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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넷 캡쳐 |
북한이 제2차 산림복구사업을 본격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성과’로 포장된 산림복구 선전은 에너지 부족, 식량난, 주민 동원, 산림 황폐화의 근본 원인을 외면한 채 또다시 국가적 캠페인으로 주민 부담을 확대하려는 전형적인 방식이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북한 매체는 14일 국토환경보호성 산림지도국 관계자의 발언을 인용해 산림복구사업 개시 이후 10여 년 동안 전국적으로 많은 면적의 산림이 조성됐으며, 올해부터 제2차 산림복구사업이 2단계로 추진된다고 보도했다.
보도는 현대적 양묘장 건설, 100여만 정보의 산림 조성, 산열매·산나물·약초 등 산림자원을 활용한 지방공업 제품 생산을 주요 성과로 내세웠다.
그러나 이 같은 발표는 북한 산림 황폐화의 근본 원인을 제대로 짚지 않은 채 외형적 실적만 강조한 선전성 보도에 가깝다. 북한의 산림 파괴는 단순히 나무를 많이 심지 않아서 발생한 문제가 아니다.
장기간 지속된 에너지난으로 주민들이 땔감을 산에서 구할 수밖에 없었고, 식량난 속에서 비탈밭 개간이 확산됐으며, 국가 배급체계와 지방경제가 제대로 작동하지 못한 결과 산림이 생활 생존의 마지막 자원으로 전락한 것이다.
그럼에도 북한 당국은 산림복구를 주민 생활권 보장이나 에너지·식량 문제 해결과 연결하기보다, 또 하나의 정치적 동원사업으로 접근하고 있다. ‘전국적 산림조성’ ‘2단계 추진’ ‘지방공업 원료기지’라는 표현은 거창하지만, 실제 주민들에게는 묘목 생산, 식수, 관리, 감시, 산림보호 단속 등 각종 노력 동원과 부담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특히 산림복구의 성과를 지방공업공장 원료 공급과 연결하는 대목은 주목할 필요가 있다. 북한은 새로 건설된 지방공업공장들이 산열매와 산나물, 약초 등을 활용해 다양한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는 역설적으로 정상적인 농업·축산·공업 원료 공급체계가 취약하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산림자원을 활용한 제품 생산이 주민 생활 개선의 보조 수단이 될 수는 있지만, 그것이 지방경제 발전의 핵심 성과처럼 포장되는 것은 북한 경제의 빈곤한 현실을 드러낼 뿐이다.
산림은 장기적 관리와 과학적 생태정책이 필요한 영역이다. 묘목을 심는 것만으로는 산림복구가 완성되지 않는다. 토양 유실 방지, 산불 예방, 생태계 회복, 주민의 연료 대체, 농지 이용 구조 개선, 사유·공동 관리 인센티브 등이 함께 마련돼야 한다. 그러나 북한의 방식은 여전히 중앙에서 목표를 정하고, 지방과 주민에게 이행을 강제하며, 달성 수치를 선전하는 방식에 머물러 있다.
북한이 말하는 ‘100여만 정보의 산림조성’도 실제 질적 성과를 검증하기 어렵다. 조성 면적이 곧 산림 회복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심은 나무가 얼마나 활착했는지, 산림 밀도와 생태 다양성이 회복됐는지, 주민의 무단 벌목과 비탈밭 개간 압력이 줄었는지에 대한 객관적 자료는 제시되지 않았다. 숫자는 크지만 검증은 없고, 성과는 요란하지만 주민 삶의 개선 여부는 불분명하다.
더 큰 문제는 북한 당국이 산림 황폐화의 책임을 주민들의 ‘비법 행위’나 관리 부실 탓으로 돌릴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주민들이 산에서 나무를 베고 비탈밭을 일구는 것은 체제의 무능이 만든 생존 방식이다. 전기와 석탄, 식량과 생필품이 안정적으로 공급되지 않는 상황에서 산림보호만 강요한다면, 그것은 환경정책이 아니라 주민 통제정책이 된다.
진정한 산림복구는 구호와 동원으로 가능하지 않다. 주민들이 산림을 훼손하지 않아도 살아갈 수 있는 조건을 만들어야 한다. 에너지 공급을 정상화하고, 농업 생산성을 높이며, 지방경제에 실질적 자율성과 시장 기능을 허용하고, 주민의 재산권과 생활권을 보장해야 한다. 그러나 북한 당국은 이런 근본 처방 대신 또다시 “사업”과 “단계”와 “성과”를 앞세우고 있다.
결국 제2차 산림복구사업은 북한이 환경 문제마저 체제 선전과 주민 동원의 도구로 활용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산림을 살리겠다는 말은 많지만, 주민을 살리는 정책은 보이지 않는다.
나무를 심기 전에 먼저 주민의 삶을 회복해야 한다. 그것이 빠진 산림복구는 또 하나의 구호사업에 그칠 수밖에 없다.
김·도·윤 <취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