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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오늘]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전원회의

2026-06-12 23:05 | 입력 : 김성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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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법 채택과 판사 선거 내세웠지만, 주민 대표성은 전혀 보이지 않아

인터넷 캡쳐
인터넷 캡쳐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제15기 제1차 전원회의가 11일 평양의사당에서 열렸다고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회의에서는 이른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학위학직법’ 채택과 최고재판소 판사 및 인민참심원 선거가 의안으로 상정됐다. 북한 매체는 법안이 “전원찬성”으로 채택됐다고 전했다.

그러나 이번 회의 소식에서 확인되는 것은 제도 운영의 정상성이 아니라, 오히려 북한 체제의 구조적 한계다.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라는 이름은 갖추고 있지만, 실제로는 노동당의 결정과 지시를 형식적으로 추인하는 통과 기관에 가깝다. “전원찬성”이라는 표현 역시 민주적 합의의 증거라기보다, 반대와 토론이 허용되지 않는 정치문화의 단면으로 읽힌다.

‘전원찬성’은 합의가 아니라 침묵의 강요다

민주사회에서 법률은 공개적 토론과 검증, 이해관계자의 참여, 반대 의견의 표출을 거쳐 만들어진다. 특히 학위와 학직을 규정하는 법은 교육·학문·연구기관의 자율성과 직결되는 사안이다.

어떤 기준으로 학위를 수여할 것인지, 학문적 성취와 정치적 충성 사이의 경계는 어디에 둘 것인지, 연구자의 권리는 어떻게 보호할 것인지가 핵심이다.

하지만 북한 보도에는 이러한 내용이 없다. 법안의 구체적 조항도, 사회적 논의 과정도, 반대 의견도, 수정 절차도 소개되지 않았다. 남은 것은 “법제위원회에서 심의된 법초안”과 “연구토의에 기초한 전원찬성”이라는 상투적 문구뿐이다.

이것이야말로 북한식 입법의 현실이다. 법은 주민을 보호하기 위한 사회적 계약이 아니라, 당의 방침을 제도화하는 명령문이 되기 쉽다. 법치가 아니라 통치의 도구로서 법이 기능하는 것이다.

학위학직법, 학문의 자유인가 충성 서열의 제도화인가

북한이 학위학직법을 새로 채택했다는 점도 주목된다. 겉으로는 학문과 교육의 체계를 정비하는 조치처럼 보인다. 그러나 북한에서 학문은 독립적 진리 탐구의 영역이라기보다, 당의 노선과 수령 체제를 정당화하는 이념 생산의 수단으로 활용되어 왔다.

따라서 이번 법 채택이 진정한 학문 발전으로 이어질지는 의문이다. 북한의 대학과 연구기관에서 연구자가 자유롭게 주제를 선택하고, 체제와 다른 결론을 발표하며, 국제 학술교류를 정상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가. 대답은 명확하지 않다. 아니, 현실적으로는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학위와 학직의 기준이 학문적 성취보다 정치적 충성도, 출신성분, 당 조직 평가에 좌우된다면 이번 법은 교육 발전의 장치가 아니라 지식인을 더욱 촘촘히 관리하는 장치가 될 수 있다. 학문의 이름으로 충성 서열을 제도화하는 결과를 낳을 위험이 크다.

최고재판소 판사 선거, 사법 독립 없는 선거의 허상

회의에서는 최고재판소 판사와 인민참심원도 선거했다고 한다. 그러나 북한에서 사법부가 독립적으로 작동한다고 보기 어렵다. 재판은 법률과 양심에 따라 이루어져야 하지만, 북한의 사법체계는 노동당의 정치적 판단과 국가보위·사회통제 기구의 영향 아래 놓여 있다.

판사를 “선거”했다는 표현도 실질적 의미를 갖기 어렵다. 경쟁 후보가 있었는지, 자격 검증은 어떻게 이루어졌는지, 판사의 독립성을 보장하는 장치는 무엇인지, 주민이 그 과정에 어떻게 참여했는지에 대한 설명은 없다. 형식은 선거지만 실질은 임명과 추인의 절차에 가깝다.

인민참심원 제도 역시 이름만 보면 주민 참여 재판처럼 보인다. 그러나 정치적 사건, 사상 문제, 체제 비판 사건에서 인민참심원이 과연 피고인의 권리를 보호할 수 있는가. 오히려 재판의 정치성을 대중 참여라는 외피로 포장하는 기능을 해온 것은 아닌지 따져봐야 한다.

조용원 체제의 상임위원회, 당 권력의 직접 지배를 보여주다

이번 회의는 조용원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 사회했다. 그는 노동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상무위원회 위원이자 국무위원회 제1부위원장으로 소개됐다. 이는 북한의 국가기관이 독립적 권한을 가진 헌법기관이라기보다, 당 핵심 권력의 직접 통제 아래 놓여 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입법기관, 행정기관, 사법기관이 각각 견제와 균형을 이루는 것이 정상국가의 기본 원리다. 그러나 북한에서는 당이 국가 위에 있고, 수령 권력이 당 위에 있다.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역시 그 구조에서 자유롭지 않다.

국가기관의 회의가 열렸다는 사실보다 중요한 것은 그 회의가 누구를 위해, 누구의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어떤 공개성과 책임성 속에서 진행됐는가이다. 이번 보도는 그 질문에 아무런 답을 주지 못한다.

주민 없는 회의, 권리 없는 법, 독립 없는 재판

북한 매체는 회의가 정상적으로 진행됐다고 선전하지만, 정작 그 안에는 주민의 삶이 보이지 않는다. 주민들이 겪는 식량난, 이동의 자유 제한, 표현의 자유 억압, 사상 통제, 공개처형과 정치범수용소 문제는 논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

법을 채택하고 판사를 선거했다는 보도만으로 국가 운영의 정상성을 말할 수 없다. 중요한 것은 그 법이 주민의 권리를 보장하는가, 판사가 권력으로부터 독립되어 있는가, 주민이 국가기관을 감시하고 비판할 수 있는가이다.

이번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전원회의는 북한 체제가 여전히 제도의 외형만 갖춘 채, 실질적 민주주의와 법치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음을 보여준다. ‘전원찬성’의 박수 속에서 사라진 것은 반대 의견만이 아니다. 주민의 권리, 학문의 자유, 사법의 독립도 함께 사라져 있다.

북한이 진정으로 정상국가를 지향한다면 법률명과 회의명부터 늘어놓을 것이 아니라, 주민이 말할 자유, 배울 자유, 믿을 자유, 재판받을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 법은 권력을 장식하는 문서가 아니라 주민을 보호하는 방패가 되어야 한다.

그러나 이번 회의가 보여준 것은 방패가 아니라, 권력의 명령을 제도라는 이름으로 포장하는 낡은 통치 방식이었다.

김·성·일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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