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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넷 캡쳐 |
일본 내 조총련계 금융기관에서 수십 년에 걸친 가명·차명 계좌 운용과 대규모 횡령, 조직적 은폐 의혹이 드러나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이는 단순한 개인 비리가 아니라 금융기관 내부 통제의 붕괴, 감독기관 검사 방해, 그리고 조총련계 금융망에 대한 오랜 신뢰 문제를 다시 수면 위로 끌어올린 사건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일본 금융청은 홋카이도 삿포로에 본점을 둔 조총련 산하 우리신용조합에 대해 일부 업무정지 명령을 내렸다. 업무정지 기간은 오는 14일부터 한 달간이다. 일본 언론 보도에 따르면 금융청은 이번 사안을 중대한 금융 질서 훼손 행위로 보고 있으며, 형사 고발도 검토하고 있다.
문제의 핵심은 1985년 무렵부터 이어진 가명·차명 계좌 운용이다. 우리신용조합은 고객 요청 등을 이유로 가명 계좌를 만들거나 고객 친족의 이름을 무단으로 사용해 계좌를 개설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게 조성된 가명·차명 계좌의 예금 규모는 총 90억 엔, 우리 돈 약 853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더 심각한 대목은 이 계좌들이 횡령의 통로로 악용됐다는 점이다. 이 신용조합의 전 상무이사는 2004년부터 2013년까지 가명·차명 계좌에 예치된 고객 예금 약 14억 엔, 우리 돈 약 132억 원을 횡령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와 별도로 다른 직원들이 연루된 횡령 사건도 4건 더 확인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기관에서 고객 예금은 절대적으로 보호돼야 할 신뢰의 기반이다. 그런데 이번 사건에서는 예금 보호 장치가 오히려 내부자의 범죄를 감추는 도구로 전락했다. 가명·차명 계좌가 장기간 방치됐고, 임직원이 이를 악용했으며, 경영진은 문제를 조기에 차단하기보다 은폐에 나섰다는 것이 일본 금융당국의 판단이다.
특히 금융청 검사 과정에서 자료를 파기하거나 은폐하고, 허위 답변을 했다는 정황은 사안의 성격을 더욱 무겁게 만든다. 횡령 자체도 중대 범죄이지만, 감독기관의 검사를 방해했다면 이는 금융기관으로서 최소한의 공적 책임마저 저버린 행위다.
금융기관 내부의 비리가 수년, 수십 년 동안 드러나지 않은 배경에는 폐쇄적 조직문화와 느슨한 내부 감시 체계가 자리하고 있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우리신용조합과 같은 조총련계 신용조합은 1950년대 일본 각지에서 설립됐다. 1980년대에는 전국에 최대 38개까지 존재했으나, 1997년부터 2001년까지 16개 신용조합이 잇따라 파산했다.
당시 일본 정부는 이들 금융기관 정리에 1조1천억 엔, 우리 돈 약 10조4천억 원 이상의 공적 자금을 투입했다. 현재 남아 있는 조총련계 신용조합은 7곳뿐이다.
과거 파산한 일부 재일조선인계 신용조합에서는 조총련으로의 자금 유출이 확인된 바 있다. 이 때문에 이번 사건도 단순한 내부 횡령을 넘어 조총련계 금융기관 전반의 자금 흐름과 관리 실태를 다시 들여다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우리신용조합은 기자회견에서 “확인된 범위에서는 조총련으로의 유출은 없다”고 밝혔지만, 가명·차명 계좌가 수십 년 동안 운용됐고 대규모 횡령이 장기간 은폐된 만큼 그 해명만으로 의혹이 해소되기는 어렵다.
이번 사건은 재일조선인 사회 내부의 금융 신뢰에도 큰 상처를 남길 것으로 보인다. 조합원과 예금자는 정치적 배경이 아니라 생활 기반을 맡긴 고객이다. 그런 고객의 돈이 불투명한 계좌 구조 속에서 관리되고, 내부자에 의해 빼돌려졌다면 피해는 단순히 금전적 손실에 그치지 않는다. 공동체 금융기관이라는 이름 아래 쌓아온 신뢰 자체가 흔들리게 된다.
일본 금융청의 한 달 업무정지는 시작일 뿐이다. 가명·차명 계좌 개설 경위, 횡령 자금의 최종 사용처, 경영진 은폐 여부, 감독 검사 방해 행위, 그리고 조총련 등 외부 조직과의 자금 연계 가능성까지 철저히 규명돼야 한다.
특히 과거 조총련계 신용조합 파산 당시 막대한 공적 자금이 투입됐던 전례를 고려하면, 일본 당국은 이번 사건을 단순한 지역 금융기관 비리로 축소해서는 안 된다.
금융은 신뢰로 유지된다. 그러나 가명 계좌, 차명 계좌, 횡령, 은폐, 허위 답변이 한데 얽힌 이번 사건은 그 신뢰가 얼마나 오랫동안 훼손돼 왔는지를 보여준다. 조총련계 금융기관을 둘러싼 오래된 의혹과 불투명성은 더 이상 과거의 문제가 아니다.
이번 업무정지 명령은 일본 금융당국이 그 어두운 고리를 다시 정면으로 들여다보기 시작했다는 신호로 읽힌다.
안·희·숙 <취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