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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넷 캡쳐 |
‘중국의 예루살렘’으로 불릴 만큼 기독교 공동체가 밀집한 중국 저장성 원저우에서 대형 교회가 지방 당국에 의해 강제 철거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의 기독교 인권단체 차이나에이드(ChinaAid)와 현지 소식통들에 따르면, 저장성 원저우시 타이순현 야양진에 위치한 야중교회, 일명 야양교회가 최근 중장비를 동원한 강제 철거로 사실상 폐허가 됐다. 차이나에이드는 중국 내 종교 자유와 법치 문제를 지속적으로 다뤄온 단체다.
목격자들에 따르면 철거 현장에는 대형 굴착기와 공사 차량이 투입됐고, 교회 주변에는 접근 통제선과 검문 인력이 배치됐다. 교회 본관은 짧은 시간 안에 무너졌으며, 당국은 철거 전후로 신도들의 현장 접근과 촬영, 외부 연락을 강하게 제한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사건은 단순한 건축물 철거가 아니라 중국 당국의 종교 통제 정책이 얼마나 조직적이고 정밀해졌는지를 보여주는 상징적 사건으로 평가된다. 원저우는 2014년 싼장교회 강제 철거와 대규모 십자가 철거 운동으로 국제적 논란을 불러일으킨 지역이다.
이번 야양교회 사태는 그 흐름이 중단된 것이 아니라, 더욱 제도화된 방식으로 이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국기 게양 요구가 갈등의 도화선
야양교회는 중국 개신교 내 ‘지방교회’ 전통에 속하는 공동체로 알려져 있다. 이 전통은 20세기 중국인 기독교 지도자 니토성, 곧 워치만 니의 신앙 흐름과 연결돼 있으며, 국가가 승인한 공식 종교조직과 일정한 거리를 둬 왔다.
갈등은 지난해 여름 지방 관리들이 교회 내부 또는 부지에 중국 오성홍기 게양과 깃대 설치를 요구하면서 본격화됐다. 신도들은 이를 단순한 행정 지시가 아니라 예배 공간에 대한 정치적 충성 요구로 받아들였다. 이후 당국은 교회 외벽 일부를 철거하고 깃대를 세우려 했고, 신도들의 항의와 대치가 이어진 것으로 전해졌다.
차이나에이드가 공개한 관련 기록에 따르면 야양교회 문제는 2014년 십자가 철거 논란, 2025년 국기 게양 갈등, 신도 체포와 형사입건으로 이어지는 장기적 충돌의 연장선에 있다. 해당 단체는 이를 “종교 공간을 행정 권력과 정치 충성의 공간으로 재편하려는 시도”로 해석했다.
성탄절 앞두고 대규모 단속…신도 수십 명 구금
야양교회에 대한 압박은 철거 직전에 갑자기 시작된 것이 아니었다. 성탄절을 앞둔 2025년 12월 중순, 저장성 당국은 야양진 일대의 여러 교회 모임 장소를 상대로 대규모 단속을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특수경찰과 폭력방지 인력이 동원됐고, 수많은 신도들이 강제로 해산되거나 일시 구금됐다는 증언이 나왔다.
차이나에이드는 올해 1월 보도에서 야양교회 주변에 대규모 경찰 병력이 배치됐고, 교회 인근 주민과 신도들이 통제됐으며, 현장 촬영도 금지됐다고 전했다. 당시 이미 대형 공사 차량이 동원돼 십자가 철거나 건물 개조 가능성이 제기됐다.
이후 탄압은 형사 절차로 확대됐다. 차이나에이드의 3월 보도에 따르면, 야양교회 관련 신도 다수가 체포됐고, 일부 가족들은 구금 장소와 혐의 내용조차 명확히 통보받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단체는 당시 야중교회 관련 체포자가 22명에 이른다고 밝혔다.
