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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란에 피격당한 한국선박 나무호 모습 |
민감한 선거 시기, 한일회담이 열렸다. 그러나 국민이 확인한 것은 실질적 성과가 아니라 장면뿐이었다. 악수는 있었고, 사진은 있었고, 외교적 수사는 있었지만 정작 대한민국의 국익을 위해 무엇을 얻었는지는 분명하지 않았다.
한일관계의 미래를 말한다면 당연히 안보·경제·북핵·공급망·납치문제까지 치밀한 의제와 결과가 있어야 한다. 그런데 이번 회담에서 한국 측 언급은 긴박한 국제정세에 비추어 볼 때 지나치게 빈약했다. 말 그대로 ‘알맹이 없는 회담’이라는 인상을 지우기 어렵다.
더 큰 문제는 시점이다. 지금 동북아 정세는 어느 때보다 급박하다. 미중회담 이후 중국과 러시아의 연쇄적 외교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고, 시진핑의 방북 가능성까지 거론되는 상황이다. 북한 핵문제, 북중러 결속, 한미일 공조, 대만해협과 중동 정세가 하나의 전략판 위에서 맞물려 돌아가고 있다.
이런 때 열린 한일회담이라면, 최소한 한국 정부는 일본과 무엇을 공동으로 확인했고, 북한과 중국을 향해 어떤 전략적 메시지를 냈으며, 한미일 협력의 다음 단계가 무엇인지를 국민 앞에 분명히 설명했어야 한다.
그러나 국민에게 남은 것은 외교의 성과가 아니라 선거용 장면이라는 의심뿐이다. 선거 시기에 정상외교가 열릴 수는 있다. 그러나 그 회담이 국익을 위한 것인지, 국내 정치의 이미지 관리용인지에 대해서는 더 엄격한 검증이 필요하다. 외교는 선거운동의 배경화면이 아니다. 정상회담은 사진 한 장을 얻기 위한 행사가 아니라, 국가의 생존과 미래를 두고 치밀하게 설계된 전략 행위여야 한다.
그런데 현 정부의 외교는 정작 말해야 할 곳에는 침묵하고, 신중해야 할 곳에서는 선을 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특히 때아닌 가자지구 관련 언급으로 이스라엘과의 긴장을 고조시킨 것은 외교적 판단력의 부재를 드러낸다. 민간인 피해와 인도주의 문제를 우려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대통령의 언어는 시민운동가의 구호와 달라야 한다. 국가 지도자의 한마디는 외교적 파장을 낳고, 동맹과 우방의 신뢰를 흔들며, 경제·안보 협력에도 영향을 미친다.
실제 얼마전에도 대통령의 이스라엘 관련 SNS 발언을 둘러싸고 이스라엘 정부가 반발했다는 보도가 이어졌고, 국내외에서는 그 표현의 적절성을 두고 논란이 제기됐다. 인권을 말하더라도 외교의 언어는 사실관계, 균형, 국익, 시점, 파급효과를 함께 고려해야 한다. 그것이 국가 운영의 기본이다.
더욱이 이란 문제에 대해서는 제대로 된 원칙적 메시지조차 내지 못하면서, 이스라엘을 향해서는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나드는 듯한 태도는 균형외교가 아니라 선택적 외교다. 자국 선박에 대한 공격에는 침묵하고, 국내 정치적으로 활용하기 쉬운 대상에게는 목소리를 높이는 외교는 결코 책임 있는 외교가 아니다. 외교의 원칙은 도덕적 우월감이 아니라 국가의 생존과 국민의 이익 위에 서야 한다.
대한민국은 지금 한반도 안보의 중대한 갈림길에 서 있다. 북한은 핵보유국 지위를 기정사실화하려 하고, 중국은 동북아 질서 재편의 주도권을 노리고 있으며, 러시아는 북한과의 군사협력을 통해 한반도 불안을 확대하고 있다. 이런 시기에 한국 외교가 해야 할 일은 분명하다.
일본과는 실질적 안보협력을 강화하고, 미국과는 북핵 대응의 실행력을 높이며, 중국과 러시아에는 분명한 원칙을 세우고, 중동 문제에는 감정적 언사가 아니라 전략적 신중함으로 대응해야 한다.
그러나 지금의 외교는 거꾸로 가고 있다. 한일회담은 알맹이가 없고, 이스라엘과는 긴장만 키우고 있다. 국민이 원하는 것은 보여주기식 정상외교가 아니다. 악수보다 중요한 것은 합의의 내용이고, 구호보다 중요한 것은 국가의 안전이다. 지금 대한민국 외교에 필요한 것은 사진이 아니라 전략이다.
<論 說 委 員 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