 보전, 주민 안전, 생태 보호, 관광 수익의 투명한 활용부터 말해야 한다.
백두산천지를 정치에서 해방해야 한다
백두산천지는 한반도의 귀중한 자연유산이다. 그 변화무쌍한 기상기후와 독특한 생태계는 충분히 연구되고 보존되어야 한다. 그러나 북한 매체의 보도처럼 자연을 신비화하고 정치적 상징으로 포장하는 방식은 백두산의 진정한 가치를 오히려 훼손한다.
백두산천지의 장엄함은 권력자의 혈통을 빛내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그곳은 과학의 대상이며, 생태 보전의 대상이며, 한반도 주민 모두가 공유해야 할 자연유산이다.
북한 당국은 백두산을 체제 선전의 무대로 삼는 낡은 방식에서 벗어나야 한다. 자연을 정치의 언어로 왜곡하지 말고, 과학과 환경, 주민 삶의 관점에서 정직하게 바라보아야 한다.
백두산천지를 진정으로 지키는 길은 신비화가 아니라 투명한 연구와 보전, 그리고 주민의 삶을 우선하는 데 있다.
김·성·일 <취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