당국이 적용한 혐의는 ‘소란 행위’ 또는 이와 유사한 공공질서 관련 죄명으로 알려졌다. 중국에서는 이 같은 모호한 죄명이 반체제 인사, 독립 시민단체, 비공식 종교 공동체를 압박하는 수단으로 자주 사용돼 왔다는 비판이 제기돼 왔다.
철거보다 더 두려운 것은 ‘정보 봉쇄’
이번 사건에서 특히 주목되는 대목은 철거 과정의 철저한 정보 통제다. 현지 소식통들은 교회 주변 약 1km 안팎에 차단 시설과 근무 초소가 설치됐으며, 신도와 외부인의 접근이 제한됐다고 전했다. 휴대전화로 사진이나 영상을 찍으려는 사람은 제지당하거나 연행될 수 있다는 경고도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교회 꼭대기의 십자가가 먼저 가려졌다는 증언도 나왔다. 이는 단순히 건물을 허무는 것이 아니라, 종교적 상징 자체를 공적 공간에서 지우려는 행위로 해석될 수 있다.
해외 인권단체들은 당국이 철거 현장을 외부에 보이지 않게 만들고 가족들에게 침묵을 요구한 점에 주목하고 있다. 한 종교자유 관찰자는 “정말 합법적이고 정당한 행정 집행이었다면, 왜 현장 접근과 촬영, 가족들의 발언까지 막아야 했는가”라고 지적했다.
싼장교회 이후 10여 년, 반복되는 원저우의 종교 탄압
원저우는 중국 기독교의 상징적 도시다. 민간 교회와 신자 수가 많아 ‘중국의 예루살렘’이라는 별칭이 붙었다. 그러나 바로 그 이유 때문에 당국의 종교 통제 실험장이 되기도 했다.
2014년 원저우 싼장교회 강제 철거 사건은 중국 종교 탄압의 대표 사례로 국제사회에 알려졌다. 당시 당국은 ‘불법 건축’과 ‘도시 정비’를 명분으로 내세웠지만, 실제로는 급성장하는 기독교 공동체와 십자가 상징을 겨냥했다는 비판이 컸다.
이번 야양교회 사태는 그 방식이 더 정교해졌다는 점에서 심각하다. 과거에는 건축 규정이나 도시계획을 앞세웠다면, 지금은 국기 게양, 정치 교육, 충성 의례, 형사 구류, 정보 봉쇄가 결합되고 있다. 이는 종교를 단순히 관리하는 수준을 넘어, 신앙 공동체 내부에 국가 권력의 상징을 직접 심는 방식이다.
신앙의 공간을 정치 충성의 공간으로 바꾸려는 중국
야양교회 신도들이 거부한 것은 국가 자체가 아니라, 예배 공간을 정치 충성의 무대로 바꾸려는 강제였다. 중국 당국은 이를 질서 위반이나 행정 불복으로 규정하지만, 신도들에게는 신앙의 양심과 예배의 자유가 침해되는 문제였다.
시진핑 체제 이후 중국의 종교 정책은 ‘중국화’라는 이름으로 강화돼 왔다. 종교단체는 당의 지도와 사회주의 가치에 복종해야 하며, 성직자와 신도들은 국가 이념에 대한 충성을 요구받고 있다. 그 과정에서 가정교회, 지방교회, 비공식 신앙 공동체는 가장 큰 압박을 받고 있다.
야양교회 철거는 바로 그 현실을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당국은 건물을 무너뜨렸지만, 이 사건은 오히려 중국 내 종교 자유가 얼마나 취약한지 국제사회에 다시 드러내는 계기가 되고 있다.
기사 작성 시점까지 원저우시 정부와 타이순현 공안 당국은 이번 강제 철거와 추가 체포 의혹에 대해 공개적인 해명을 내놓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야양교회가 남긴 폐허는 중국의 종교 탄압이 여전히 현재진행형임을 말해주고 있다.
건물은 사라졌지만, 신앙과 권력의 충돌은 더 깊은 질문으로 남았다.
장·춘 <취재기자>